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든 해외 창업자는 미국에서 세 달을 보내야 할까
Abstract: 창업자의 순례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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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스페인 출신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기예르모 플로르(Guillermo Flor)가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의 경험을 통해 얻은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해외 창업자들이 왜 반드시 미국,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일정 기간을 보내야 하는지, 그 필연성과 가치를 다섯 가지 관점에서 고찰합니다.
알아야 할 인물과 배경 지식#
A16Z Speedrun#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가 운영하는 12주 스타트업 프로그램. 전 세계의 유망한 창업자들을 샌프란시스코로 초청하여 집중적인 멘토링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가 설립한 a16z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로, 페이스북,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에 초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Speedrun 프로그램은 특히 해외 창업자들이 미국 시장을 이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미국에서의 삼 개월: 창업자의 필수 순례기#
I. 서문: 변호사에서 창업자로#
나는 항상 무언가를 창조해야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그 길이 명확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서의 안정된 길을 걷고 있었지만1,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순간, 내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확신은 너무나 강렬하여 즉시 직장을 그만두고 첫 회사를 창업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는 너무나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이나마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고 초기 트랙션을 얻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실패는 끊임없는 학습의 여정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II. 미국에서의 각성#
이후 나는 벤처캐피털 업계로 진출했고, 창업자와 투자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며 두 개의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국면이었다. 그리고 최근, 그 여정은 미국으로 이어졌다. 모든 것이 달라진 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창업자들과의 만남, Substack CEO와의 팟캐스트 녹음2, a16z speedrun의 데모데이 참석. 그러나 몇 달 뒤 경험한 뉴욕 테크 위크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단 일주일 동안 천 개의 행사, 수천 명의 빌더, 운영자, 크리에이터, 투자자들. 그 야망과 재능의 밀도는 유럽에서 일 년을 통틀어도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모든 대화, 모든 만남이 나의 사고를 더 빠르게, 더 크게 만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모든 해외 창업자가 이 경험을 해야 한다고.
III. 다섯 가지 깨달음#
첫째, 더 높은 수준의 개방성 (Higher Levels of Openness)#
미국에는 유럽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아이디어 개방성이 존재한다. 창업자든, 투자자든, 임원이든 그들의 기본적인 태도는 이렇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만들어 봅시다, 시도해 봅시다.”
유럽에서는 족보와 트랙션, 인맥을 먼저 살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재미있는 것을 만든다면 무명이어도 기회를 준다. 이러한 개방성만으로도 성공의 가능성은 열 배는 높아진다. 마크 앤드리슨이 위대한 혁신가의 자질로 꼽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openness였다3.
둘째, 극단적인 행동 중심주의 (The Bias Toward Action Is Insane)#
미국인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되면 즉시 실행에 옮긴다.
뉴욕 테크 위크 때의 일화가 있다. WeWork CEO에게 콜드 DM을 보냈더니 같은 날 답장이 왔고, 다음 날 바로 팟캐스트를 녹음했다. 시가총액 20억 달러 회사의 CEO다4. 유럽이었다면 비서를 거쳐 몇 단계를 밟고, 한 달 뒤에나 통화 일정을 잡았을 것이며, 결국 “불가능합니다"라는 답변을 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속도와 행동 중심의 문화가 스타트업을 날아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는 전염성이 있다.
셋째, 초기 빌더에 대한 존중 (Respect for Builders, Even Early Ones)#
유럽에서는 초기 창업자를 잘 인정해 주지 않는다. “시리즈 A를 받고 연간 반복 수익(ARR)이 100만 유로를 넘기면 다시 오십시오"라는 식이다.
미국은 정반대다. 만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 있다. 단계는 중요하지 않다. 대기업도 초기 창업자와 기꺼이 미팅을 잡는다. 그들이 존중하는 것은 야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창업자들은 더 빨리 움직이고, 초기 고객을 확보하며, 모멘텀을 만들어낸다.
넷째, 크게 생각하는 것이 일상 (Thinking Big Is Normal)#
스페인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크게 생각하는 것이 기본값이다.
새로운 AI 모델, 기후 기술, 하드 사이언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에너지가 도시 전체에 흐른다. 그 환경 속에서 나 자신도 더 큰 꿈을 꾸게 되고, 더 과감한 도전을 하게 된다.
다섯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재 밀도 (The Talent Density Is Unmatched)#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가장 똑똑하고 야심 찬 인재들로 가득하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카페에서의 대화, 우연한 소개, DM 한 통이 공동창업으로 이어진다.
그곳에 있기만 해도 수준이 향상된다. 기준이 높고 속도가 빠르다. 그러한 재능의 밀도 속에서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된다.
IV. 결론: 창업자의 필수 순례#
해외 창업자라면 영구 이주는 필요 없을지 몰라도, 방문은 필수다. 특히 경력 초기에는 매년 삼 개월은 미국에서 보내라.
그 경험은 당신의 사고를 열어주고, 야망을 확장시키며, 학습 곡선을 압축시킨다. 유럽이나 다른 어느 곳에서도 아직은 불가능한 방식으로.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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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법조계는 전통적으로 안정적이고 존경받는 직업군으로 여겨진다. 이를 포기하고 불확실한 창업의 길을 선택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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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stack은 뉴스레터 플랫폼으로, 독립적인 작가들이 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준다. CEO와의 직접적인 팟캐스트 녹음은 미국의 개방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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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현재 a16z의 공동 창업자로, 실리콘밸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 중 한 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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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Work은 공유 오피스 기업으로, 한때 470억 달러의 가치 평가를 받았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현재는 재건 과정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