Abstract: 인간이 만든 모든 중간층은 사라지는가#

호모 사피엔스는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위대한 장치를 발명했다. 국가, 종교, 돈, 경제 등 그 예는 수 없이 많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컴퓨터는 기계어를 실행하는 장치다. 인간은 기계어를 직접 쓰다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발명했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셈블리에서 C로, C에서 C++, JS, 파이썬 그리고 Rust로 추상화의 계층을 쌓아올렸다. 또 다른 하나는 기업이다. 한 사람의 뇌가 처리할 수 없는 정보의 복잡성을 부서와 계층과 프로세스로 분산시키기 위한 조직적 장치였다. 인간은 로켓을 만들 수 없지만, 인간이 쌓아올린 회사는 로켓을 만들고 화성으로 발사 할 수 있다. 이 위대한 두 장치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인간의 인지 용량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존재하고 발전했다는 것. 그런데 만약 AI가 그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두 장치는 동시에 존재 이유를 잃는다. 2025년 8월 머스크가 발표한 프로젝트 매크로하드(Macrohard)는 이 논리를 기업의 영역에서 실험하겠다는 선언이다. 한편, AI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계어를 생성하거나 아예 픽셀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미래에 대한 논의도 가속되고 있다. 이 글은 이 두 흐름이 하나의 동일한 원리 — 인간적 중간층의 해체 — 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 경제학자#

1937년, 당시 26세의 영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는 경제학 저널 Economica에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경제학에서 너무나 당연시되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 “왜 기업이 존재하는가?”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모든 거래는 개인 간 계약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굳이 조직을 만들고, 고용 관계를 맺고,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가?

코스의 답은 간결했다.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 때문이다. 시장에서 계약 상대를 찾고, 조건을 협상하고, 이행을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기업 내부에서 동일한 활동을 조직하는 비용보다 클 때, 기업이라는 장치가 등장한다. 반대로 기업 내부 관리 비용이 시장 거래비용을 초과하면, 기업은 축소되거나 해체된다. 기업의 최적 규모는 이 두 비용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이 통찰은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과 더글러스 노스(Douglass North)에 의해 확장되었고, 코스는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오늘날 AI가 거래비용의 거의 모든 구성 요소 — 탐색, 협상, 감시, 조정 — 를 근본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사실은 코스의 이론을 다시 한번 최전선으로 불러낸다.1

AI로 기업을 통째로 시뮬레이션하다#

2025년 8월 22일, 일론 머스크는 X(구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xAI에 합류하여 매크로하드(Macrohard)라는 순수 AI 소프트웨어 회사를 구축하세요. 장난스러운 이름이지만, 프로젝트는 매우 실제입니다! 원칙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물리적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지 않으므로, AI로 완전히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2

이 발언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xAI는 이미 8월 1일에 미국 특허청에 “Macrohard” 상표를 출원했으며, 용도는 “인공적 인간 음성 및 텍스트 생산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에이전틱 인공지능"으로 명시되었다. 머스크는 이후 xAI 전사 회의에서 매크로하드를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지칭하며, “가장 가치 있는 기업들의 출력물은 디지털이므로 완전한 에뮬레이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3

핵심 구상은 이렇다. Grok 모델이 수백 개의 전문 코딩 에이전트와 이미지/비디오 생성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이들이 협력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가상 머신에서 인간의 상호작용을 에뮬레이션하여 품질을 검증한다. 코딩, 관리, QA, 사용자 테스트까지 전체 파이프라인을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올-AI 기업"의 실험이다.4

추상화의 종말#

I. 프로그래밍 언어는 왜 존재하는가: 인간의 인지적 한계라는 기원#

기계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모른다. 기계가 실행하는 것은 기계어다. 0과 1의 이진 명령어, 프로세서의 명령 집합 아키텍처(ISA)에 정의된 바이트 시퀀스. 이것이 컴퓨터가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탄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인간이 기계어를 직접 작성하기에는 인지적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1950년대 어셈블리어는 기계어의 숫자 코드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니모닉으로 치환했다. 1957년 포트란은 수학적 표현을 기계어로 번역하는 컴파일러를 도입했다. 이후 C, C++, 자바, 파이썬으로 이어지는 역사는 일관된 방향성을 가진다: 인간의 인지 수준에 맞춰 추상화의 층위를 높이는 것.5

이 과정에서 각 계층은 인간을 위한 것이었지 기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파이썬의 우아한 문법, 자바의 객체지향 패러다임, 러스트의 소유권 시스템 —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뇌가 복잡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지적 보조 장치다. 기계 입장에서는 전부 불필요한 중간 단계다. 최종적으로 프로세서가 실행하는 것은 어떤 언어로 작성되었든 동일한 기계어다.

여기서 질문이 발생한다. 만약 기계어를 생성하는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AI라면, 인간을 위해 설계된 추상화 계층은 여전히 필요한가?

II. AI가 기계어를 직접 쓰는 세계: 컴파일러의 종말#

현재 AI 코딩 도구들의 작동 방식은 여전히 전통적 추상화 계층 위에서 동작한다. GitHub Copilot, Claude Code, Grok — 이 도구들은 자연어 프롬프트를 받아 파이썬이나 자바스크립트 같은 고수준 언어의 소스코드를 생성한다. 그 소스코드는 여전히 컴파일러나 인터프리터를 거쳐 기계어로 번역된다. AI가 인간 프로그래머를 대체했을 뿐, 추상화 계층 자체는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6

그러나 논리적 가능성의 관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AI가 자연어 사양(specification)을 받아 프로그래밍 언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실행 가능한 바이너리를 생성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 시나리오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컴파일러, 린터, 디버거 — 인간이 코드를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모든 도구 체인이 불필요해진다.7

머스크는 2026년 2월 이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코드는 폐기될 것이고, 바이너리가 직접 생성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기업가 마크 트왈프호벤(Mark Twaalfhoven)이 “AI를 통한 바이너리 직접 생성이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방식"이라고 주장하자 머스크는 이에 동의했다.8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라는 개념 자체를 우회하여, AI가 8K 해상도의 픽셀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미래다. 이 경우 렌더링 파이프라인, 그래픽 API, 셰이더 — 현재 시각적 출력을 생성하는 모든 중간 계층이 소멸한다. 신경망이 원하는 시각적 결과를 픽셀 수준에서 즉시 만들어내는 것이다.9

이것이 실현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이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한가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 기술적 난제는 산적해 있다. 보안, 디버깅, 버전 관리, 감사 가능성 —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소스코드 없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10 그러나 논리 구조 자체는 명쾌하다: 추상화 계층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위해 존재했고, AI는 그 한계를 공유하지 않는다.

III.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코스의 정리와 인지 용량의 분산#

프로그래밍 언어의 존재 이유가 “인간이 기계어를 직접 다룰 수 없어서"라면, 기업의 존재 이유는 “한 사람의 뇌가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어서"다. 놀라울 정도로 동일한 구조다.

코스가 1937년에 규명한 기업의 본질은 이것이다: 기업이란 정보 처리를 여러 인간에게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다.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거래하는 것보다 조직 내부에서 조정하는 것이 더 저렴할 때 기업이 형성된다. 부서, 계층, 프로세스, 회의 — 이 모든 조직적 메커니즘의 근본적 기능은 개별 인간의 제한된 인지 용량을 보완하는 것이다.11

이 분산이 필요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분해하면 네 가지로 수렴한다. 의사결정, 조율, 커뮤니케이션, 품질관리. 구글의 검색 결과, 메타의 광고 매칭,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 디지털 기업의 출력물은 전부 정보다. 원자의 물리적 변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전부 비트의 조합이다. 그렇다면 수만 명의 직원이 수행하는 역할은 본질적으로 정보 처리의 하위 범주에 해당한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기계어 위에 쌓인 인간을 위한 추상화 계층이듯, 기업의 조직 구조는 정보 처리 위에 쌓인 인간을 위한 분산 계층이다. 두 계층 모두 동일한 전제 위에 서 있다: 개별 인간의 인지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12

IV. 매크로하드의 논리: 자동화의 단위가 확대된다#

자동화의 역사를 단위의 확대로 읽으면, 매크로하드가 겨냥하는 지점이 선명해진다.

1단계는 태스크 자동화다. 조립라인의 용접, 데이터 입력, 고객 응대. 이 단계에서 줄어드는 것은 인건비다. 2단계는 프로세스 자동화다. 채용 파이프라인, 재고 관리, 마케팅 캠페인 운영. 이 단계에서 줄어드는 것은 부서다. 3단계가 매크로하드가 겨냥하는 지점이다. 조직 전체의 자동화. 이 단계에서 줄어드는 것은 기업이라는 단위 자체다.

이 논리에 대한 전통적 반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AI가 아직 인간 수준의 복합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 문화나 암묵지처럼 코드화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시간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구조적 방어선이 되지 못한다. 두 번째는 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고객은 기업의 내부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다.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는 출력물에 대한 것이다. 출력물의 품질이 동일하거나 더 높은데 가격이 0에 수렴한다면, 조직 문화의 가치는 경제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13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작동한다.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코드"의 가치는 코드를 읽는 주체가 인간일 때만 성립한다. AI가 직접 기계어를 생성하고, AI가 직접 그 기계어를 검증하고 수정하는 시스템에서는, 소스코드의 가독성이라는 가치가 경제적으로 증명할 수 없게 된다.

V. 동형 구조: 두 해체의 공통 논리#

두 현상을 나란히 놓으면 동형성(isomorphism)이 드러난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계층: 자연어(인간의 의도) → 고수준 언어(파이썬) → 저수준 언어(C) → 어셈블리 → 기계어 → 하드웨어 실행

기업의 계층: 시장 수요(고객의 의도) → 경영진(전략) → 중간관리(조율) → 실무자(실행) → 출력물 → 고객 전달

두 계층 모두에서 중간 단계들의 존재 이유는 동일하다: 최상위(인간의 의도)와 최하위(기계적 실행 또는 최종 출력물) 사이의 복잡성을 인간이 직접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삽입된 완충 장치다.

AI가 이 양쪽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식도 동형적이다. 프로그래밍 영역에서는 “자연어 → 기계어” 직접 변환으로 중간 계층을 제거한다. 기업 영역에서는 “시장 수요 → AI 에이전트 시스템 → 출력물” 직접 연결로 조직 계층을 제거한다. 두 경우 모두 제거되는 것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삽입된 중간층"이다.14

이것이 코스의 정리를 프로그래밍 언어의 역사에 적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일종의 “인지적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기계어와 인간의 의도 사이의 번역 비용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컴파일러라는 “내부 조직"을 구축하여 그 비용을 흡수한 것이다. AI가 이 번역 비용을 0에 수렴시키면, 컴파일러라는 장치 — 그리고 그 위에 쌓인 모든 추상화 계층 — 의 존재 이유가 소멸한다.

VI. 경계선: 비트와 아톰의 분기점#

매크로하드 논리에는 명확한 경계선이 있다. 머스크 자신이 그것을 규정한다: “출력이 디지털인 기업"이 대상이라는 것.15 이 조건을 뒤집으면 자연스럽게 생존 공식이 도출된다. 출력이 물리적 세계와 얽혀 있는 기업은 이 공격의 사각지대에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해체에도 동일한 경계선이 존재한다. AI가 기계어를 직접 생성하거나 픽셀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것은 입력이 완전히 디지털인 영역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물리적 시스템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 항공기 비행 제어 시스템, 의료 기기의 임베디드 코드, 원전 제어 시스템 — 에서는 인간이 읽고 감사할 수 있는 소스코드가 규제적·안전상 이유로 계속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16

디지털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AI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시스템은 입력이 완전할 때 정확한 출력을 생성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 조건이 충족된다. 검색 쿼리, 사용자 행동 데이터, 코드 입력 — 전부 이미 비트로 존재하는 정보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는 다르다. 현실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 센서로 포착되지 않는 맥락, 물리 법칙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으로 가득하다. 입력이 항상 불완전하다.

이 원리는 산업 지형의 재편 방향을 가리킨다.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과 순수 디지털 추상화 계층은 가치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다루는 기업, 비트를 아톰으로 변환하는 접합부를 장악한 기업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한다. 테슬라가 AI 기업이자 제조 기업인 것, 스페이스X가 소프트웨어 역량과 물리적 로켓 제작 능력을 겸비한 것은 이 맥락에서 우연이 아닐 수 있다.17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서도 물리적 시스템과 밀접한 언어들 — C, 러스트, 임베디드 시스템용 언어들 — 은 순수 웹 개발 언어보다 더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 물리적 세계와의 접점이 깊을수록, 인간의 검증과 감사가 필요한 지점이 많아지고, 따라서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중간 표현의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VII. 역설과 시간차: 방어선은 영구적이지 않다#

한 가지 역설을 짚어야 한다. 물리적 접점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그 접점 자체를 디지털화하려는 시도도 동시에 가속된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3D 프린팅, 디지털 트윈 — 이 기술들의 궁극적 지향점은 물리적 세계를 비트의 영역으로 포섭하는 것이다. 오늘 안전해 보이는 물리적 방어선이 10년 후에도 유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영역에서도 동일한 역설이 작동한다. 현재 AI가 직접 기계어를 생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적 미성숙 때문이지, 원리적 불가능 때문이 아니다. 보안 검증, 형식 검증(formal verification), AI 생성 코드의 감사 가능성 — 이 문제들이 해결되는 속도가 곧 프로그래밍 언어의 잔여 수명을 결정한다.18

그러나 이 역설이 현재의 방어선을 즉각 무효화하지는 않는다. 디지털 세계를 자동화하는 것과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화하는 것 사이에는 난이도의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로봇이 인간 수준의 범용 물리적 조작 능력을 갖추는 것은 LLM이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엔지니어링 과제다. 마찬가지로, AI가 안전한 바이너리를 직접 생성하여 항공기 제어 시스템에 배포하는 것은 웹 애플리케이션 코드를 생성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검증 과제다. 이 시간차가 곧 전략적 윈도우다.

2026년 현재, xAI 내부에서도 매크로하드 프로젝트는 아직 구상과 야망의 단계에 있다. 공개된 것은 상표 출원과 채용 공고, 그리고 머스크의 발언뿐이며, 구체적인 제품이나 타임라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더욱이 xAI는 최근 공동 창립자 2명을 포함한 상당수의 핵심 연구인력 이탈을 겪고 있어,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19

VIII. 포춘 500과 프로그래밍 언어 생태계가 직면한 동일한 질문#

포춘 500 기업들이 지난 한 세기 동안 구축해온 경쟁 전략에는 하나의 공통된 전제가 깔려 있다: 경쟁자도 인간 조직이라는 것. 브랜드 구축, 인재 확보, 특허 포트폴리오,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 이 모든 전략적 자산은 상대방도 같은 물리적, 경제적, 생물학적 제약 안에서 플레이한다는 가정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프로그래밍 언어 생태계도 동일한 전제 위에 서 있다. 파이썬의 방대한 라이브러리 생태계, 자바의 엔터프라이즈 관성, 자바스크립트의 웹 독점 — 이 모든 경쟁 우위는 “코드를 작성하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가정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AI가 어떤 언어로든 동일한 품질의 코드를 즉시 생성할 수 있다면, 특정 언어의 생태계 규모는 경쟁 우위가 아니라 관성에 불과해진다.

모든 디지털 기업의 의사결정자와 모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는 이제 하나의 동일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의 출력물을 — 혹은 우리의 추상화 계층을 — AI 시스템이 동일하게, 혹은 더 잘 생산하지 못할 구조적 이유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우리 인재가 뛰어나서” 혹은 “우리 생태계가 풍부해서"라고 답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재의 우수성도, 생태계의 풍부함도 복제 가능한 역량이기 때문이다.20

답은 결국 하나의 축으로 수렴한다. 출력물이 물리적 세계와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가. 비트만으로 완결되는 사업은 비트만으로 대체될 수 있다. 비트만으로 완결되는 추상화 계층은 비트만으로 우회될 수 있다.

중간층 해체 이후의 세계#

인간은 자신의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위대한 중간층을 건설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인지적 사다리와, 기업이라는 조직적 분산 장치. 두 장치 모두 수십 년간, 수백 년간 견고하게 유지되어 왔고, 그 위에 거대한 산업과 문명이 구축되었다.

AI는 이 두 장치의 존재 전제 — 인간의 인지적 한계 — 를 공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두 장치의 해체 압력은 동일한 원리에서 비롯되며, 동일한 시간표 위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불필요해지는 세계와 기업이 불필요해지는 세계는 별개의 미래가 아니라 하나의 미래의 두 측면이다.

그러나 “해체"가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리적 세계와 얽힌 영역에서는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코드와 인간이 운영하는 조직이 계속 필요할 것이다. 규제, 안전, 책임 소재의 문제는 순수한 효율성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해체되는 것은 “비트만으로 완결되는 중간층"이다. 남는 것은 “아톰과 연결된 중간층"이다.21

기업이 내려야 할 결정과 프로그래머가 내려야 할 결정은 놀라울 정도로 동일하다. 현재 비트만 다루고 있다면, 물리적 세계로의 확장을 검토해야 한다. 이미 물리적 세계에 발을 딛고 있다면, 그 접점의 깊이와 복잡성을 더 키워야 한다. 매크로하드가 현실화되는 세계에서, 코드로 삭제당하지 않는 기업의 공통점은 하나다. 그 기업의 가치 사슬 어딘가에 반드시 아톰이 있다. 마찬가지로, AI로 우회당하지 않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공통점도 하나다. 그 언어의 실행 환경 어딘가에 반드시 물리적 세계와의 접점이 있다.

추상화는 정말로 끝나는가#

MIT Technology Review는 2025년 12월 기사에서 AI 코딩의 현실을 정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와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자사 코드의 약 25%가 AI로 생성된다고 주장했고,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6개월 내 모든 코드의 90%가 AI로 작성될 것이라 예측했다. 한편 컨설팅 업체 베인 앤 컴퍼니의 보고서는 실제 생산성 향상을 “평범한(unremarkable)” 수준이라 평가했고, GitClear의 데이터는 개발자당 지속 가능한 코드 생산량이 2022년 이후 약 10% 증가하는 데 그쳤음을 보여주었다.22

이 간극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추상화의 해체는 논리적으로는 선명하지만, 현실에서는 점진적이고 불균등하게 진행된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소멸과 기업의 소멸 모두 “내일 당장"의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도 아니다.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2025년 2월에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을 때, 그가 묘사한 것은 자연어로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고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이었다.23 이것은 프로그래밍 언어 해체의 첫 번째 징후다. 아직 기계어 직접 생성은 아니지만, 인간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직접 작성하지 않는 세계로의 이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매크로하드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실제로 대체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 프레임이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AI가 우리를 통째로 대체할 때, 우리 조직에서 AI가 복제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AI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째로 우회할 때, 우리 기술 스택에서 AI가 우회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동일한 질문의 두 변주다.

그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그것이 바로 위험 신호다.

해체의 현장에서#

이 글은 추상화 해체의 논리를 다뤘다. 그런데 그 해체는 실제로 개발자들에게 어떻게 경험되고 있는가?

2025년 12월, 안드레이 카퍼시는 “프로그래머로서 이만큼 뒤처졌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를 직접 만든 사람이, AI 코딩의 최전선에서 “뒤처짐"을 느낀다. 같은 시기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드를 만든 보리스 체르니는 한 달간 IDE를 열지 않고 259개의 PR을 AI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같은 도구, 극단적으로 다른 경험. 이전 글에서 분석했듯이, 이 격차의 원인은 문맥 복잡도에 있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문맥의 범위 안에서 작업하는 사람에게 AI는 마법이고, 그 범위를 벗어난 작업을 시키는 사람에게 AI는 쓰레기다.

이 문맥 복잡도 모델은 본 글의 “비트 대 아톰” 프레임과 정확히 겹친다. 비트만으로 완결되는 영역은 문맥이 디지털로 완전히 표현 가능한 영역이다. AI가 해당 문맥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을 때 중간층은 불필요해진다. 반대로, 물리적 세계와 얽힌 영역 — 센서로 포착되지 않는 맥락, 암묵지, 비선형적 상호작용 — 은 AI의 문맥 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복잡도를 내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에이전트 시스템이 기업 조직과 동일한 문제를 재현한다는 점이다. 에이전트 군단을 계층적으로 배치하면 — 루트 에이전트가 설계하고, 중간 에이전트가 모듈을 구현하고, 잎사귀 에이전트가 세부 함수를 작성하면 — 각 레이어에서 의도가 조금씩 왜곡된다. CEO의 지시가 말단에 도달하면 원래 의도와 괴리되는 기업의 전언 게임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AI가 기업이라는 인간적 중간층을 해체하면서, 동시에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중간층에서 같은 문제를 다시 만나고 있다.

결국 추상화의 해체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한 겹을 벗기면 그 아래에서 새로운 층이 드러난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직업은 “위상 전이"를 겪고 있다. 물이 증기가 되듯 같은 이름이지만 완전히 다른 상태로 변하고 있다. 코드를 쓰는 직업에서, AI의 출력을 검증하고 조율하는 직업으로. 타이핑에서 지휘로.

그리고 이 전이의 속도가 바로 카퍼시가 “진도 9의 지진"이라 부른 것이다. 추상화의 종말은 논리적으로는 선명하지만, 현장에서는 혼란과 불안과 격차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 격차를 이해하는 것이 해체의 시대를 건너는 첫 번째 단계다.



  1. Coase, R. (1937). “The Nature of the Firm.” Economica, 4(16), 386-405. 노벨상 수상에 관해서는 NobelPrize.org (1991) 참조. 윌리엄슨과 노스의 확장에 관해서는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2025년 4월), “From Coase to AI Agents” 참조. ↩︎

  2. Elon Musk, X 게시물 (2025년 8월 22일). 원문: “Join @xAI and help build a purely AI software company called Macrohard. It’s a tongue-in-cheek name, but the project is very real! In principle, given that software companies like Microsoft do not themselves manufacture any physical hardware, it should be possible to simulate them entirely with AI.” ↩︎

  3. 상표 출원: 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2025년 8월 1일 출원. Business Insider 최초 보도. xAI 전사 회의 발언: CapitalAI Daily (2026년 2월) 보도. ↩︎

  4. Interesting Engineering (2025년 8월 23일). “Elon Musk’s Macrohard AI project could ‘simulate Microsoft’s operations’.” 머스크의 2025년 7월 X 게시물에서 멀티 에이전트 구상 최초 언급. ↩︎

  5. 프로그래밍 언어의 역사적 발전 과정은 컴퓨터 과학의 표준 지식. IEEE Spectrum (2023년 3월), “Coding Made AI—Now, How Will AI Unmake Coding?” 참조. ↩︎

  6. MIT Technology Review (2025년 12월 15일). “The rise of AI coding.” 현재 AI 코딩 도구들의 작동 방식과 한계에 대한 포괄적 분석. ↩︎

  7. 팩트체크: AI의 직접 바이너리 생성은 2026년 2월 현재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설적 시나리오임. 머스크의 발언은 비전 수준이며 구체적 기술 로드맵이 공개된 바 없음. ↩︎

  8. OfficeChai (2026년 2월 11일). “Code Will Become Obsolete, Binaries Will Be Created Directly: Elon Musk On AI Impact.” 트왈프호벤의 주장에 머스크가 “Yes"로 응답. ↩︎

  9. 팩트체크: 신경망의 실시간 픽셀 생성은 현재 연구 단계에 있으나 범용적 구현은 존재하지 않음. 이는 원문(글1)의 사고 실험적 가설임. ↩︎

  10. 팩트체크: AI의 직접 기계어/바이너리 생성에 관한 기술적 난제(보안, 디버깅, 감사 가능성)는 학계와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문제임. 이것이 해결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 미해결 상태라는 의미임. ↩︎

  11. Coase (1937), 앞의 논문. “기업이란 정보 처리를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은 원문(글2) 필자의 프레이밍이며, 코스 원문의 직접적 표현은 아님. 그러나 거래비용 이론의 합리적 확장으로 볼 수 있음. ↩︎

  12. 논리적 추론: “프로그래밍 언어 = 인지적 추상화 계층"과 “기업 = 정보 처리 분산 장치"의 동형성은 필자의 분석적 프레이밍임. 학술적으로 확립된 비교가 아닌 점을 감안해야 함. ↩︎

  13. 팩트체크: “조직 문화의 가치는 경제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주장은 원문(글2) 필자의 강한 논증이며, 조직 행동론 분야에서는 반론이 다수 존재함. 특히 직원 만족도, 혁신 문화, 심리적 안전감 등이 장기적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풍부함. ↩︎

  14. 팩트체크: 이 동형 구조 분석은 필자의 이론적 구성임. 코스의 거래비용 이론을 프로그래밍 언어 역사에 적용하는 것은 참신한 유추이나, 독립적 학술 검증이 필요한 주장임. ↩︎

  15. Musk, X 게시물 (2025년 8월 22일). “software companies like Microsoft do not themselves manufacture any physical hardware” 원문. ↩︎

  16. 팩트체크: 안전 필수(safety-critical) 시스템에서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소스코드의 규제적 요구는 현재 DO-178C(항공), IEC 62304(의료기기) 등 국제 표준에 명시되어 있음. AI 생성 코드의 인증 문제는 2026년 현재 활발히 논의 중이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 ↩︎

  17. 팩트체크: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한 해석은 원문(글2) 필자의 분석임. 머스크의 기업 포트폴리오가 의도적으로 비트-아톰 접합부를 겨냥한다는 해석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음. ↩︎

  18. 팩트체크: 형식 검증(formal verification)과 AI의 결합에 관한 연구는 진행 중. MIT Technology Review(2025년 12월)에 따르면, LLM이 Dafny 언어 기반 형식 검증 문제의 60% 이상을 해결했다는 비동료 심사 연구가 존재함. ↩︎

  19. Fortune (2026년 2월 11일). “X-odus: Half of xAI’s founding team has left.” 공동 창립자 Jimmy Ba, Tony Wu를 포함한 다수의 핵심 인력 이탈 보도. xAI 내부의 기술적 과제와 경쟁 압력도 언급됨. ↩︎

  20. 논리적 추론: “인재의 우수성은 복제 가능한 역량"이라는 주장은 AI의 인지 능력이 인간과 동등하거나 상회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성립함. 현재 AI의 복합 판단 능력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으므로, 이 주장은 조건부로 수용해야 함. ↩︎

  21. 팩트체크: “비트만으로 완결되는 중간층은 해체되고, 아톰과 연결된 중간층은 남는다"는 이 글의 핵심 명제는 필자의 분석적 구성임. 설득력 있는 프레이밍이나,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조건부로 수용해야 함. ↩︎

  22. MIT Technology Review (2025년 12월 15일). 나델라·피차이의 25% 주장, 아모데이의 90% 예측, 베인 보고서의 “unremarkable” 평가, GitClear의 10% 데이터 모두 해당 기사에서 인용. ↩︎

  23. MIT Technology Review (2025년 12월 15일). 카르파시의 “vibe coding” 용어 소개 (2025년 2월). 원래는 OpenAI 창립 멤버이자 테슬라 AI 디렉터 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