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요크 애비뉴, 당시 소더비 뉴욕 본사(1334 York Avenue) 앞 보도에는 과일 노점이 하나 있었다. 그 노점에서 일하던 샤 알람은 하루에 바나나를 수십 개 팔았다. 값은 한 개에 35센트, 넷에 1달러였다. 넷을 사면 한 개에 25센트꼴이었다. 그는 일흔네 살의 이민자였다. 열두 시간씩 교대로 일했고, 브롱크스의 지하방 하나를 나눠 썼다.1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저녁이 되자 같은 건물 7층, 카펫이 깔린 아담한 경매장에서 '나우 앤드 컨템퍼러리 이브닝 경매'가 열렸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로트 10번이었다. 바나나 한 개를 덕트테이프로 벽에 붙인 작품이다. 경매 전 추정가는 100만~150만 달러였다.2 로트 10번이 오르자 방 안의 스마트폰이 거의 전부 따라 올라갔다. 로트에는 덕트테이프 한 롤과 바나나 한 개도 들어 있었다. 그 바나나는 소더비가 건물 앞 그 노점에서 가져온 것이었다.3
입찰은 80만 달러에서 시작했다. 500만 달러 언저리에서 호가가 잠시 멎었고, 웅성거림이 술렁임으로 커졌다. 경매사 올리버 바커가 말했다. "해머 나갑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입니다. 놓치지 마십시오." 객석에서 킥킥거리는 소리와 앓는 소리가 함께 새어 나왔다. 경합은 몇 분 만에 끝났다.4
해머가 내려왔을 때 호가는 520만 달러였다. 구매자 수수료를 더한 판매가는 624만 달러. 어퍼이스트사이드다운 점잖은 박수가 가볍게 터졌다.5
일곱 명이 다툰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쪽은 전화 입찰이었다. 소더비 아시아 부회장이 전화로 암호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을 대리해 부른 값이었다. 소더비는 그날의 결과 보도자료를 말장난으로 열었다. 입찰이 "went bananas", 곧 광란이 되었다고.6
아흐레 뒤, 홍콩
뉴욕의 해머가 내려오고 아흐레가 지났다. 11월 29일 금요일, 홍콩 페닌슐라 호텔의 한 연회장. 아무 장식 없는 벽 앞에 경매 회사 직원 차림을 한 남자 둘이 섰다. 밋밋한 벽에서 색이 있는 것은 노란 바나나 하나뿐이었다. 흰 셔츠에 검은 앞치마를 두른 두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빼곡한 쪽을 바라보았다. 기자와 인플루언서 수십 명 사이에 트론과 소더비의 직원들이 섞여 있었다. 선이 경호원과 보좌진을 거느리고 들어왔다.7
행사는 그가 2017년에 세운 회사 트론이 열었고,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선은 중국어로 길게 연설했다. 서른네 살의 그는 이 작품을 상징적이라 부르며 개념미술을 암호화폐에 빗댔다. 낙찰 직후 처음 10초는 믿기지 않았고, 다음 10초 동안 바나나를 먹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8
연설이 끝났다. 그리고 그는 바나나 하나를 먹었다. 중간 크기 바나나 한 개의 열량은 105킬로칼로리쯤이다.9
당시 요크 애비뉴의 노점은 바나나를 한 개에 35센트, 넷에 1달러에 팔았다. 11월 20일 수요일 저녁, 그 노점 뒤 건물 7층에서 선을 대리한 전화 입찰에 520만 달러로 해머가 내려왔고, 수수료를 더해 624만 달러짜리 낙찰이 났다. 아흐레 뒤 홍콩에서 그는 기자들 앞에서 바나나 하나를 먹었다. 참석자들은 덕트테이프와 바나나를 기념품으로 받아 갔다.11
4Maloy (2024-11-21): "Bidding began at $800,000" / "Around the $5 million mark, bidding briefly stalled, and the murmurs rose to a buzz." 같은 기사가 받아 적은 바커의 말은 "The hammer's coming out. This is it, final time. Don't let it slip away,"이고, 반응은 "titters and groans"였다. AP(2024-11-21, "Banana duct-taped to wall sells for $6.2 million at NYC art auction", CBS New York 전재)는 같은 대목을 "Don't let it slip away."로 짧게 적었다. 기자마다 받아 적은 문구가 조금씩 다르다. https://www.cbsnews.com/newyork/news/comedian-banana-duct-taped-to-wall-sothebys-auction/ Porterfield (2024-11-21): "sold for a hammer price of $5.2m ($6.2m with fees) at Sotheby's New York after a seven-minute bidding war." 다른 매체들은 경합에 걸린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적었다.↩
5Maloy (2024-11-21): "$5.2 million, before the addition of the buyer's premium". 수수료를 더한 총액은 같은 기사에서 "$6.24 million". 해머 뒤의 반응은 "A mild eruption of polite Upper East Side applause broke out".↩
7Hawkins, A., with agencies (2024-11-29). Crypto entrepreneur eats banana art he bought for $6.2m. The Guardian/AFP. Irish Times 전재: "At a function room at the Peninsula hotel in Hong Kong, two men dressed as auction house staff stood in front of a featureless wall with the yellow banana offering the only splash of colour." 기자·인플루언서가 수십 명이었다는 것도 이 기사가 적었다. https://www.irishtimes.com/culture/art/2024/11/29/crypto-entrepreneur-eats-banana-art-he-bought-for-62m/ Quinn, C. (2024-12-02 갱신). I Watched Justin Sun Eat the World's Most Expensive Banana. I Don't Get It. CoinDesk. Yahoo Finance 전재: "On either side, two blank-faced men in white shirts and black aprons stared into the sea of cameras and smartphones." 청중에는 기자·미술계와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과 함께 "Tron and Sotheby's employees"가 있었고, 선은 경호원·보좌진과 함께 입장했다. https://finance.yahoo.com/news/watched-justin-sun-eat-worlds-125103071.html↩
9U.S. Department of Agriculture,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2019-04-01). FoodData Central, SR Legacy, "Bananas, raw" (FDC ID 173944). 에너지 "89.0 kcal"(100 g당), 중간 크기(길이 7~7⅞인치) 한 개 118.0 g. 105킬로칼로리는 89 × 118 ÷ 100 = 105.02의 계산값이다. 같은 데이터베이스의 Foundation 항목 "Bananas, ripe and slightly ripe, raw"(FDC ID 1105314)는 100 g당 97 kcal로 적는다. 뉴욕과 홍콩의 바나나는 크기가 기록되지 않았다. https://fdc.nal.usda.gov/food-details/173944/nutrients↩
10Quinn (2024-12-02 갱신)은 연설 다음을 "Then he ate it."으로 적었다. Hawkins (2024-11-29): "It's much better than other bananas," … "It's really quite good." 따옴표 속 영어는 중국어 발언을 옮긴 통신사의 번역이며, AP는 같은 말을 "It tastes much better than other bananas. Indeed, quite good,"로 옮겼다.↩
11Hawkins (2024-11-29)는 참석자들이 기념품으로 덕트테이프 한 롤과 바나나 한 개를 받았다고 적었고, Quinn (2024-12-02 갱신)은 참석자들이 작품 복제본과 테이프, 바나나를 받아 갔다고 적었다.↩
1부
밥의 장부
1장
보리 한 쿠르
람세스 3세 29년, 데이르 엘메디나
람세스 3세 재위 29년, 겨울 둘째 달 열흘째 날. 왕가의 계곡에서 왕의 무덤을 짓던 일꾼들이 네크로폴리스를 지키는 초소 다섯 곳을 차례로 지나 나왔다. 그들은 "배고프다"고 했다. 이 달도 벌써 열여드레가 지났다고 했다. 그러고는 투트모세 3세 신전 뒤에 가서 앉았다.1 이 일을 적은 사람은 필경사 아멘나크트였다.2
이튿날 서기 펜타웨레트가 과자 55개를 가져왔다. 그다음 날 일꾼들은 람세스 2세의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굶주림과 목마름을 호소했고, 옷도 기름도 생선도 채소도 없다고 했다. 이 사정을 파라오와 재상에게 써 올려 달라고 했다. 그날, 겨울 첫째 달 치 배급이 나왔다. 번역자의 계산으로 약 3주 늦은 것이었다.3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나흘 뒤에는 한 사람에게 보리 반 자루씩 주라는 말이 나왔다. 여름 첫째 달 열사흗날에는 테베의 시장이 에머밀 50자루를 주겠다며, 파라오가 배급을 줄 때까지 이것으로 버티라고 했다.4
그들이 기다린 것은 품삯이었고, 품삯은 곡물이었다. 파업 중에 적힌 지급 목록은 자루 수로 되어 있다. 십장 7½자루, 일꾼 18명 각 5½자루.5 한 달 치 몫을 적은 다른 목록도 남아 있다. 일꾼 한 사람이 한 달에 받는 것은 에머밀 4카르와 보리 1½카르, 십장은 에머밀 5½카르와 보리 2카르였다. 에머밀은 빵이 되고, 보리는 맥주가 되었다.6 같은 목록에는 경비와 문지기와 하녀들, 그리고 의사의 몫도 적혀 있다. 의사의 한 달은 보리 ¼카르와 에머밀 1카르였다.
일꾼들이 초소를 지나며 한 말은 "배고프다"였다. 품삯이 늦는 일과 밥이 늦는 일이 이 마을에서는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같은 곳에서 물건값을 적을 때는 곡물이 아니라 구리의 무게를 썼다고 전한다. 곡물 1카르는 구리 2데벤, 1데벤은 91그램이었다. 값은 구리로 적었지만, 그 구리가 실제로 손에서 손으로 오가지는 않았다고 한다.7
기원전 18세기, 샤두품
1945년부터 1947년 사이, 이라크 고고학자 타하 바키르와 사이드 무함마드 알리 무스타파가 텔 하르말을 팠다. 고대 도시 샤두품이 있던 자리다. 행정 건물의 한 방에서, 샤두품 총독 난나-만숨에게 온 편지 스물한 통 사이로 점토판 하나가 나왔다.8 같은 방의 편지 한 통은 소를 도둑맞은 사건에 이 법의 한 조문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9 판의 머리는 깨진 날짜 문구이고, 왕의 이름 자리가 부서져 있다. "에슈눈나의 왕권"이라는 말이 읽힌다.10
두 줄 괘선 아래, 법의 첫 줄은 이렇다. 보리 1쿠르 — 은 1세겔에.11 동사는 없다. 아홉 줄이 같은 모양으로 뒤따른다. 고급 기름 3실라, 양털 6마나, 소금 2쿠르, 구리 3마나…… 모두 "은 1세겔에"로 끝난다. 보리는 이 목록의 첫 품목이다. 열 가지 물건을 한 줄로 세우는 공통분모는 은이다.
바로 다음 조문부터 단위가 바뀐다. 기름을 짜낸 1실라의 값을 "그것의 곡물"로 적는다. 삯도 곡물로 적는다. 수레와 소와 몰이꾼을 종일 빌리면 곡물 100실라, 은으로 치르면 3분의 1세겔. 추수꾼은 곡물 20실라, 은으로 치르면 12세.12 여기서 셈을 한 번 해 볼 만하다. 12세는 1세겔의 15분의 1이고, 첫 줄의 비율(1세겔에 300실라)로 바꾸면 20실라다. 3분의 1세겔은 100실라다. 삯에 붙은 은 액수는 첫 줄의 비율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한 달 일하는 일꾼의 삯은 은 1세겔, 그리고 먹을 것으로 곡물 60실라였다.13 추수 선금으로 은 1세겔을 받고 일하지 않은 사람은 은 10세겔을 물어야 했다. 빌려준 것에 붙는 이자도 두 가지로 적혔다. 은을 빌려주면 5분의 1, 보리를 빌려주면 3분의 1이었다.14
여기서 멈추고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삯을 곡물로 적은 법이 왜 은 액수를 곁에 적었을까. 조문은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적혀 있는 것은 두 액수가 서로 바꿔 셀 수 있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뿐이다.
우르 3왕조의 배급표
그보다 앞선 우르 3왕조의 행정 문서에서는 보리가 달마다 나갔다. 사르곤 시대와 우르 3왕조의 문서 수백 건에서 재구성한 표준은 성인 남자 60실라, 여자 30실라, 아이 25·20·15·10실라였다. 기름과 양털은 해마다 한 번 나갔다.15 실제 목록은 표준에서 꽤 벗어난다. 한 목록은 사내 몫을 농부 125실라부터 노인 50실라, 30실라까지 적었다.16
이 보리는 품삯이 아니었다. 받는 이들은 반자유민이었고, 문서의 낱말은 '배급'이다. 품을 판 고용인에게 준 삯의 사례는 따로 있다. 한 달에 보리 210실라, 삯 150실라에 배급 60실라를 얹은 것이다.17 그리고 보리 약 300실라에 은 1세겔이라는 비율은 이 행정 문서들에 이미 있었다.18
우르 3왕조의 서기들은 값을 적을 때 두 가지 말을 썼다. '그것의 은'과 '그것의 보리'. 보리와 은은 둘 다 셈의 단위이자 주고받는 것이었고, 쌓아 두는 것은 은이었다. 기르수의 보리 장부에서는 보리가 주로 셈의 단위였고, 보리 대신 은을 낼 때는 1쿠르를 1세겔로 매겼다.19
세 장부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적힌다. 배급과 삯은 곡물로 적혔다. 물건값은 금속의 무게로도 적혔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은, 이집트에서는 구리였다. 에슈눈나 법이 삯에 은 액수를 곁들일 때는 곡물과 은의 비율이 그대로 따라왔다.
그래도 남는 반론
이것은 특정 궁정과 신전의 장부일 뿐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맞다. 파업 파피루스는 왕의 무덤을 짓는 한 마을의 기록이고, 에슈눈나의 조문은 한 왕국의 법이 총독의 방에서 나온 것이며, 우르 3왕조의 배급표는 국가 기관이 반자유민에게 준 몫이다. 궁정 밖 장터에서 무엇이 무엇과 바뀌었는지는 이 장부들이 말하지 않는다. 우르 3왕조에서 보리 1쿠르에 은 1세겔이라는 등가를 명시한 칙령은 발견되지 않았고, 움마의 상인 장부에서는 보리의 은 가치가 180퍼센트나 흔들렸다.20 장부의 등가는 장부의 등가다.
옛사람들의 거래를 떠올리면 흔히 물물교환의 장면이 먼저 온다. 보리 자루와 양 한 마리를 맞바꾸는 장터.21 그런데 남은 기록은 다른 것이다. 은 1세겔에 맞춘 물건값 목록, 곡물로 적고 은 액수를 곁들인 삯, 달마다 나가는 배급표, 그리고 밥이 늦어서 멈춘 일터.
아멘나크트가 적은 자루는 에머밀과 보리였고, 우르 3왕조의 서기가 적은 것은 보리 실라였다. 그것이 무엇만큼의 먹을 것인지를 이 장부들은 부피로 셌다. 그 부피 안에 든 것을 잰 사람들은 삼천 년도 더 지나서 나타난다. 보리 60실라가 한 사내의 한 달이었다면, 한 사람의 한 달은 얼마만 한 에너지인가?
주
1날짜와 외침은 Frandsen, P. J. (1990). Editing Reality: The Turin Strike Papyrus. In S. Israelit-Groll (ed.), Studies in Egyptology Presented to Miriam Lichtheim I, Jerusalem: Magnes, pp. 166–199(쪽수는 2차 표기)의 영역(29년 겨울 2월 10일 항목, 주 2)을 따랐고, J. Cromwell, "The First Recorded Strike in History", Papyrus Stories, 2022-03-15와 일치한다. 소장처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의 해설은 같은 날을 범람기 2월 10일로 적고, 18이라는 숫자를 "이 달 18일째 신전 뒤에 가 앉는다"로 읽는다. 연도는 기원전 1157년경(libcom 전재본)·1158년경(영어 위키백과의 CAH 인용) 등 출처마다 다르고, 박물관의 재위 연대로 계산하면 1159년이다. Frandsen 원본 미대조, 영역은 전재본(libcom, "Records of a strike in Egypt under Ramses III")에 따른다.↩
2Museo Egizio, Torino. "Strike Papyrus", Cat. 1880. Collection online, 해설 1–2문단: 필경사 아멘나크트가 신관문자로 쓴 보고서, 람세스 3세(재위 기원전 1187–1157) 때 데이르 엘메디나의 파업, 950 × 450 mm, 1824년 드로베티에게서 구입. https://collezioni.museoegizio.it/en-GB/material/Cat_1880↩
3Frandsen (1990), 29년 겨울 2월 11·12일 항목과 주 15·18·19. 과자는 28개와 27개 두 몫이었다. 본문의 '기름'은 이 영역의 12일 항목에서 향유(ointment)다. 배급이 약 21일 늦었다는 계산은 번역자의 주석이며, 주 3에 따르면 급여일을 21일로 볼지 28일로 볼지는 해석이 갈린다. 이 파피루스는 여러 기록을 한데 편집한 것이다(주 7·17).↩
4Frandsen (1990), 29년 겨울 2월 15(16)일 항목과 여름 1월 13일 항목. 15(16)일 항목의 '보리'에는 번역자의 물음표가 붙어 있고, 주석에 따르면 이때의 보리는 맥주용이다.↩
5Frandsen (1990), 29년 겨울 2월 17일 항목. 주석에 따르면 신왕국의 자루는 약 80리터였다. 같은 파피루스의 2월분 목록은 오른쪽 조를 십장 7½, 서기 3¾, 일꾼 8명 각 5½(8명 몫 44자루. 세 항목을 더하면 7½ + 3¾ + 44 = 55¼자루 — 계산)로 적고, 왼쪽 조도 같다.↩
6O. Cairo CG 25608, 여름 2월분 왼쪽 조의 배급 목록 — A. G. McDowell, Village Life in Ancient Egypt (Oxford, 1999), p. 233의 번역(2차 전재본). 일꾼 17명 각 보리 1½ + 에머밀 4, 십장 보리 2 + 에머밀 5½카르. 1카르의 부피는 76.88리터(Gale, World Eras, Janssen 1975에 근거), 76.89리터, 약 80리터로 출처마다 조금씩 다르다. 오스트라콘과 McDowell·Janssen의 원본 미대조, 수치는 2차 자료 여러 곳에서 서로 일치한다. 일꾼 한 사람 몫이 한 사람이 먹는 양을 넘는다는 점에서 가족 부양분으로 보는 설명이 있으나, 이것도 2차 자료의 주장이다.↩
7"Prices of Commodities", Gale, World Eras (encyclopedia.com 전재; 출처로 Janssen 1975와 Bleiberg 2001을 든다): 이집트에는 주화가 없었고 값은 금속의 무게로 표시했으나 그 금속이 실제로 건네지지는 않았다는 서술, 1카르 = 4오이페 = 구리 2데벤, 1데벤 = 91그램 = 10키테. Janssen 원본 미대조.↩
8Parrot, A. (1958). [서평] A. Goetze, The Laws of Eshnunna (AASOR 31, 1956). Syria 35(1–2), p. 129 첫 문단 — 발굴 연도와 두 발굴 책임자, 두 판(IM 51059, IM 52614). 출토 방은 Bendellal (2013), p. 79. 두 판이 어느 해에 나왔는지는 "1945–1947 발굴"(Parrot)과 "두 판 모두 첫 시즌"(Bendellal)으로 서술이 조금 다르다.↩
9Bendellal, D. (2013). Les lois d'Eshnunna, un recueil de lois destiné à être appliqué ? N.A.B.U. 2013/3, no. 48, pp. 79–80. IM 51059는 '세라이' 5호실에서, 같은 방의 편지 IM 51105는 바디둠의 소 도난 사건에 제40조(장물을 모르고 산 사람)를 적용한다. 총독들이 이 법을 재판에 썼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10CDLI P480693(IM 51059). 날짜 문구에서는 "…21일… 에슈눈나의 왕권… 1년 안에 강한 무기로 정복"이 읽힌다. 합성본은 부서진 왕 이름 자리를 다두샤(재위 ?–기원전 1780)로 복원하며, CDLI도 연대 칸에 "Dāduša.00.00.00 ?"라고 물음표를 단다. Parrot (1958)은 두 판을 다두샤 시대의 사본으로, 원본은 더 오래된 것으로 본다. 함무라비의 재위(기원전 1792–1750, 루브르 Sb 8)와는 겹친다.↩
11CDLI (2015–2017). P480696 = RIME 4.05.19.add03, Laws of Eshnunna composite, §1, 8행(아카드어 정규화): "1 kurrum ûm ana 1 šiqil kaspim". 나머지 품목은 고급 기름 3실라, 기름 12실라, 돼지기름 15실라, 역청(판독 불확실) 4바리그, 양털 6마나, 소금 2쿠르, 잿물 1쿠르, 구리 3마나, 가공 구리 2마나. https://cdli.earth/artifacts/480696 — §1에는 동사가 없으므로 이것을 '가격표'나 '최고가격'으로 부르는 것은 해석이다. 보리 약 300실라에 은 1세겔이라는 비율 자체는 3천년기 행정 기록에 이미 있다(Gelb 1965, p. 237).↩
12같은 합성본 §2(기름 추출분 1실라의 값: 곡물 30·25·8실라, "še-bi / ûšu"), §3(수레·소·몰이꾼 종일: 곡물 1바리그 4반 = 100실라 또는 은 1/3세겔), §7(추수꾼: 곡물 2반 = 20실라 또는 은 12še). §7에는 '하루'라는 말이 없다. 은 1세겔 = 180še는 §18a의 이자율 표기("36/180")에 근거한다.↩
13같은 합성본 §11: "idi agrim 1 šiqil kaspum 1 pān ûm ukullêšu warḫam ištēn illak". 한 달 복무하는 일꾼의 삯이 은 1세겔, 그의 식량이 곡물 1바리그(60실라)다.↩
14CDLI P480696 합성본 §9(추수 선금 은 1세겔, 불이행 시 은 10세겔)와 §18a(은은 1세겔당 1/6세겔 6še = 36/180, 보리는 1쿠르당 1바리그 4반 = 100/300).↩
15Gelb, I. J. (1965). The Ancient Mesopotamian Ration System. Journal of Near Eastern Studies 24(3), 230–243, p. 236의 "standard rations" 표. 보리는 월 1회, 기름(남 4실라)과 양털(남 4마나)은 연 1회. 이 값은 사르곤과 우르 3왕조 시대 문서들에서 재구성한 표준이며 한 장의 배급표가 아니다. Gelb는 실라를 'quart'로 옮기고 리터로 환산하지 않는다. 실라를 대체로 1리터쯤으로 보는 근거는 Ellison, R. (1981). Diet in Mesopotamia. Iraq 43(1), 35–45, pp. 37–38(초기왕조 III은 0.83–0.88리터).↩
16Gelb (1965), p. 233. 우르 3왕조 CST 263: 남 125·75·60·50·40·30실라(125는 농부, 50은 노인), 여 30실라. 라가시의 CT III 9f에서는 남자 대부분이 60, 여자는 보통 35실라다.↩
17Gelb (1965), pp. 230–231, 240–243. 배급(še-ba)을 받는 이는 반자유민(guruš 계층)이고, 고용인(lú-hun-gá)의 삯(á)은 우르 3왕조 후기부터 주로 고바빌로니아 시대에 퍼진다. 월 210실라(삯 150 + 배급 60)는 p. 231.↩
18Gelb (1965), p. 237 — 파라 시대부터 우르 3왕조까지 보리값이 "대략" 은 1세겔에 300실라로 안정되어 있었다는 서술.↩
19Cripps (2017), §2.4("그것의 은" ku3-bi)와 MVN 8, 179("그것의 보리" še-bi), §3.3(신수메르 시대에 보리와 은은 모두 계산 단위이자 교환 매개였고 가치 저장은 은이 맡았다), §9(기르수 보리 장부). 1쿠르 = 1세겔은 장부 속의 등가이며, 이를 시장 가격으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20Cripps, E. L. (2017). The Structure of Prices in the Neo-Sumerian Economy (I): Barley:Silver Price Ratios. Cuneiform Digital Library Journal 2017:2 (CC BY 4.0), §4.2(움마 상인 장부의 180% 변동, Englund 2012a 인용)와 §9(157개 실례의 중앙값·최빈값은 1쿠르/세겔이나 분포가 넓고, 이를 명시한 칙령은 없다). 우르 3왕조에서 가치의 기준이 은이었는지(Englund) 보리였는지(Cripps는 기르수 장부에서 보리가 주된 계산 단위였다고 본다)는 학계의 쟁점이다. https://cdli.earth/articles/cdlj/2017-2↩
21Humphrey, C. (1985). Barter and Economic Disintegration. Man (N.S.) 20(1), 48–72, p. 48: "No example of a barter economy, pure and simple, has ever been described". 이 문장은 D. Graeber, Debt (2011)를 거쳐 널리 알려졌다. 원문 미대조, 2차 인용 세 곳의 문구가 서로 일치한다. 이 문장은 물물교환 경제가 기술된 적이 없다는 말일 뿐, 곡물이나 먹을 것의 단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2장
25센트어치의 칼로리
1896년, 미들타운
1896년 2월 17일 오전 11시, 코네티컷주 미들타운의 웨슬리언 대학 오렌지 저드 과학관 지하실. 스물아홉 살 스웨덴인이 구리로 된 방에 들어갔다. 그는 실험실 관리인이었고, 보고서의 말로는 "잘 먹는 사람"이었다.1 방은 길이 7피트, 폭 4피트, 높이 6피트 4인치. 접이식 의자와 탁자와 침대가 있었다. 문을 봉하면 공기가 새지 않았지만, 계량된 바깥 공기가 쉬지 않고 드나들었다. 사람이 며칠 밤낮을 그 안에서 살고, 먹고, 마시고, 자고, 일하도록 만든 방이었다.2 그는 평소 먹던 음식을 스스로 골라 54시간을 머물렀다.3 보고서는 그가 방 안의 체류를 아주 즐겁게 여기지는 않았다고 적는다. 두 번째 실험이 끝나갈 무렵 그는 몸이 좀 아팠다. 저자들은 그 까닭을 탁한 공기가 아니라 방 안 생활의 긴장과, 무슨 탈이 날지 모른다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찾았다.4
방을 만든 사람은 애트워터(W. O. Atwater)였고, 물리학자 로사(E. B. Rosa)가 1892년 장치 작업이 시작될 때부터 함께했다. 이 방은 사람에게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전부 쟀다. 1897년 5월의 실험에서 피험자는 방 안의 고정 자전거를 하루 여덟 시간쯤 밟았다. 벨트가 작은 발전기를 돌렸고, 발전기는 방 안의 백열전구를 켰다. 보고서는 이런 작업 실험이 재는 것을 "기계로서의 사람의 효율"이라 풀었다.5 의자에서 일어서거나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기만 해도 바깥의 관측자가 검류계로 곧바로 알아챘다. 들어간 에너지와 나온 에너지의 차이는 두 실험에서 +1.5퍼센트와 −2.7퍼센트, 평균 −0.6퍼센트였다. 그래도 두 사람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 사람 몸에서 완전히 입증되었다고 쓰지 않았다. 그들이 쓴 말은 "입증에 상당히 가깝다"였다.6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사람 하나를 이렇게까지 재서 어디에 쓰려 했는가. 보고서의 마지막 문단은 직업과 계층이 다른 사람들에게 맞는 음식의 양, 그리고 가축을 먹이는 일의 경제를 꼽는다.7
사람이 먹는 것을 에너지로 세는 이 셈을 우르 3왕조의 배급 기록에 대 보면, 여러 기록에서 재구성한 성인 남자의 한 달 표준 몫인 보리 60실라는 다 먹고 흘린 것이 없다고 칠 때 하루 약 4,370~5,510킬로칼로리다. 에슈눈나의 법이 한 달 일하는 일꾼의 식량으로 적은 1바리그도 같은 60실라다.8
25센트
칼로리는 오늘 다이어트의 낱말이다. 그러나 이 낱말이 미국 대중 앞에 나온 자리 가운데 하나는 장바구니 셈이었다. 1887년 7월 애트워터는 대중 잡지 『센추리』에 음식의 "잠재 에너지"를 쓰며 칼로리를 정의했다. 물 1킬로그램의 온도를 1도 올리는 열. 그 호에 붙은 연재 표제는 「음식의 화학과 경제」였다.9 1894년 농무부 농민회보 23호는 같은 단위로 도표를 그렸다. 제목은 "25센트로 얻는 여러 식품의 실제 영양분". 25센트로 등심을 사면 1,120칼로리, 굴을 사면 230칼로리, 밀가루를 사면 11,755칼로리였다.10 같은 동전이 음식에 따라 쉰 배 넘게 다른 양을 샀다. 회보는 덧붙였다. 아껴야 할 사람일수록 가장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11
그 여섯 해 전, 1888년 1월의 『센추리』에서 애트워터는 한 사람의 자랑으로 글을 열었다. "내가 식구들에게 가장 좋은 밀가루, 가장 고운 설탕, 최상품 고기를 먹이지 않는다고는 아무도 말 못 한다." 주급 7달러를 버는 석탄 노동자의 말이었다. 그는 좋은 버터가 파운드당 25센트일 때 29센트짜리를 샀다. 아홉 식구는 붐비는 셋집에 살았고, 그들이 자는 방에는 창문도 벽장도 없었다. 애트워터는 이것을 경제로도 위생으로도 "엄청난 실수"라 불렀다.12
1902년의 142호는 동전을 10센트로 줄였다. 등심 515칼로리, 굴 125칼로리, 양배추 460칼로리, 밀가루 5,410칼로리. 그리고 이 문장. "시장에서 가장 서투르게 쓰이는 것은 가난한 사람의 돈이다."13
오늘 미국 식품 라벨에 찍히는 대문자 칼로리, 곧 킬로칼로리는 이 1887년 기사와 1894년 회보에서 왔다.14 단위 자체는 더 오래되었다. 1819년에서 1824년 사이 파리의 열기관 강의에서 처음 쓰였다고 전하고, 애트워터가 쓴 1그램당 열량도 독일 생리학자 루브너의 추정치였다. 단위는 유럽의 열학과 생리학이 만들었다. 그것을 미국의 부엌까지 들고 간 것은, 몇 센트로 얼마를 사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한 시간어치의 쌀
같은 셈은 지금도 쓰인다. 경제사가 앨런(R. C. Allen)과 동료들은 1738년부터 1925년까지 중국의 임금을 유럽·일본·인도와 견주려고 "뼈만 남은" 바구니를 짰다. 하루 1,940칼로리, 대부분 그 도시에서 가장 싼 탄수화물이다 — 쌀, 수수, 폴렌타, 귀리. 노동자가 1년에 250일 일해 번 돈으로 이 바구니를 식구 몫만큼 살 수 있으면 비율은 1이다.15 앨런은 뒤의 글에서 18세기 런던의 노동자가 최저생계의 네 배쯤을 벌었다고 쓴다. 그 바닥도 고정된 값은 아니었다. 같은 글에서 그는 이 기준이면 네 식구의 1인당 섭취가 1,455칼로리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1인 2,100칼로리를 제안했다.16
2026년 한국의 최저시급은 10,320원이다.17 2026년 9월 28일 쌀 20킬로그램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62,731원이었다. 한 시간 일한 돈으로 쌀 3.29킬로그램을 산다. 미국 농무부 기준으로 생쌀(단립종) 100그램이 358킬로칼로리이니 약 11,780킬로칼로리, 어른이 하루 2,000킬로칼로리를 먹는다고 치면 약 5.9일치다. 반찬도, 밥 지을 연료도 넣지 않은, 쌀만 먹는다면의 바닥 셈이다.18 우연히도 이 숫자는 1894년 25센트어치 밀가루의 11,755칼로리와 비슷하다. 곡물도 해도 다르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셈들이 모두 기대는 문장이 하나 있다.
"돈은 칼로리로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 문장은 자(尺)다. 값이 왜 그만큼 매겨졌는지를 재는 자가 아니라, 그 값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를 재는 자다. 그리고 이 척도의 칼로리는 음식 칼로리다 — 자를 기계 에너지로 넓히지 않는다. 미들타운의 방에서 사람은 기계처럼 재어졌지만, 이 자가 재는 것은 그 사람이 먹은 쪽이다.
이 자로 바나나를 한 번 재 보자. 수수료를 포함한 판매가 624만 달러를, 그 노점의 한 개 값 35센트(넷이면 1달러)로 나누면 바나나 약 1,783만 개다. 한 개를 약 105킬로칼로리로 치면 약 18억 7,236만 킬로칼로리, 하루 2,000킬로칼로리로 약 2,563년이다. 한 개 35센트라는 값이 끝까지 고정되고, 한 개가 약 105킬로칼로리이며, 사람이 하루 2,000킬로칼로리를 먹는다고 할 때의 숫자다. 산술 비교이지 실제 식량 확보량이 아니다.19
64퍼센트
가장 강한 반론은 애트워터 자신의 회보에 있다. 1894년 23호의 한 표는 수입 가운데 식비의 몫을 적었다. 매사추세츠에서는 연 350~400달러를 버는 노동자가 64퍼센트, 1,200달러가 넘는 가계가 51퍼센트였다. 같은 표의 독일 칸도 연 225~300달러 노동자 62퍼센트에서 750~1,100달러 층 50퍼센트로 내려간다.20 그보다 앞서 1888년 『센추리』의 한 각주는 같은 경향을 "엥겔 박사"의 독일 수치와 함께 한 문장으로 적었다. "소득이 늘수록 식비의 상대적 비율은 줄고 '잡비'의 비율은 커진다."21
자는 그대로인데, 자가 잴 몫이 줄어든다. 수입의 6할 넘게를 먹을 것에 쓰는 집에서 시급을 쌀로 바꾼 숫자는 형편의 대부분을 말해 준다. 넉넉한 집에서는 점점 작은 조각만 말해 준다. 이 반론이 좁히는 것은 자의 눈금이 아니라 자가 닿는 범위다. 이 자가 정말 약해지는 것은 반대쪽 끝에서 관측이 나올 때다 — 가장 가난한 가계에서도 먹을 것의 몫이 작아서, 시급을 쌀로 바꾼 숫자가 누구의 형편도 말해 주지 못하게 될 때.
애트워터는 자 바깥에 남는 것도 적었다. 1894년에는 음식 값이 영양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썼고, 1902년에는 더 구체적으로 썼다. "비싼 음식 값의 대부분은 겉모습, 맛, 또는 희귀함에 치러진다."22 그가 말한 것은 음식의 값이다.
자는 바나나를 105킬로칼로리로 잰다. 그렇다면 나머지 값은 누가 정하는가.
주
1Atwater, W. O., Woods, C. D., & Benedict, F. G. (1897). Report of Preliminary Investigations on the Metabolism of Nitrogen and Carbon in the Human Organism, with a Respiration Calorimeter of Special Construction. USDA Office of Experiment Stations Bulletin No. 44, p. 40: "The subject in this experiment was a Swede 29 years of age who acted as laboratory janitor and was accustomed to a moderate amount of muscular work. He would be called a hearty eater."↩
21896년의 방은 Bulletin 44, pp. 12–13이 기술한다. 위치는 "the basement of the Orange Judd Hall of Natural Science", 내부 치수는 "Length, 2.15 meters; width, 1.22 meters; height, 1.92 meters"이고, 내벽은 구리, 외벽은 아연이며, 방 안에 "conveniences for sitting, sleeping, eating, and working"이 있었다. 피트 표기와 계량 환기는 Atwater, W. O., & Rosa, E. B. (1899). Description of a New Respiration Calorimeter and Experiments on the Conservation of Energy in the Human Body. USDA Office of Experiment Stations Bulletin No. 63, pp. 13, 16. 가구와 쓰임새는 같은 회보 p. 13: "A chamber in which the subject of the experiment, a man, lives, eats, drinks, sleeps, and works during a period of several days and nights. The chamber is furnished with a folding chair, table, and bed."↩
3Bulletin 44, pp. 11, 40–41. 첫 실험은 1896년 2월 15일 아침에 시작되었고, 방 안 체류는 2월 17일 오전 11시부터 19일 저녁까지 2¼일(54시간)이었다. 식단은 피험자가 고른 평소 음식이다. 이 회보가 보고하는 인체 실험은 "winter of 1895-96"의 것이다(전달서, 1897-06-28).↩
4같은 회보 p. 40: "it became evident that he did not find the sojourn in the chamber entirely agreeable" / "an undefined and unfounded fear that some trouble might result". 두 번째 실험은 1896년 2월 24~28일.↩
5Bulletin 63, p. 76: "that is, the efficiency of the man as a machine." 작업 실험(No. 6, 1897년 5월)의 고정 자전거·발전기·전구는 pp. 77–78, 하루 작업 출력 추정 "not far from 250 calories"는 p. 76. 이 실험의 피험자는 E. 오스터버그(31세, 실험실 관리인 겸 화학 조수)다 — Atwater, W. O., & Benedict, F. G. (1899; rev. 1900). Experiments on the Metabolism of Matter and Energy in the Human Body. USDA OES Bulletin No. 69, pp. 29–30. 1896년의 스물아홉 살 관리인과 같은 사람인지는 두 회보가 직접 적지 않는다. 장치 작업의 시작(1892)과 로사의 참여는 Bulletin 44의 전달서.↩
6Bulletin 63, p. 94: "…perhaps be unwarranted in assuming that the experiments thus far made completely demonstrate the application of the law of the conservation of energy in the human organism. They do, however, seem to us to be reasonably near to such demonstration". 검류계 감도는 p. 88, 수지 차이(휴식 No. 9 +1.5%, 작업 No. 6 −2.7%, 평균 −0.6%)는 pp. 86, 89.↩
7같은 회보 p. 94. 응용으로 "people of different classes, with different occupations"에 맞는 식품의 양과 "the economy of feeding domestic animals"를 든다.↩
8계산: 보리 1실라의 열량 = 부피밀도(kg/L) × 1,000 × 1그램당 열량(kcal/g) × 1실라의 부피(L). 1그램당 열량은 USDA FoodData Central (SR Legacy) "Barley, hulled"(FDC 170283)의 354kcal/100g이다. 부피밀도는 0.618kg/L(USDA ERS (1992). Weights, Measures, and Conversion Factors for Agricultural Commodities and Their Products. Agricultural Handbook No. 697 — 보리 1부셸 48파운드 ÷ 35.239리터)에서 0.778kg/L(FoodData Central의 1컵 184그램 ÷ 236.588밀리리터)까지로 잡았고, 엘리슨이 쓴 0.765kg/L도 이 안에 든다(Ellison, R. (1981). Diet in Mesopotamia: The Evidence of the Barley Ration Texts (c. 3000–1400 B.C.). Iraq, 43(1), 35–45). 1실라 = 1리터는 아카드 시대 이후에 대한 엘리슨의 가정이다(초기왕조 III기는 0.83리터). 그러면 보리 1실라는 약 2,187~2,753kcal, 60실라는 약 13.1만~16.5만kcal, 30일로 나누면 하루 약 4,370~5,510kcal다. 범위는 밀도 입력의 차이에서 온다. 배급을 한 사람이 다 먹었고 조리·보관 손실이 없다는 가정 위의 셈이며, 엘리슨 자신도 배급이 유일한 식량이었는지, 전부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적는다. 성분표의 보리는 오늘 식용으로 손질한 곡물이다. 60실라 표준은 Gelb, I. J. (1965). The Ancient Mesopotamian Ration System. Journal of Near Eastern Studies, 24(3), p. 236. 실제 기록의 남자 몫은 30~125실라로 흩어진다(Gelb 1965, p. 233). 에슈눈나 §11의 1바리그(60실라)는 CDLI P480696(Laws of Eshnunna 합성본).↩
9Atwater, W. O. (1887). The Potential Energy of Food. The Century, 34(3), July 1887, pp. 397–405: "The Calorie, which is the unit commonly employed in these calculations, is the amount of heat which would raise the temperature of a kilogram of water one degree centigrade (or a pound of water 4 degrees Fahrenheit)." 이 호의 연재 표제는 "THE CHEMISTRY AND ECONOMY OF FOOD, III". 1그램당 에너지 값(단백질·탄수화물 4.1, 지방 9.3)은 루브너의 추정치다.↩
10Atwater, W. O. (1894). Foods: Nutritive Value and Cost. USDA Farmers' Bulletin No. 23, p. 22, 차트 2: "Amounts of actually nutritive ingredients obtained in different food materials for 25 cents." 수치는 p. 23 — 등심(파운드당 22센트) 1⅐파운드, 굴(쿼트당 50센트), 밀가루(배럴당 7달러) 영양분 6¼파운드. 이 회보의 칼로리는 오늘의 킬로칼로리에 해당한다.↩
11같은 회보 p. 25: "We buy more than we need, and what makes the matter worse, it is frequently those who most need to save that are the most wasteful."↩
12Atwater, W. O. (1888). Pecuniary Economy of Food. The Century, 35(3), January 1888, pp. 437–446, p. 437: "No one can say that I do not give my family the best of flour, the finest sugar, the very best quality of meat." / "The above is the boast of a coal laborer earning seven dollars a week." 버터·셋집·아홉 식구는 pp. 437–438("a crowded tenement-house where they slept in rooms without windows or closets"), "immense economical and hygienic blunder"도 같은 글. 애트워터는 이 사례를 리 메리웨더의 『하퍼스』 1887년 4월호 기사에서 가져왔다고 밝힌다.↩
13Atwater, W. O. (1902). Principles of Nutrition and Nutritive Value of Food. USDA Farmers' Bulletin No. 142, p. 44: "It is the poor man's money that is most injudiciously spent in the market and the poor man's food that is most badly cooked at home." 10센트 도표는 p. 41, 수치는 p. 42. 1906년 교정판에도 같은 문장이 있다.↩
14Hargrove, J. L. (2006). History of the Calorie in Nutrition. Journal of Nutrition, 136(12), 2957–2961. DOI: 10.1093/jn/136.12.2957. 초록의 요지: 칼로리는 니콜라 클레망이 1819–1824년 파리의 열기관 강의에서 도입했고, 미국 식품 라벨의 대문자 "Calorie"는 애트워터의 1887년 『센추리』 기사와 1894년 농민회보 23호에서 왔다. 같은 초록은 이 단위가 1863년 가노의 물리 교과서 번역으로 영어에 들어왔고, 1894년 레이먼드의 생리학 교과서가 사람의 에너지 필요량을 킬로칼로리로 논했다고도 적는다. 클레망 대목은 하그로브의 서술에 기댄다. 루브너 값은 애트워터(1887) 본문에 적혀 있다.↩
15Allen, R. C., Bassino, J.-P., Ma, D., Moll-Murata, C., & van Zanden, J. L. (2011). Wages, Prices, and Living Standards in China, 1738–1925: In Comparison with Europe, Japan, and India. Economic History Review, 64(S1), 8–38, pp. 20–21: "The baskets provide 1,940 calories per day mainly from the cheapest available carbohydrate." 도시별 합계는 1,936–1,942칼로리이고, 바구니에는 비누·면포·양초·연료 같은 비식품도 들어 있다. 비율 계산(바구니 값에 집세 5%를 더해 3배, 연 250일 노동 소득과 비교)은 p. 26.↩
16Allen, R. C. (2015). The High Wage Economy and the Industrial Revolution: A Restatement. Economic History Review, 68(1), 1–22. 쪽은 옥스퍼드 너필드 칼리지 워킹페이퍼판(Paper 115) 기준. 1,940칼로리 기준이면 4인 가족의 1인당 섭취가 1,455칼로리(1,940 × 3 ÷ 4)라는 험프리스의 비판을 받아들여 1인 2,100칼로리 기준을 제안한다(p. 4). 18세기 런던 노동자가 최저생계의 약 4배를 벌었다는 서술도 같은 글에 있다.↩
17고용노동부 (2025-08-05). 「2026년 적용 최저임금 시간급 10,320원」 보도자료: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0원, 2.9% 인상된 시간급 10,320원으로 확정·고시했다." 월 환산 2,156,880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10,700원으로 2026-08-05 고시되었다.↩
18쌀값: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AMIS 소매가격, 쌀(20kg, 상품) 전국 평균, 2026-09-28 — 62,731원(kg 환산 3,137원). 판매처·산지에 따라 다르다. 열량: USDA FoodData Central (SR Legacy) fdcId 168931, "Rice, white, short-grain, raw, unenriched" 358kcal/100g(중립종 360, 장립종 365). 계산: 10,320 ÷ (62,731 ÷ 20) ≈ 3.29kg, × 3,580kcal/kg ≈ 11,780kcal, ÷ 2,000kcal ≈ 5.9일. 생쌀 기준이다. 하루 2,000kcal는 가정이며, 애트워터의 당대 기준(중간 근육노동 남성 하루 3,500칼로리, 농민회보 23호 p. 17)이나 앨런의 1,940·2,100칼로리와 다르다. 2,500kcal로 잡으면 약 4.7일이다.↩
19입력: 624만 달러는 수수료를 포함한 판매가다(해머 가격은 520만 달러). 35센트는 경매장 근처 노점의 한 개 값이며(넷이면 1달러), 작품에 쓰인 그 바나나에 실제로 얼마가 치러졌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105kcal는 USDA FoodData Central (SR Legacy) "Bananas, raw" 89kcal/100g에 중간 크기 118g을 곱한 계산값(105.02kcal)이다. 계산: 6,240,000 ÷ 0.35 ≈ 17,828,571개, × 105.02kcal ≈ 1,872,356,571kcal, ÷ (2,000kcal × 365.25일) ≈ 2,563년. 넷에 1달러의 단가나 해머 가격으로 바꾸면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입력값의 출처와 검산은 부록 B.↩
20농민회보 23호(1894) p. 20, 표 2 "Percentage of family income expended for subsistence". 회보는 이 표를 매사추세츠 통계국이 몇 해 전 매사추세츠·영국·독일을 두고 한 조사의 요약으로 소개한다("made by the Massachusetts Bureau of Statistics some years ago"). 매사추세츠 노동자(350–400달러) 64%, 1,200달러 초과 51%; 독일 노동자(연 225–300달러) 62%, 여유층(750–1,100달러) 50%; 영국 노동자(500달러) 51%. 같은 쪽은 연 500달러를 넘지 않는 가구가 다수이고, 그 가구들이 수입의 절반 넘게를 식비에 쓴다고 적는다. 엥겔이 1857년에 "Gesetzt"(가정하면)로 시작해 예로 든 가계의 식비 몫도 62퍼센트다("Für Nahrung 62 Procent" — Engel, E. (1857). Die vorherrschenden Gewerbszweige in den Gerichtsämtern mit Beziehung auf die Productions- und Consumtionsverhältnisse des Königreichs Sachsen. Zeitschrift des Statistischen Bureaus des Königlich Sächsischen Ministeriums des Innern; 발췌 재수록 WISTA 2/2021, S. 126–136). 이 표의 독일 수치가 조사값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21Atwater (1888), p. 437 각주: "As incomes increase the relative percentage of outlay for food becomes less and that for 'sundries' greater." 각주는 캐럴 D. 라이트의 1884년 매사추세츠 노동통계국 보고와 "Dr. Engel"의 독일 수치를 근거로 든다.↩
22Atwater (1902), p. 44: "The larger part of the price of the costlier foods is paid for appearance, flavor, or rarity." 1894년 문장은 농민회보 23호 p. 23: "The price of food is not regulated solely by its value for nutriment."↩
2부
땀은 얼마인가
3장
이틀과 평생
1878년, 웨스트민스터
1878년 11월 25일 월요일 오전, 런던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웨스트민스터 홀 옆 법원 건물의 법정은 촛불을 켜고도 어두웠다. 방청하던 한 신문 특파원은 그 방이 휘슬러의 밤 그림처럼 흐릿하고 으스스하고 모호했다고 적었다.1 증인석에는 원고인 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가 있었다. 그는 1,000파운드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고인 비평가 존 러스킨은 오지 않았다. 병 때문에 의사가 출석을 막았다.2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이 없었다.
소송을 부른 것은 한 해 전 러스킨이 쓴 문장이다. 그는 런던 그로브너 갤러리의 첫 전시를 평하며 이렇게 썼다. "never expected to hear a coxcomb ask two hundred guineas for flinging a pot of paint in the public's face."3 물감 한 통을 대중의 얼굴에 끼얹어 놓고 200기니를 부르는 멋쟁이. 러스킨은 그림 제목을 대지 않았다. 분노를 산 그림은 그 전시의 녹턴 네 점 가운데 유일하게 팔려고 내놓은 「검정과 금색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이었다. 크레몬 가든의 불꽃놀이 그림이다.4
러스킨 쪽 변호인은 법무장관 존 홀커 경이었다. 반대신문에서 그는 이 녹턴을 얼마 만에 "해치웠느냐(knock it off)"고 물었다. 방청석이 웃었다. 휘슬러가 되묻자 홀커는 자기 직업에 더 어울리는 표현을 썼다고 받았고, 휘슬러는 "Thank you for the compliment."라고 했다. 홀커가 물음을 넓혔다. 당신 그림 한 점을 해치우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휘슬러가 답했다. 아마 이틀쯤, 하루는 그리고 하루는 마무리한다. 홀커가 다그쳤다.
"The labor of two days is that for which you ask two hundred guineas?"
"No. I ask it for the knowledge I have gained in the work of a lifetime."5
이틀의 노동에 200기니를 부르느냐는 물음에, 평생의 작업에서 얻은 지식의 값이라고 답한 것이다. 박수가 터졌다. 판사 허들스턴 남작이 제지했다. "This is not an arena for applause." 한 번 더 이러면 법정을 비우겠다고 했다.6
그 "이틀"이 어느 그림을 두고 한 말인지는 두 기록이 엇갈린다. 여러 신문을 엮은 재구성에서는 그림 한 점을 보통 얼마 만에 해치우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고, The Times는 바로 이 녹턴을 이틀 만에 해치웠다고 적었다.7
내력을 묻지 않는 책들
홀커의 물음 밑에는 상식 하나가 깔려 있다. 들인 시간이 짧으면 값도 낮아야 한다. 법정 밖의 경제학 책들은 그 상식을 그대로 받아 적지 않았다.
1776년 애덤 스미스는 모든 것의 실제 가격이 "the toil and trouble of acquiring it", 그것을 얻는 수고와 번거로움이라고 썼다.8 교환가치를 재는 자에 관한 문장이다. 그 수고도 파는 사람이 흘린 땀이 아니라, 그것을 얻으려는 사람이 치르거나 덜게 되는 수고다.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는 노동량이 교환가치의 기초라는 명제를 세우면서 희귀한 조각과 그림은 처음부터 뺐다. 그 값은 만드는 데 필요했던 노동량과 "wholly independent"하다고 했다.9 1832년 리처드 웨이틀리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보였다. 사람들이 잠수했기 때문에 진주가 비싼 것이 아니라, 진주가 비싸기 때문에 사람들이 잠수한다.10
1871년에는 두 권의 책이 더 멀리 나갔다. 맨체스터의 스탠리 제번스는 한번 들인 노동은 물건의 앞날의 값에 영향이 없다며 이렇게 못 박았다. "In commerce, by-gones are for ever by-gones".11 다만 같은 단락에서 그는 노동을 지우지 않았다. 노동은 값의 원인이 아니지만, 공급을 바꿈으로써 많은 경우 값을 결정하는 사정으로 남는다.12 제번스가 노동을 뺀 자리는 원인의 자리였다. 같은 해 빈에서 나온 카를 멩거의 책은 더 짧게 말했다. 다이아몬드를 우연히 주웠든 광산에서 천 일의 노동을 들여 캤든 그 값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실생활에서 누구도 물건이 생겨난 내력을 묻지 않는다.13
그 말대로라면 7년 뒤 웨스트민스터의 법정은 이상한 곳이었다. 거기서는 모두가 내력을 물었다.
값을 정당화하는 말
증인들의 말도 200기니를 두고 갈렸다. 휘슬러 쪽의 W. M. 로세티는 200기니가 비싼 값이 아니라 제값이라고 했다. 러스킨 쪽의 에드워드 번-존스는 200기니 값어치가 없다고 했다. 훨씬 적은 돈을 받고 공들여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는 것이었다.14 번-존스는 재판 뒤 한 편지에서, 자기 일당이 5~7파운드이니 200기니는 너무 많다고 한 말이 옳았다고 썼다.15 그 일당으로 치면 200기니, 곧 210파운드는 30일에서 42일치 품삯이다.
휘슬러 쪽 증인 앨버트 무어는 재판 중 변호인에게 쪽지를 건넸다. "Pictures are not valued with respect to the time expended on them."16 그림값은 들인 시간으로 매기지 않는다. 휘슬러 자신은 재주신문에서 자기가 쓰는 조화와 배치의 체계가 "the object of a life's study"라고 말했다. 변호인 서전트 패리가 손으로 하는 일은 빠르냐고 묻자 "Certainly."라고 답했다.17 손은 빠르고, 공부는 평생이었다.
러스킨의 1877년 문장도 같은 저울을 썼다. 휘슬러를 조롱하기 바로 앞에서 그는 번-존스의 그림이 "wrought with utmost conscience of care"라고 칭찬했다.3 기준은 공들임이 보이느냐였다.
값을 두고 다툴 때 사람들은 노력을 말로 보였다. 이틀은 화면 위의 시간이고, 평생은 화면 밖의 시간이다. 화면 밖의 시간은 그림에 보이지 않으니 말해져야 했다. 촛불 켠 그 방은 그림을 보는 자리이기 전에, 값을 정당화하는 말이 오가는 자리였다.
1파딩
이튿날 오후 2시 40분, 배심이 평의하러 들어갔다. 1시간 반 남짓 지나 배심은 판사에게 물었다. 고의적 사기, "wilful imposture"란 무슨 뜻인가. 판사는 정직한 의견만으로는 모자라고 공정하고 선의인 비평이어야 한다고 다시 일렀다. 배심은 10분 뒤 돌아왔다. "We find a verdict for the plaintiff, with one farthing damages." 판사가 받았다. "I enter judgment for one farthing for the plaintiff, without costs."18
휘슬러가 이겼다. 받은 돈은 1파딩, 4분의 1펜스였다. 청구액은 1,000파운드였고, 판사는 소송비용도 인정하지 않았다. 판사는 배상의 선택지를 설명하면서, 실질적 손해가 없다고 볼 때의 배상을 "a farthing or something of that sort"라고 불렀다. 배심이 다툰 것은 그 비평이 공정했느냐는 법률 쟁점이었고, 러스킨의 의견이 정직했다는 데는 동의했다.19 평결은 그림값의 승인이 아니다. 200기니가 맞는 값인지 판정한 문장은 평결 어디에도 없다.
러스킨은 400파운드 가까운 소송비용을 치렀고, 친구들이 모금해 메웠다.20 이듬해 5월 휘슬러는 파산했다. 재판 하나를 원인으로 꼽을 수는 없다. 그의 빚은 1877년 여름에 이미 심각했다.21
그림은 어떻게 되었나. 1878년 중에 이 녹턴은 다른 녹턴 한 점과 함께 85파운드 대출의 담보로 잡혔다. 1889년에는 300기니에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았다. 1892년 10월에야 뉴욕의 새뮤얼 운터마이어에게 840파운드에 팔렸다. 1877년 호가의 네 배였다. 휘슬러는 출판인에게 "the Pot of Paint four times over"의 수표가 은행에 들어왔다고 썼다.22 박수를 받은 말이 값을 곧바로 올리지는 않았다. 휘슬러도 법정에서, 러스킨의 비평 뒤로 같은 값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래도 남는 반론
재판 다섯 달 전인 1878년 6월, 러스킨은 자기가 가진 터너 소묘의 해설에서 한 수채 비네트를 두고 썼다. 터너가 이 그림에 들인 시간은 20분에서 30분이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the twenty minutes to half an hour, by such a master, are better in result than ten years' labour would be—only after the ten years' labour has been given first".23
거장의 20분이나 30분은 10년 노동보다 낫다. 단, 10년 노동을 먼저 치른 뒤라면. 휘슬러의 "평생"과 같은 논리다. 여기서 가장 강한 반론이 선다. 양쪽이 같은 논리를 썼다면 법정의 다툼은 노력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노력을 둘러싼 말은 취향 싸움을 꾸민 수사였을 뿐이라는 반론이다.
조건부터 확인하자. 손은 빠르고 공부는 길다는 논리를 양쪽이 나눠 가졌다는 것은 맞다. 그래도 양쪽 사람들의 말은 편을 따라 갈렸다. 시간으로 값을 매기지 말라는 쪽지를 쓴 사람은 휘슬러 쪽의 무어였고, 재판 뒤 자기 일당으로 품삯을 세어 본 사람은 러스킨 쪽의 번-존스였다. 러스킨은 터너의 10년을 의심하지 않았고, 휘슬러의 그림은 물감 한 통을 끼얹은 것으로 보았다. 이 기록만으로는 두 읽기를 가를 수 없다.
값을 두고 말이 갈린다면, 그 말이 가리키는 노력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누가 확인하는가?
주
1Merrill, L. (1992). A Pot of Paint: Aesthetics on Trial in Whistler v. Ruskin. Smithsonian Institution Press, pp. 128–130: "the ensemble was dim, and ghastly, and indefinite." 법정은 웨스트민스터 홀 옆 세인트 마거릿 가의 법원 건물 안에 있었다(1882년 스트랜드의 왕립재판소가 문을 연 뒤 헐렸다). 인용은 하트퍼드 쿠랑 특파원의 기사로, Merrill의 재인용이다.↩
2Cook, E. T., & Wedderburn, A. (1907). Introduction. The Works of John Ruskin (Library Edition), vol. 29, pp. xxi–xxii. 두 사람이 만난 적 없다는 것은 같은 책 p. xxii. 청구액: Whistler, J. McN. (1890; 신판 1892). The Gentle Art of Making Enemies, "The Action": "the plaintiff claimed L1000 damages".↩
3Ruskin, J. (1877). Fors Clavigera, Letter 79 "Life Guards of New Life". Library Edition vol. 29 (1907), p. 160: "I have seen, and heard, much of Cockney impudence before now; but never expected to hear a coxcomb ask two hundred guineas for flinging a pot of paint in the public's face." 1877년 6월 18일 허른힐에서 쓰였고 7월 2일 발행되었다. 같은 편지는 임금 없는 노동을 따지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4Cook & Wedderburn (1907), vol. 29, p. xxiii. 이 그림이 표적이었다는 것은 재판 증언과 후대 해석에 기댄다. 그림은 1875년 작으로 지금 디트로이트 미술관에 있다(Detroit Institute of Arts, 소장번호 46.309).↩
5문답은 Merrill (1992), pp. 147–148이 1878년 런던 신문들(Evening Standard·Globe·Echo·Daily Telegraph)과 원고 측 법정 필기로 재구성한 기록을 따른다. 홀커의 물음은 여러 신문을 엮은 문장이고('labor'라는 철자와 이음새는 재구성자의 것이다), 휘슬러의 답은 Globe 판이다. Globe의 문구는 Merrill의 재인용이다. The Times(1878-11-26, p. 9)는 간접화법으로 적었다: "He did not ask 200 guineas for two days' work; he asked it for the knowledge he had gained in the work of a lifetime."(Library Edition vol. 29, pp. 581–582 재수록). 원고 측 필기에는 "It is the knowledge of 20 years which I ask the price for"로 남았다. 흔히 인용되는 짧은 문장 "No;—I ask it for the knowledge of a lifetime."은 휘슬러가 12년 뒤 자기 책 The Gentle Art of Making Enemies(1890)에 재판 기록을 실으며 다듬은 판본이다. Merrill은 그 판본이 이미 크게 고쳐졌다는 이유로 출처에서 뺐다(p. 299).↩
6Merrill (1992), p. 148 (Globe): "This is not an arena for applause. If this manifestation of feeling is repeated, I shall have to clear the court." 원고 측 필기는 판사가 감정 표현을 삼가 달라고 했다고만 적었다.↩
7Merrill (1992), pp. 147–148의 재구성에서 "Oh, I 'knock one off' possibly in a couple of days — (Laughter) — one day to do the work and another to finish it."는 Daily Telegraph가 적은 물음 "How long do you take to knock off one of your pictures?" 뒤에 놓인다. 답의 문구는 Echo와 The Times를 엮은 것이다. The Times 자신은 이 시간을 그 녹턴에 붙였다: "The 'Nocturne in Black and Gold' he knocked off in a couple of days. He painted the picture one day and finished it off the next."(Library Edition vol. 29, p. 581). 그림 실물이 법정에 들어온 뒤 홀커가 걸린 시간을 다시 묻자 휘슬러는 "One whole day and part of another."라고 답했다(Merrill 1992, p. 153). 이문으로 원고 측 필기 "One whole day it took me to paint, and finished it afterwards", Globe "It occupied two days"가 있다.↩
8Smith, A. (1776).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vol. I, Book I, ch. V: "The real price of every thing, what every thing really costs to the man who wants to acquire it, is the toil and trouble of acquiring it." 바로 앞 문단의 결론은 "Labour, therefore, is the real measure of the exchangeable value of all commodities."다. 노동량의 비율이 교환의 유일한 규칙인 것은 자본 축적과 토지 점유 이전의 "early and rude state"에 한정된다(ch. VI).↩
9Ricardo, D. (1817). 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 1st ed., ch. I "On Value": "Some rare statues and pictures, scarce books and coins, wines of a peculiar quality… Their value is wholly independent of the quantity of labour originally necessary to produce them". 리카도는 이런 상품이 매일 거래되는 상품 가운데 "a very small part"라고 덧붙였다.↩
10Whately, R. (1832). Introductory Lectures on Political Economy, 2nd ed., Lecture IX, p. 253: "It is not that pearls fetch a high price because men have dived for them; but on the contrary, men dive for them because they fetch a high price." 바로 앞에서 그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이 다이아몬드와 진주라서 우연히 주운 것이라도 값은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는 사고실험을 든다. 1831년 초판에는 이 강의와 진주 문장이 없다.↩
11Jevons, W. S. (1871). The Theory of Political Economy. Macmillan, ch. IV "Theory of Exchange", p. 159: "The fact is, that labour once spent has no influence on the future value of any article: it is gone and lost for ever. In commerce, by-gones are for ever by-gones". 둘째 by-gones는 원문에서 줄 끝에 걸려 나뉜 낱말이라 하이픈이 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같은 쪽의 예로, 증기선 그레이트 이스턴호에 쓸모를 찾지 못한다면 그 값은 "nil, except for the utility of some of its materials"일 것이라고 한다.↩
12같은 책 pp. 159–160: "though labour is never the cause of value, it is in a large proportion of cases the determining circumstance" / "Labour affects supply, and supply affects the degree of utility, which governs value".↩
13Menger, C. (1871). Grundsätze der Volkswirthschaftslehre. Wien: W. Braumüller, 3장 "Die Lehre vom Werthe", p. 120: "ob ein Diamant zufällig gefunden, oder mit einem Aufwande von tausend Arbeitstagen in einer Diamantengrube gewonnen wurde, ist für seinen Werth gänzlich gleichgiltig, wie denn überhaupt im practischen Leben Niemand nach der Geschichte der Entstehung eines Gutes fragt".↩
14로세티: "Two hundred guineas was its full value, not a stiffish price." The Times 보도(Library Edition vol. 29, pp. 580–584 재수록). 번-존스: "No, I cannot say it is, seeing how much careful work men do for so much less." Merrill (1992), p. 174의 신문 재구성. 휘슬러 책의 이문은 "when you think of the amount of earnest work done for a smaller sum". 러스킨 쪽 증인 프리스도 "The one in black and gold was not worth 200 guineas."라고 했다(The Times).↩
15번-존스가 재판 뒤 조지 하워드에게 쓴 편지로, Mary Lago 편, Burne-Jones Talking (1982), p. 70 n. 3을 Merrill (1992) 미주가 재인용한 것이다. 30~42일은 210÷7과 210÷5다. Merrill은 번-존스의 증언이 화가에게 시계로 품삯을 쳐 주자는 뜻이 되어 버렸다고 분석한다(p. 220).↩
16Merrill (1992) 미주가 인용한 쪽지로, Merrill이 1878년 11월 25일로 적은 것이다. 무어는 틴토레토의 「성 마르코의 기적」이 15일 만에 그려졌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17Merrill (1992), p. 152 (Pall Mall Gazette): "My system of harmony and arrangement, to whatever criticism it may be open, is the object of a life's study." / "Your manual labor is rapid?" — "Certainly." 여러 신문을 엮은 Merrill의 재구성이다.↩
18시각과 절차는 Merrill (1992), pp. 194–197. The Times(Library Edition vol. 29, p. 584)는 배심이 "an hour" 자리를 비운 뒤 "wilful imposture"의 뜻을 물었다고 적어 시간이 다르고, 판결을 "The learned judge gave judgment for the plaintiff, but without costs."로 전한다. 평결 시각은 Merrill의 책 안에서도 4시 15분과 4시 30분으로 갈린다.↩
19Merrill (1992), pp. 194–197, 201–205. Merrill은 1파딩이 휘슬러 화풍에 대한 속물적 판정이 아니었고, 판사가 정의한 '실질적 손해 없음'을 그대로 따른 결과라고 본다. 러스킨 전집의 편자들은 거꾸로, 러스킨이 기술적으로는 졌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정한 비평이었다는 뜻으로 읽었다(Cook & Wedderburn 1907, p. xxiii). 판사의 지시대로라면 공정한 비평은 피고 승소여야 했으므로 두 해석은 부딪친다.↩
20Ruskin, J. (날짜 미상, 평결 뒤의 수고). "My Own Article on Whistler." Library Edition vol. 29, p. 585: "...the English law will politely estimate the force of my injurious opinion at a farthing, and make my friends pay it four hundred pounds for the expression of its own opinion to that effect." 발표하지 않은 원고로, 사후에 실렸다. 모금은 Cook & Wedderburn (1907), pp. xxiv–xxv. 러스킨은 1878년 11월 28일 편지에서 평결을 슬레이드 교수직 사임 이유로 들었다(p. xxv). 재판 직전에는 병을 이유로 들었다(Merrill 1992, pp. 44, 210–211).↩
21파산 신청 1879년 5월 9일, 부채 4,500파운드(Merrill 1992, p. 285 n. 37). 첼시의 화이트 하우스는 1879년 9월 18일 경매로 넘어갔다(MacDonald, M., "Bankruptcy", The Paintings of James McNeill Whistler, University of Glasgow). Merrill은 재판을 휘슬러 재정난의 원인이자 결과로 본다. 빚은 1877년 여름에 이미 심각했고(피콕룸 작업과 화이트 하우스 건축), 청구액 1,000파운드는 레일랜드가 피콕룸 대금으로 지불을 거부한 액수와 같았다(pp. 278–279).↩
22University of Glasgow, Catalogue Raisonné, YMSM 170 이력: 1875년 더들리 갤러리 도록가 262파운드 10실링, 1877년 그로브너 갤러리 200기니(210파운드), 1878년 찰스 오거스터스 하월이 크레몬 녹턴 두 점을 85파운드 대출 담보로 그레이브스 상회에 맡김, 1889년 300기니 미판매, 1892년 10월 840파운드. 휘슬러가 하이네만에게: "the cheque for the Pot of Paint four times over has been paid into the bank, and now you can tell the people". 이력과 편지 문구는 카탈로그의 서술에 기댄다. 러스킨 비평 뒤 같은 값을 받지 못했다는 휘슬러의 증언은 The Times 보도(Library Edition vol. 29, p. 581).↩
23Ruskin, J. (1878). Notes by Mr. Ruskin on his Drawings by the late J. M. W. Turner, 9th ed.(1878년 6월), Part II "On his own handiwork illustrative of Turner". Library Edition vol. 13, p. 515. 앞 문장: "from twenty minutes to half an hour was all the time that Turner gave to this drawing". 이 대목을 휘슬러 재판과 처음 이은 것은 존 딕슨 헌트(1982)이며(Merrill 1992, p. 365 n. 30), 휘슬러가 이 글을 알았는지는 알 수 없다.↩
4장
26시간짜리 그림
이타카의 두 그림
2004년에 발표된 한 논문의 두 번째 실험. 뉴욕주 이타카의 코넬 대학에서 학생 66명이 추상화 두 점을 나란히 본다. 하나는 「12 Lines」, 다른 하나는 「Big Abstract」. 절반은 심리학개론 수강생이고, 절반은 스스로 미술 전문가라고 밝힌 사람들이다. 대개 미술을 전공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이다.1 각 그림에는 정보가 하나 딸려 있다. 한 그림은 그리는 데 26시간이 걸렸고, 다른 그림은 4시간이 걸렸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꼬리표가 서로 바뀐다. 그림은 그대로다. 바뀌는 것은 꼬리표뿐이다.
학생들은 두 그림의 품질을 매기고, 각 그림의 값을 달러로 적는다. 「12 Lines」의 중앙값은 어느 꼬리표를 달든 1,000달러였다. 움직인 것은 「Big Abstract」였다. 4시간 꼬리표를 달았을 때 650달러, 26시간 꼬리표를 달았을 때 1,500달러.2 품질 평가도 꼬리표를 따라 움직였다. 스스로 미술 전문가라고 밝힌 쪽이 덜 흔들렸다는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흔히 그림을 보고 값을 매긴다고 여긴다. 이 실험에서 그림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 값은 거래된 적이 없다. 아무도 그림을 사지 않았고, 누구의 지갑에서도 돈이 나가지 않았다. 1,500달러는 학생들이 적어 낸 추정치의 중앙값이다. 꼬리표가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꼬리표를 쓴 사람은 실험자였다.
크루거와 동료들은 이 논문에 「노력 휴리스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2023년에 재현 결과를 발표한 연구자들은, 그 전까지 직접 재현된 예를 알지 못한다고 적었다.3 그들은 다른 그림 두 점에 같은 꼬리표를 엇갈려 붙였다. 효과는 살아남았지만 작아졌다. 어느 그림의 금전적 가치가 더 높으냐는 물음에 한 그림을 고른 사람의 비율은, 그 그림이 4시간짜리였을 때 49퍼센트, 26시간짜리였을 때 66퍼센트였다.4
18시간짜리 시
같은 논문의 첫 실험은 그림이 아니라 시였다. 매사추세츠주 윌리엄스타운, 윌리엄스 칼리지의 심리학개론 수강생 144명이 모두 같은 시 한 편을 읽었다. 마이클 반 월러헨의 「Order」. 한쪽은 시인이 이 시를 쓰는 데 4시간이 걸렸다고 들었고, 다른 쪽은 18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그리고 시 잡지라면 이 시에 얼마를 주겠느냐는 물음에 금액을 적었다.
18시간을 들은 쪽이 시를 더 좋게 봤다. 호감과 품질을 평균한 점수가 조금 높았고,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금액의 중앙값은 18시간 쪽 95달러, 4시간 쪽 50달러였다.5 여기까지는 그림과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금액 차이는 원 논문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59). 2021~2022년, 같은 시로 700명에게 다시 물은 재현에서 호감과 품질의 차이는 다시 나타났다. 금액은 아니었다. 중앙값은 두 조건 모두 100달러였다.6 18시간은 시를 더 좋아 보이게 했지만, 어림한 금액을 올리지는 못했다.
두 실험은 여러 가지가 달랐다. 그중 하나가 평가 방식이다. 그림은 두 점을 함께 보고 평가했고, 시는 한 편만 읽고 평가했다. 원 논문은 결과를 하나 더 보고했다. 품질을 가늠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사람들은 노력 정보에 더 기댔다.7
기다리는 화면
노력은 꼬리표 대신 화면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2011년 부엘과 노턴이 발표한 실험에서 참가자 118명은 같은 여행 일정을 두 사이트에서 검색했다. 한 사이트는 곧바로 결과를 냈다. 다른 사이트는 30초나 60초를 기다리게 하면서, 지금 검색하고 있는 항공사 목록을 화면에 흘려보냈다. 나온 결과는 같은 일정, 같은 가격이었다. 목록을 본 사람의 62퍼센트(30초)와 63퍼센트(60초)가 기다리는 사이트를 골랐다. 진행 막대만 본 사람은 42퍼센트와 23퍼센트였다.8
두 사람이 붙인 이름은 '노동의 착시'다. 참가자가 본 노동은 실험용 애니메이션이었으니, 착시는 문자 그대로였다. 논문은 첫머리에서 이렇게 제안한다. "노력의 겉모습만으로도 … 가치 지각을 높이기에 충분하다."9 다만 여기서 가치는 달러가 아니라 7점 척도의 평가였다. 경계도 있었다. 가상의 데이트 사이트가 과정을 보여준 뒤 형편없는 상대를 내놓자, 과정을 보여준 쪽이 곧바로 결과를 낸 쪽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10 나쁜 결과 앞에서 보인 수고는 오히려 평가를 깎았다.
2005년 모랄레스가 보고한 실험실 실험 세 건도 같은 쪽을 가리켰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거나 진열하는 데 여분의 수고를 들이면, 소비자는 "제품의 실제 품질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지불의사와 점포 선택으로 보답했다. 그 수고가 자기를 설득하려는 수단으로 읽히는 순간, 보답은 사라졌다. 모랄레스는 보답을 가르는 것이 기업의 진짜 동기가 아니라 소비자가 읽어 낸 동기라고 설명했다.11
헛수고
그림은 같은 그림이었고, 시는 같은 시였고, 검색 결과는 같은 결과였다. 달라진 것은 노력이 얼마나 보였느냐였다. 그렇다면 이런 문장을 적을 수 있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것 처럼 보이는 것이 희소성이 있어 보이고 높은 칼로리로 교환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많은 노력이 들어 갔는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
이 문장은 '보이고', '것 같다'고 말한다. 실험이 받쳐 주는 것도 그 어법만큼이다. 품질을 직접 판단하기 어려울 때, 그리고 노력 정보를 믿을 때, 노력의 표시는 사람들이 매기는 평가와 적어 내는 금액을 움직일 수 있다. 거래 가격의 법칙은 거기서 나오지 않는다. 1,500달러는 아무도 치르지 않은 값이었다. 괄호 안의 말도 그 범위에서 성립한다. 실험이 지운 것은 두 조건 사이의 노력 차이였지, 그림을 그린 수고 자체가 아니었다. 문장 가운데의 고리, 곧 노력이 보이면 희소해 보인다는 연결은 이 실험들이 재지 않았다. 잰 것은 호감과 품질과 금액이었다.
「Big Abstract」의 두 꼬리표, 26시간과 4시간. 그 22시간의 차이는 그림 어디에도 없었다. 붓에도 캔버스에도 없고, 꼬리표 위에만 있던 시간. 그 시간이 그 그림을 두고 사람들이 어림한 금액을, 중앙값으로 두 배 넘게 올렸다. 속이 빈 수고, 헛수고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헛수고에 값을 매겼다.
실제로 든 수고는 어떨까. 노턴과 모천, 애리얼리가 2012년에 발표한 실험에서, 미국 북동부의 한 대학 학생회관에 모인 사람들은 종이학과 종이 개구리를 접었다. 그리고 그 작품에 실제 돈을 걸고 값을 불렀다. 접은 사람은 자기 작품에 평균 0.23달러를 불렀다. 접지 않은 사람은 같은 작품에 0.05달러를 불렀다. 저자들의 표현으로 "거의 다섯 배"다.12 그들이 든 예도 같은 쪽이다. 손수 벽돌을 깐 앞길을 집주인은 집값을 올리는 것으로 보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의 눈에는 조잡한 길이다. 자기 노력은 자기 눈에만 비쌌다. 그림에서는 꼬리표 위에만 있던 22시간이 남이 매기는 값으로 넘어갔고, 종이학에서는 실제로 든 수고가 넘어가지 않았다. 저 문장의 노력은 들인 사람이 아는 노력이 아니다. 남에게 보이는 노력이다.
그래도 남는 반론
가장 강한 반론은 시에서 나온다. 노력 꼬리표가 값을 움직인다면, 왜 18시간짜리 시는 더 높은 금액으로 어림되지 않았는가. 금액 차이는 원 논문에서 유의 수준에 못 미쳤고, 두 번의 재현에서는 0에 가까웠다.6 같은 물건에 노력 정보만 바꿔 달았는데 잡지가 치를 금액의 추정치가 움직이지 않았다. 저 문장을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관측이 바로 그것이고, 그 관측이 시의 금액에서 나왔다.
재현한 연구자들의 결론은 조심스럽다. 효과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약하고 더 맥락에 달려 있을 수 있다."13 그들은 한 가지 가능성을 묻는다. 두 대상을 나란히 견주느냐 하나만 보느냐가 효과의 검출을 가르는가. 그림은 두 점을 함께 보았고, 시는 한 편만 읽었다. 다만 두 재현 사이에는 평가 방식 말고도 다른 차이가 있어, 그들은 자기 자료로는 답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 가능성이 맞다면 문장의 범위는 한 번 더 좁아진다. 비교할 것이 있을 때.
그러니 무엇이 관측되면 저 문장이 약해지는지도 적을 수 있다. 나란히 견줄 수 있는 조건에서조차, 노력 꼬리표만 바꾼 같은 물건의 금액 추정치 차이가 재현을 거듭할수록 0으로 수렴한다면 저 문장은 약해진다.
그 관측이 쌓이기 전까지 「Big Abstract」의 22시간은 남는다. 사람들은 꼬리표 위에만 있던 시간에 값을 매겼다. 그런데 저 문장은 노력만 말하지 않았다. '희소성이 있어 보이고'라고도 말했다.
노력이 보이기만 하면 된다면, 희소성도 보이기만 하면 되는가.
주
1Kruger, J., Wirtz, D., Van Boven, L., & Altermatt, T. W. (2004). The effort heuristic.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0(1), 91–98. DOI: 10.1016/S0022-1031(03)00065-9. 실험 2의 참가자는 심리학개론 수강생 33명과 스스로 미술 전문가라고 밝힌 33명(주로 미술 전공 학부·대학원생)이다. 2004년은 게재 연도이며, 실험 실시 연도는 미상. 원 논문 수치는 Ziano 외(2023) 보충자료(pp. 4–8)가 옮긴 원 논문 결과표에서 재인용.↩
2같은 논문 실험 2(Ziano 외 2023 보충자료 경유). 금액 중앙값: 「Big Abstract」가 26시간일 때 BA 1,500달러·12L 1,000달러, 「12 Lines」가 26시간일 때 BA 650달러·12L 1,000달러. 로그 금액 상호작용 F(1,59)=10.21, p=.002. 품질 상호작용 F(1,62)=5.99, p=.017. 두 그림을 함께 보고 평가했다. 재현 논문의 정리로는 전문성이 노력 정보의 효과를 줄인다는 결과가 지지되지 않았다.↩
3Ziano, I., Yeung, S. K., Lee, C. S., Shi, J., & Feldman, G. (2023). "The Effort Heuristic" Revisited: Mixed Results for Replications of Kruger et al. (2004)'s Experiments 1 and 2. Collabra: Psychology, 9(1), 87489. DOI: 10.1525/collabra.87489, p. 2: "we are not aware of any direct replications". 미국 온라인 표본(MTurk·Prolific) 총 1,405명의 사전등록 재현이며, Registered Report 형식은 아니다.↩
4같은 논문 연구 1b(MTurk, 2018, 분석 602명). 그림은 「The Flirt」와 「Bold」(Barbara Keith, 2014, 동물 그림)로 원 논문과 다르다. 금액 상호작용 η²p=0.04, p<.001 — 원 논문의 0.15보다 작다. 「The Flirt」의 금전적 가치가 더 높다고 고른 비율: 「Bold」가 26시간일 때 49%(147/300), 「The Flirt」가 26시간일 때 66%(199/302), Cramér's V=0.17.↩
5Kruger 외(2004) 실험 1(Ziano 외 2023 보충자료 경유). 144명 중 제외 후 138명, 피험자 간 설계. 호감·품질 지수 18시간 6.43 vs 4시간 5.84, F(1,136)=3.98, p=.048. 시 잡지가 지불할 금액의 추정 중앙값 95달러 vs 50달러, 로그 변환 F(1,134)=3.62, p=.059. 조건별 인원과 표준편차는 원 논문에 보고되지 않았다.↩
6Ziano 외(2023) 연구 2(Prolific 700명, 원 논문과 같은 시 「Order」; 실시 연도는 논문 안에서 2021년과 2022년으로 엇갈린다): 호감·품질 6.73 vs 6.31, d=0.23, p=.003. 금액 d=0.08, p=.32, 중앙값 두 조건 모두 100달러 — 로그 평균은 오히려 4시간 쪽(5.01)이 18시간 쪽(4.86)보다 높았다. 연구 1a(MTurk, 2018, 같은 시인의 다른 시 「Where She Lives」)에서는 호감·품질 d=−0.05, 금액 d=0.02로 둘 다 재현되지 않았다.↩
7품질을 가늠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노력 효과가 더 컸다는 원 논문의 결과(실험 3: 갑옷 그림의 저해상도 대 고해상도, 두 수준 비교)는 Ziano 외(2023, pp. 10–12)에서 재인용. 그 실험은 재현 대상에서 빠졌다.↩
8Buell, R. W., & Norton, M. I. (2011). The Labor Illusion: How Operational Transparency Increases Perceived Value. Management Science, 57(9), 1564–1579. DOI: 10.1287/mnsc.1110.1376. 여행 검색은 실험 2(N=118, 실험실, p. 1568)이며 로지스틱 계수 1.30, p<.01. 모든 실험에서 최종 결과물은 조건 간 같았다. 실험실의 도시와 날짜는 논문에 적혀 있지 않다.↩
9같은 논문 §1, p. 1564: "the mere appearance of effort … is sufficient to increase perceptions of value". 이 논문의 '가치'는 품질·사용 의향·지불 의향·타인 승인 네 문항을 7점 척도로 물은 평균이며, 달러 금액도 실제 거래도 아니다.↩
10같은 논문 실험 5(N=280, pp. 1573–1575). 가상 데이트 사이트의 나쁜 결과 조건에서 15초 과정 공개 2.47 < 즉시 결과 3.24(p<.05). 역효과의 조건은 긴 대기가 아니라 나쁜 결과였다.↩
11Morales, A. C. (2005). Giving Firms an "E" for Effort: Consumer Responses to High-Effort Firm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1(4), 806–812. DOI: 10.1086/426615. 초록: "even if the actual quality of the products is not improved". 보답은 감사가 매개했고, 노력이 설득 목적이라고 추론되면 감사와 보답이 함께 사라졌다(초록). 실험별 자극·표본·금액은 초록에 없다. 진짜 동기가 아니라 지각된 동기가 반응을 가른다는 요지는 학술지 출판사의 보도자료(University of Chicago Press Journals, 2005-03-29)에 실린 저자 발언의 요약이다. https://www.eurekalert.org/news-releases/745284↩
12Norton, M. I., Mochon, D., & Ariely, D. (2012). The IKEA effect: When labor leads to love.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2(3), 453–460. DOI: 10.1016/j.jcps.2011.08.002. 실험 1B(N=106): 입찰은 실제 돈이 걸린 방식이었다. 만든 사람 0.23달러(SD 0.25), 만들지 않은 사람이 같은 작품에 0.05달러(SD 0.07); F(2,100)=5.34, p<.01. 저자 표현: "nearly five times". 금액은 센트 단위다(상한 1달러). 벽돌 길의 예는 같은 논문 일반논의(p. 459).↩
13Ziano 외(2023) Conclusion, p. 13: "the effect is possibly weaker and more contextual than previously thought." 같은 논문은 평가 방식(함께 보기 대 하나만 보기)이 효과의 검출을 가르는지 묻되, 두 재현 사이에 다른 차이도 있어 자기 자료로는 답할 수 없다고 적었다(p. 11). 이 논의는 호감·품질 결과를 두고 한 것이며, 시의 금액은 두 재현 모두 지지되지 않았다(p. 11). 원 논문과 재현의 효과 모두 작다고 저자들 스스로 적었다(pp. 11–12).↩
5장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2018년, 워싱턴
2018년 5월 29일, 드비어스가 새 보석 브랜드를 발표했다. 이름은 라이트박스. 파는 것은 실험실에서 기른 다이아몬드였다. 4분의 1캐럿에 200달러, 1캐럿에 800달러(세팅은 별도), 색은 분홍·파랑·흰색.1 드비어스는 오리건주 포틀랜드 근처에 실험실 다이아몬드 공장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0.2캐럿 이상인 돌에는 안쪽에 라이트박스 로고를 새겨 실험실 돌임을 표시한다고 했다. 그 로고는 맨눈에는 보이지 않고 확대해야 보인다고 했다. 최고경영자 브루스 클리버는 라이트박스를 "영원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지금에는 딱 맞는" 패션 주얼리라고 불렀다.2
56일 뒤인 7월 24일, 워싱턴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보석 업계 지침의 개정안을 5대0으로 승인했다.3 함께 나온 설명서에는 다이아몬드의 정의를 다룬 대목이 있다. 위원회가 1956년 이 정의를 처음 썼을 때 시장의 다이아몬드는 한 종류, 땅에서 캐낸 돌뿐이었다. 이제는 캐낸 돌과 광학·물리·화학적 성질이 본질적으로 같은 돌이 실험실에서 나온다. 설명서는 그 대목을 이렇게 맺는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다이아몬드다."4
정의에서 빠진 낱말은 하나였다. 옛 정의는 다이아몬드를 "천연 광물"이라 했고, 새 정의는 그냥 "광물"이라 했다.5 그 낱말을 빼 달라고 청한 곳은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회사,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였다.6 표시 규칙은 남았다. 실험실 돌에는 여전히 출신을 밝히는 한정어를 분명히 붙여야 했다. 거꾸로 '진짜'·'천연'·'합성' 같은 낱말로 실험실 돌이 실은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처럼 암시하면 기만이라고 설명서는 적었다.7
같은 여름, 한 회사는 돌 속에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로고를 새기겠다고 발표해 이 돌은 다르다고 표시했고, 한 연방 문서는 이 돌도 다이아몬드라고 적었다. 클리버가 '않을지 몰라도'로 비켜 간 낱말 '영원'은 1948년부터 그 회사의 약혼 광고에 붙어 온 말이었다.
영원이라는 한 줄
그 말을 쓴 사람은 필라델피아의 광고회사 N. W. 에이어 앤드 선의 카피라이터 프랜시스 게러티였다. 1943년에 입사해 드비어스를 맡았고, 이후 25년 동안 이 회사의 광고를 썼다.8 그녀의 회고로는 1947년이다. 어느 밤, 광고 연작을 막 끝내고 잠자리에 들려다가 광고마다 붙일 서명 문구를 빠뜨린 것을 깨달았다. 지친 채 신에게 한 줄을 보내 달라고 빌고는 쪽지에 무언가를 휘갈겼다. 아침에 보니 그저 그랬다. 몇 시간 뒤 회의에 내놓았을 때 반색한 사람은 없었다고 그녀는 기억했다.9 문구는 1948년 광고에 처음 실렸다.10
에이어가 1938년부터 맡아 온 드비어스 광고에는 이상한 조건이 있었다. 드비어스는 반독점법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광고는 드비어스라는 이름도, 보석 사진도 보여 줄 수 없었다. 에이어는 드랭에게 그림을 맡기고 달리와 피카소의 작품을 사서 실었다. 캠페인 2년 만에 미국의 다이아몬드 판매는 55퍼센트 늘었다.11 '영원'이 나오기 전의 일이다. 에드워드 제이 엡스타인이 1982년 기사에서 인용한 에이어의 1947년 전략안은 캠페인의 과제를 대중 심리의 문제로 규정하고, 약혼반지를 심리적 필수품으로 만들겠다고 적었다. 겨냥한 사람은 15세 이상 약 7,000만 명이었다.12
1999년 3월 29일, 광고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는 20세기의 슬로건 10개를 꼽으며 이 문구를 1위에 올렸다.13 게러티는 그 2주 뒤 83세로 죽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14
같은 탄소, 두 가격표
두 돌은 무엇이 다른가. 미국보석학회(GIA)의 설명으로는, 천연 다이아몬드는 땅속 깊은 곳의 높은 열과 압력 속에서 10억 년도 더 전에, 길게는 30억 년 전에 생겨 화산 활동에 실려 올라왔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고온·고압을 재현하는 방법이든 탄소 가스를 씨앗 결정 위에 쌓는 방법이든, 대부분의 크기에서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두 돌의 화학·물리·광학적 성질은 "본질적으로 같다". 차이는 감정소의 훈련된 감정사와 전문 장비 앞에서만 드러난다.15
값은 같지 않다. 2016년만 해도 1캐럿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같은 천연석보다 10퍼센트쯤 싸게 팔렸다.16 2021년 평균 소매가는 천연의 30퍼센트였고,17 2024년 드비어스는 최고 품질 2캐럿 실험실 돌이 같은 천연석의 약 10퍼센트 값이라고 했다. 2021~2024년의 자료들은 크기도 기준도 저마다 다르지만 천연의 대략 10~30퍼센트를 가리킨다. 라이트박스의 가격표도 내려갔다. 2018년 캐럿당 800달러, 2024년 5월 10일 500달러.18 2025년 5월 8일 드비어스는 라이트박스를 닫겠다는 의향을 발표하며, 2018년 이후 주얼리용 실험실 다이아몬드의 도매가가 90퍼센트 떨어져 원가에 이윤을 얹는 가격에 가까워졌다고 적었다.19
이 하락은 드비어스가 처음부터 예고한 방향이었다. 2018년 라이트박스 총괄은 실제 생산비에 맞춘 단순한 가격을 약속했고, 클리버는 기술이 나아지면 값이 내려간다며 합성 사파이어·루비·에메랄드를 선례로 들었다.1 2024년 브랜드 대표는 라이트박스가 늘 생산비에 선형으로 비례하는 가격을 지켜 왔다고 말했다.18 한 애널리스트는 그사이 폭증한 생산능력이 값을 눌렀다고 본다.16 실험실 돌의 값은 원가 쪽으로 내려갔다. 천연석의 값이 원가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 값을 떠받치는 것은 다른 데 있을 것이다. 후보는 GIA가 실험실 돌에 모양부터 다른 별도 문서를 내주는 감정서,20 '영원'의 서사, 그리고 공급 관리다. 같은 회사가 같은 탄소에 두 가격표를 붙였다.
여기서 처음으로 설명이 막힌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것 처럼 보이는 것이 희소성이 있어 보이고 높은 칼로리로 교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문장에서 노력과 값을 잇는 다리는 '희소성이 있어 보이고'다. 다이아몬드 앞에서는 다리만 보이고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두 돌은 맨눈에 똑같고, 어느 쪽에서도 더 많은 수고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가격표의 차이는 무엇의 값인가. 노력의 표시인가, 희소성의 서사인가, 땅에서 왔다는 출처인가. 관측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2016년 천연보다 10퍼센트쯤 쌌던 실험실 돌은, 2018년 '다이아몬드'라는 같은 이름을 얻은 뒤에도 그 값에 머물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는 통제된 실험이 아니다. 두 돌 사이에서 움직인 것은 꼬리표 하나가 아니었다. 원가가 내려갔고, 공급이 늘었고, 가격선은 일부러 그어졌다. 클리버는 퇴임 인터뷰에서 캐럿당 800달러를, 이 돌이 사치품이 아니라 품질 좋은 패션이라고 소비자에게 알리려고 그은 선이었다고 말했다.21 그래서 이 사례로는 무엇이 값을 정했는지 가를 수 없다. 대신 두 가지 읽기를 약하게 만든다. 하나는 저 문장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규칙으로 읽는 것이다. 교환하는 순간 값이 붙는 이야기를, 값이 오래 머무는 이야기로 늘려 읽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값의 차이를 보이는 노력 하나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도 천연은 드물다
가장 강한 반론은 이것이다. 천연은 실제로 더 드물다. 맞다. 킴벌라이트 파이프 가운데 채굴할 만큼 다이아몬드를 품은 것은 소수에 그치고,15 그 돌은 10억 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왔다. 실험실 돌은 대부분 한 달 안에 자란다. 이 차이는 서사가 아니라 사실이다.
다만 이 희소성에는 조건이 붙는다. 첫째, 그것은 스스로 보이지 않는다. 감정소의 장비 앞에서만 드러난다. 드비어스는 자기 실험실 돌 속에 로고를 새기겠다고 했는데, 그 로고조차 확대해야 보이는 것이었다. 둘째, 그 양이 적지 않다. 2026년 9월 현재 공개된 킴벌리 프로세스 통계로 세계의 천연 원석 생산은 2023년 약 1억 1,200만 캐럿, 2024년 약 1억 2,900만 캐럿이다.22 셋째, 파는 쪽이 넘친다고 적었다. 드비어스는 2025년 결산 발표에서 모회사가 드비어스의 장부가치를 23억 달러 깎은 이유로, 소비자 선호가 실험실 돌 쪽으로 옮겨 간 것과 함께 현재 수요에 비해 원석 공급이 넘치는 것을 들었다.23 라이트박스를 닫으며 아낀 돈은 천연 다이아몬드라는 범주 전체를 알리는 마케팅에 돌리겠다고 했다.19
그러니 천연석의 값에는 저 문장 밖의 기전이 함께 있을 수 있다. 후보는 범주를 광고하는 일, 그리고 엡스타인이 1982년에 묘사한 공급 조절이다.12 둘 다 보이는 노력의 이야기가 아니고, 반론은 그 자리에서 옳다. 드비어스가 2026년에도 쓰는 자사 사이트의 주소는 adiamondisforever.com이다.10
보이는 것만으로 값이 붙는다면, 왜 모두가 흉내 내지 않는가?
주
1De Beers Group (2018-05-29). "De Beers Group to launch new fashion jewelry brand with laboratory-grown diamonds." 보도자료. 가격(세팅 별도)·색·0.2캐럿 이상 돌의 로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인근 엘리먼트 식스 신공장(4년간 9,400만 달러, 완전 가동 시 원석 연 50만 캐럿 이상 — 엘리먼트 식스의 "existing UK-based facilities"에 더해지는 시설), 총괄 스티브 코의 생산비에 맞춘 가격 약속, 클리버의 가격 하락 전망(합성 사파이어·루비·에메랄드 선례)이 모두 이 보도자료에 있다. 판매 개시는 9월 예정으로 적혔고, 2018년 10월 출시로 적은 자료도 있다.↩
2같은 보도자료, 브루스 클리버: "may not be forever, but is perfect for right now".↩
3U.S. Federal Trade Commission (2018-07-24). "FTC Approves Final Revisions to Jewelry Guides." 보도자료, FTC File No. G711001: "The Commission vote approving the … was 5-0." 정의에서 'natural'을 뺀 근거는 이 보도자료가 아니라 같은 때 나온 설명서와 연방관보에 있다.↩
4FTC (2018). Statement of Basis and Purpose: Final Revisions to the Jewelry Guides, p. 114(각주 번호 생략): "When the Commission first used this definition in 1956, there was only one type of diamond product on the market – natural stones mined from the earth." / "These stones have essentially the same optical, physical, and chemical properties as mined diamonds. Thus, they are diamonds."↩
5FTC (2018-08-16). "Guides for the Jewelry, Precious Metals, and Pewter Industries." Federal Register, FR Doc. 2018-17454. 옛 정의(SBP p. 114): "A diamond is a natural mineral consisting essentially of pure carbon crystallized in the isometric system." / 새 §23.12(a): "A diamond is a mineral consisting essentially of pure carbon crystallized in the isometric system." 시행일은 게재일과 같은 2018-08-16.↩
6SBP p. 114 각주 431(comment 74). 같은 회사가 '산업적으로 채굴된' 다이아몬드라는 표시를 의무로 해 달라고 한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p. 115).↩
7SBP p. 94: "it would be deceptive to use the terms "real," "genuine," "natural," or "synthetic" to imply that a lab-grown diamond … is not, in fact, an actual diamond." 실험실 돌을 분명히 한정해 표시할 의무는 개정 지침 §23.12(c) 등에 남았다.↩
8Sullivan, J. Courtney (2013-05-03). "How Diamonds Became Forever." The New York Times, 인쇄판 Section ST, p. 23. 입사 연도·담당·'이후 25년'은 이 기사의 서술이다. 드비어스 광고를 맡은 기간은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 1946~1970년(설리번의 NPR 인터뷰, 2013-07-26), 에이어 재직 1943~1970년(스미스소니언 에이어 컬렉션 안내문).↩
9같은 기사 둘째 단락. 게러티가 1988년 동료 하워드 데이비스와 한 구술 인터뷰의 회고를 옮긴 대목이다. 구술 전사본은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10Hartel, Bianca (2026-08-26). "Who created the 'A Diamond Is Forever' slogan?" De Beers, adiamondisforever.com — 작성 1947년, 첫 게재 1948년. Sullivan (2013)도 1948년 이래 모든 드비어스 약혼 광고에 이 문구가 실렸다고 쓴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 아카이브 센터의 N W Ayer Advertising Agency Records(NMAH.AC.0059) 안내문은 작성 연도를 1949년으로 적는다.↩
11Sullivan (2013) — 반독점법에 묶인 광고, 드랭 의뢰와 달리·피카소 작품 구입, 캠페인 2년 만의 판매 55% 증가. 엡스타인(1982)도 1941년 에이어 보고를 인용해 1938년 이후 미국 판매가 55% 늘었다고 쓴다.↩
12Epstein, Edward Jay (1982-02). "Have You Ever Tried to Sell a Diamond?" The Atlantic, 1982년 2월호, 1947년 전략안을 인용한 단락. 엡스타인은 메모의 원본 소재를 밝히지 않는다. 같은 기사는 '영원'을 결코 되팔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는다. 공급 조절의 방식으로는 런던 '사이트'에서 연 10회 선별 딜러에게 원석을 배분하거나 도매 단계에서 되사들이는 것을 든다(1982년 시점의 서술).↩
13Advertising Age (1999-03-29). "Ad Age Advertising Century: Top 10 Slogans." 목록 1위 항목(표기 "DeBeers", "A diamond is forever"). 단독 시상이 아니라 톱10 목록의 1위다.↩
14Sullivan (2013).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같은 기사와 설리번의 NPR 인터뷰(2013-07-26)에 함께 나온다.↩
15Shor, Russell (2019-05-31). "Is There a Difference Between Natural and Laboratory-Grown Diamonds?" GIA. 첫 단락(두 돌의 대비), 천연 다이아몬드 소절(형성 시기, 채산성 있는 킴벌라이트 파이프의 비율), 실험실 다이아몬드 소절(HPHT·CVD, 대부분의 크기에서 한 달 미만). GIA의 표현은 '동일하다'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같다'다. 천연 다이아몬드 소절: 킴벌라이트 파이프 가운데 채굴할 만큼 다이아몬드를 품은 것은 약 5퍼센트.↩
16Zimnisky, Paul (2023-01-02). "Lab-Diamond Sales Grow as Prices Fall." paulzimnisky.com — 2016년 1캐럿 기준 약 10% 할인, 2022년 말 격차 최대 80%, 원인으로 생산능력 폭증을 든다. 애널리스트 추정치이며 원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저자의 2024-01-09 글 "LGD Forecasted to Generate $10B in Incremental Diamond Jewelry Demand by 2026"은 할인폭을 70~90%로 적고 3캐럿 이상에서 가장 크다고 쓴다 — 90% 할인은 그 범위의 큰 돌 쪽 끝이다.↩
17Bain & Company · AWDC (2022). The Global Diamond Industry 2021–22: A brilliant recovery shapes up, p. 6 — 천연 대비 평균 가격 소매 30%·도매 14%(2021), 2020년엔 35%·20%. 크기·품질을 섞은 평균이다.↩
18De Beers Group (2024-05-10). "Lightbox lowers its lab-grown diamond retail prices by more than a third." 산드린 콩세이예 인용 두 단락. 500달러는 IJ 등급 표준 라인(GH 600달러, DEF 900달러). '약 10%'는 테노리스(Tenoris)의 2024년 3월 미국 보석점 1,300곳 판매 데이터에서 최고 품질 2캐럿 라운드 천연의 평균 소매가와 비교한 수치다.↩
19De Beers Group (2025-05-08). "De Beers Group announces intention to close Lightbox business." 둘째·셋째 단락과 알 쿡 인용. 90%는 주얼리용 실험실 다이아몬드 도매가가 2018년 대비 떨어진 폭이지 천연 대비 비율이 아니다. 쿡은 계속 떨어지는 실험실 돌의 값이 공장 제품과 천연의 차이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20GIA 4Cs. "About Laboratory-Grown Diamonds." 4cs.gia.edu(날짜 표기 없는 페이지) — GIA는 모든 다이아몬드를 천연인지 검사하고, 실험실 돌에는 모양이 뚜렷이 다른 별도 문서(Laboratory-Grown Diamond Quality Assessment)를 발급한다.↩
21Bates, Rob (2023-02-07). "De Beers' Cleaver: Lightbox Was 'One of the Scariest Things I've Ever Done'." JCK Online, 캐럿당 800달러 문답. 같은 인터뷰에서 클리버는 출시를 가장 무서웠던 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 너무 이르면 실험실 다이아몬드라는 범주 전체에 정당성을 줄 수 있었다는 이유였다.↩
22Kimberley Process Statistics, Annual Global Summary 2023·2024 — 2023년 112,063,666캐럿(약 129억 달러), 2024년 129,124,016캐럿(약 113억 달러). 2026-09-29 열람본의 수치다. 2025년 6월 업계지 보도는 2024년을 약 1억 1,800만 캐럿으로 전했다.↩
23De Beers Group (2026-02-20). "Preliminary financial results for 2025." 손상차손 문장과 시장 전망 절 첫 단락. 손상 처리는 모회사 앵글로 아메리칸의 것이다. 같은 결산은 천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중국 수요 부진·미국 관세 등도 함께 적는다. 2025년 평균 실현가는 캐럿당 142달러(2024년 152달러).↩
3부
흉내의 값
6장
공작의 꼬리
1860년, 켄트의 다운
1860년 4월 3일, 켄트 브롬리의 다운에서 찰스 다윈은 아사 그레이에게 편지를 썼다. 『종의 기원』을 낸 이듬해였다. 한때는 눈(目)을 생각하면 온몸이 싸늘해졌지만 그 단계는 넘겼다고 그는 적었다. 이제 그를 괴롭히는 것은 사소한 구조의 세부였다. "공작 꽁지의 깃털 하나를 쳐다볼 때마다, 그 모습에 속이 메스꺼워진다!"1 자연선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깃털이었다. 다윈은 11년 뒤 성선택으로 이 깃털에 답했다.
그로부터 백여 년 뒤,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의 하체바. 아모츠 자하비는 아라비아노래꼬리치레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30년 넘게 지켜보게 될 이 새들은 이상한 짓을 했다. 도움이 필요 없을 때도 서로 도우려고 다투고, 도움을 거절하고, 돕는 자를 공격했다.2 1972년, 제자이자 친구인 요아브 사기가 짝 고르기를 설명하던 피셔 모형의 논리를 문제 삼았다. 그 질문 뒤에 자하비가 내놓은 답이 핸디캡 원리다. 그는 훗날 관찰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이 생각이 왔다고 회고한다.3
1975년 논문의 요지는 이렇다. 짝이 좋아해서 커진 형질은 그 개체의 생존에 짐, 곧 핸디캡을 지운다. 그 짐은 시험이다. 형질이 클수록 통과한 시험이 가혹했다는 뜻이다. 공작의 긴 꽁지는 포식자의 눈에 띄게 하고 도망을 어렵게 하니, 가장 좋은 수컷만 그것을 달고 버틴다. 과시가 경계음처럼 효율적으로 진화했다면 질의 표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4 짐이 없는 우수한 개체는 더 잘 살지만, 자기 질을 광고할 표지가 없어 짝의 눈에 띄지 않는다.
메이너드 스미스는 말로 된 모형을 믿지 않으면서도 이 논문의 게재에 동의했고, 반년 뒤 그 원리를 기각하는 자기 논문을 냈다.5 원리는 여러 해 동안 거의 만장일치로 거부됐다. 자하비는 세계의 한구석에 살았고 지위도 이미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6 1990년 그라펜이 수학 모형을 내놓으며 원리가 입증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자하비의 회고로는, 생물학자들은 그제야 받아들였다. 그는 자기도, 아마 많은 행동학자도 그 수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썼다.7 논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0년 펜과 서마도는 평형에서 치르는 신호 비용이 정직의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며, 정직은 이익의 차이로도 진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8
낭비라야 한다
사람 쪽에서 같은 말을 먼저 한 사람이 있었다. 1899년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 이렇게 썼다. "평판을 얻으려면 낭비여야 한다."9 그는 손으로 두드린 은수저와 기계로 찍은 알루미늄 수저를 두고 가상의 계산도 했다. 손 수저가 자세히 들여다본 끝에 교묘한 모조품으로 드러나면, 그 효용은 80~90퍼센트 혹은 그 이상 곧바로 떨어질 것이다.10 수저로 떠먹는 일은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들여다본 눈이 확인한 내력뿐이다.
새의 이야기를 사람의 시장으로 옮기려면 조건이 붙는다. 그 표시를 내는 비용이 진짜를 가진 쪽보다 흉내 내는 쪽에게 더 무거워야 한다.11 그리고 사는 쪽이 그 차이를 믿어야 한다.
1921년, 런던
그 조건이 흔들린 때가 실제로 있었다. 미키모토는 1916년 새 양식법을 적용했고, 둥근 양식 진주는 1919년부터 런던에서 천연의 75퍼센트 값에 팔렸다. 1921년 런던의 신문이 그것을 가짜라고 공격했고 소송이 이어졌다. 생물학자들은 두 진주가 같은 과정으로 생기며 부수지 않고는 구별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12
천연보다 싼 흉내가 나왔고, 가려낼 길은 없었다. 공작의 논리대로라면 이제 진주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천연 진주의 값은 무너져야 했다.
곧바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1923년과 1925년에 티파니가 로드먼 워너메이커에게 진주 목걸이들을 23만~36만 달러에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1927년까지 X선과 내시경으로 양식 진주를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이듬해 사기 혐의가 걸린 한 사건에서 양식 진주의 가치는 천연의 약 10분의 1로 진술되었다.13 가려낼 수 없던 때 천연의 4분의 3에 팔리던 진주가, 가려낼 수 있게 된 뒤에는 10분의 1로 불렸다. 흉내만으로는 진짜가 곧바로 무너지지 않았다. 가려낼 수 있게 된 뒤의 한 진술에서, 둘은 갈라져 있었다. 같은 논문은 1920년대에 양식 진주가 대량으로 시장에 나온다는 소식이 천연 진주 거래에 오래 타격을 주었다고도 적는다. 이 간격을 가려내는 비용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 가지 비용
이 장면들에는 세 가지 비용이 섞여 있다. 생산 비용은 그것을 실제로 만드는 비용이다. 긴 꽁지를 기르고 달고 다니는 비용, 천연 진주 하나를 얻는 비용. 모방 비용은 그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비용이다. 검증 비용은 사는 사람이 진짜와 흉내를 가려내는 비용이다. 자하비의 공작에서는 흉내가 약한 수컷에게 너무 무거워서, 암컷이 따로 가려낼 필요가 없다. 1921년의 진주는 가려낼 수 없는 흉내가 천연보다 싸게 나온 때였다. 1928년의 진주는 X선 검사로 검증이 가능해진 뒤였다.
그러면 조건을 단 예측 둘을 세울 수 있다. 첫째, 모방이 싸지고 검증이 비싸면 그 표시에 붙던 프리미엄은 진짜와 흉내 모두에게서 약해질 수 있다. 사는 사람이 품질을 직접 판단하지 못하고, 출처를 따로 확인할 길이 없고, 대체재가 있을 때 그렇다. 둘째, 검증이 싸지면 진짜와 흉내는 다른 값으로 갈라질 수 있다. 사는 사람이 출처를 원할 때 그렇다. 1921년의 진주는 첫째 예측이 오더라도 빨리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1928년의 진주는 둘째 예측과 같은 방향을 보여 준다. 모방이 싸고 검증이 비싼 채로 오래 지나도 그 표시의 프리미엄이 그대로 남거나, 검증이 싸졌는데도 진짜와 흉내가 갈라지지 않는다면, 이 가설은 약해진다.
사고실험 하나. 이번에는 소설이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1876) 4장, 주일학교에서 파란 딱지 한 장은 성경 두 절을 외운 값이다. 파란 딱지 열 장이 빨간 딱지 한 장, 빨간 열 장이 노란 한 장, 노란 열 장이면 성경 한 권(그 시절 40센트)이다. 톰은 울타리 칠할 권리를 팔아 모은 재산으로 딱지를 사 모은다. 감초 한 조각, 낚싯바늘 하나 같은 것으로. 그리고 노란 딱지 아홉, 빨간 딱지 아홉, 파란 딱지 열 장을 내밀어, 한 번도 외운 적 없는 2,000절의 상을 청구한다. 교장은 거절할 수 없었다. "보증 수표가 여기 있었고, 그것은 액면대로 유효했다."14 메리가 같은 방식으로 성경 두 권을 얻는 데 든 것은 두 해의 끈기 있는 노력이었다. 곧 판사가 처음 임명된 두 제자의 이름을 묻는다. 톰의 입에서 나온 답은 "David and Goliah!"였다.15
세 비용으로 읽으면, 딱지의 모방 비용은 감초 한 조각이었고 검증 비용은 질문 하나였다. 흉내가 싸도 가려내기가 그만큼 싸면, 표시는 배운 것을 묻는 첫 질문에서 들통난다. 소설이니 증거는 아니다.
여기서 가설 하나를 적어 둘 수 있다. 표시가 평가를 움직이는 조건과, 움직인 평가가 남는 조건은 다를 수 있다. 노력의 표시가 평가와 지불의사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교환의 순간, 품질을 직접 판단하기 어렵고 노력의 정보를 믿을 때다. 그 평가가 남는지는 그 뒤의 일이고, 흉내 내는 비용과 가려내는 비용에 달려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남는 반론
가장 강한 반론은 진주에서 나온다. 천연 진주값의 폭락을 부른 방아쇠는 X선이 아니라 대공황이었다. 1930년 프랑스은행이 진주상들에게 신용을 끊겠다고 알린 날, 진주 가치가 85퍼센트 떨어졌다고 당사자 한 사람은 회고했다.16 그렇다면 갈라짐의 이야기는 대공황에 묻히는가. 대공황은 천연 진주값의 수준을 끌어내린 붕괴였고, 1928년의 10분의 1은 그보다 앞서 한 사건에서 진술된 진짜와 흉내 사이의 간격이다. 둘째 예측이 말하는 것은 간격이지 수준이 아니다. 진주가 가른 것은 노력이 아니라 출처, 곧 천연인가 양식인가였다. 그러니 진주는 "실제 많은 노력이 들어 갔는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는 괄호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판정하지 못한다. 진주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조건뿐이다. 노력의 표시가 교환의 순간에 평가를 움직이더라도, 그 평가가 남는지는 가려내는 비용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사는 사람이 출처를 원하고 검증도 싸졌는데 흉내가 진짜와 같은 값을 오래 받는 시장이 나온다면, 그 조건부 예측이 약해진다. 생물학 쪽의 전제, 곧 비용이 정직을 지킨다는 생각부터가 논쟁 중이라는 점도 적어 둔다. 세 비용의 구분은 생물학에서 빌린 증명이 아니라 시장에 거는 가설이다.
흉내 내기 비싼 것만이 믿음을 산다는 논리를 돈 자체에 대어 볼 수도 있다. 돈이라는 증표가 어떤 조건에서 불어나 묽어지지 않는가. 공작의 꼬리와 진주가 묻는 것은 다른 쪽이다. 한 물건에 얼마를 치를 것인가. 돈이라는 토큰이 희석되지 않는 조건과 물건에 얼마를 지불할지는 다른 질문이고, 앞의 답을 뒤로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자하비의 눈으로 보면, 다윈을 메스껍게 한 깃털은 흉내 내기가 너무 비싸서 따로 가려낼 필요가 없는 표시였다. 그렇다면 흉내 내는 비용을 기계가 0에 가깝게 만들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주
1Darwin, C. (1860). Letter to Asa Gray, 3 April [1860]. Darwin Correspondence Project, DCP-LETT-2743: "The sight of a feather in a peacock's tail, whenever I gaze at it, makes me sick!" 편지에는 연도가 없고, 1860년은 편집자의 추정이다. 다윈의 답은 1871년의 성선택론이다.↩
2Zahavi, A. (2003). Indirect selection and individual selection in sociobiology: my personal views on theories of social behaviour. Animal Behaviour, 65, 859–863, p. 861(하체바에서 30년 넘는 관찰, 새들의 행동). 자하비는 이 행동을 위신을 주장하는 과시로 해석했다. 연구지 이름은 Anderson, T. R. (2017). Amotz Zahavi, 1928–2017. The Auk, 135(1), 160–161의 "Hatzeva Field Study Center in the Negev".↩
3Zahavi, A. (2010). Profile: The handicap principle and social behaviour. In Social Behaviour: Genes, Ecology and Evolution (pp. 535–537). Cambridge University Press, p. 535. 2003년의 회고는 같은 계기를 학생의 이름 없이 적고, 착상이 관찰을 시작한 지 1년 뒤였다고 적는다(p. 861).↩
4Zahavi, A. (1975). Mate selection — a selection for a handicap.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53(1), 205–214. 초록(p. 205)은 이렇게 고른 형질의 크기를 "marks of quality"라 부른다. 시험으로서의 핸디캡과 표지 없는 우수 개체는 p. 207, 공작의 꽁지와 경계음은 p. 211. 원고 접수는 1974년 7월 23일, 게재는 1975년 9월이다.↩
5Maynard Smith, J. (1976). Sexual selection and the handicap principle.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57(1), 239–242. 게재 동의와 기각의 경위는 자하비의 회고, Zahavi (2003) p. 860을 따른다.↩
6Zahavi (2003) p. 862. 자하비는 세계의 한구석에 살며 동료는 1년에 한 번 학회에서 만났다는 것, 보전운동으로 지위가 이미 확보돼 있었다는 것을 버틴 이유로 든다. 훗날의 회고다.↩
7Grafen, A. (1990). Biological signals as handicaps.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144(4), 517–546. 초록은 자하비 원리의 주요 주장이 입증되었다고 결론짓고, 경제학의 병렬 신호 모형을 함께 논의한다. '입증'은 그라펜 자신의 결론이다. 수학을 두고 한 자하비의 말은 Zahavi (2003) p. 860.↩
8Penn, D. J., & Számadó, S. (2020). The Handicap Principle: how an erroneous hypothesis became a scientific principle. Biological Reviews, 95(1), 267–290, 초록: "signalling costs paid at the equilibrium are neither sufficient nor necessary to maintain signal honesty, and that honesty can evolve through differential benefits, as well as differential costs". 한쪽 입장의 비판 리뷰이며, 학계의 합의는 아니다.↩
9Veblen, T. (1899).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in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New York: Macmillan, ch. 4 "Conspicuous Consumption", p. 96: "in order to effectually mend the consumer's good fame it must be an expenditure of superfluities. In order to be reputable it must be wasteful." 쪽수는 1899년 초판 기준이다.↩
10같은 책 ch. 6, pp. 127–128: "if a close inspection should show that the supposed hand-wrought spoon were in reality only a very clever imitation of hand-wrought goods, … would immediately decline by some eighty or ninety per cent, or even more". 손 수저 10~20달러, 알루미늄 수저 10~20센트라는 값도 같은 대목에 있다. 80~90퍼센트는 측정이 아니라 베블런의 가상 수치다.↩
11Spence, M. (1973). Job Market Signaling.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7(3), 355–374, p. 358: 신호 비용이 이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신호는 지원자를 가려내지 못한다 — "unless the costs of signaling are negatively correlated with productive capability". 결론(p. 374)에서 스펜스는 과시적 소비로 지위를 신호하는 현상도 같은 틀로 분석할 수 있다고 썼다. Penn & Számadó (2020)는 그라펜의 모형이 스펜스의 모형과 사실상 같다고 본다.↩
12Sato, A., & Cartier, L. E. (2022). The Value of Pearls: A Historical Review and Current Trends. GemGuide, May/June 2022. 1916년의 양식법(Mise-Nishikawa 법), 1919년 런던의 75퍼센트, 1921년의 공격·소송·증언. 1920년대의 수치는 모두 이 논문이 Yamada (2013), Ogden (2012), Rosenthal (1952)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13같은 논문: 1923·1925년 티파니와 워너메이커의 거래(논문은 두 금액을 연도별로 짝짓지 않고 범위로 적는다), 1927년까지의 X선·내시경 판별, 1928년 사기 혐의 사건의 약 10분의 1. 10분의 1은 시장 가격의 계열이 아니라 한 사건에서 나온 진술이다. 1920년대 양식 진주가 대량으로 시장에 나온다는 소식이 천연 진주 거래에 준 타격은 논문 서두의 서술이다. 1920년대의 수치는 이 논문에서 재인용된 것이다.↩
14Twain, M. (1876).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ch. IV: "But there was no getting around it—here were the certified checks, and they were good for their face." 교장은 그 뒤에 "a mystery here that could not well bear the light, perhaps"가 있다고 느꼈다. 메리의 성경 두 권은 같은 장의 "the patient work of two years". 톰에게 딱지를 판 소년들이 받은 것은 그가 "selling whitewashing privileges"로 모은 재산이었다. 울타리 장면(2장)은 Ariely, D., Loewenstein, G., & Prelec, D. (2006). Tom Sawyer and the construction of value.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60(1), 1–10이 가치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실험하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 실험은 같은 경험도 먼저 받은 질문에 따라 좋은 것과 싫은 것으로 갈린다는 것을 보였다.↩
15같은 장: 판사가 먼저 묻고, 곁에서 "The names of the first two disciples were—"라고 거든 뒤에 나온 답이다. 원문은 이 답을 기울임꼴로 적고, 다음 줄에서 화자는 남은 장면에 자비의 막을 내린다.↩
16폭락의 방아쇠를 대공황으로 보는 것은 Sato & Cartier (2022)의 서술이다. 1930년의 일은 이 논문이 인용한 Rosenthal (1952)의 자서전 일화다. 같은 날의 85퍼센트는 당사자의 회고로, 이 논문에서 재인용된 수치다.↩
7장
필경사를 닮은 기계
1456년 8월, 마인츠
1456년 8월 15일, 성모 승천 축일. 마인츠 성 스테파노 참사회 성당의 대리사제 하인리히 크레머는 커다란 라틴어 성서의 둘째 권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Iste liber illuminatus, ligatus et completus est p[er] Henricum Cremer" — 이 책은 하인리히 크레머가 채색하고 제본해 완성했다.1 아흐레 뒤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에는 첫째 권에 같은 일을 적었다. 채색 또는 루브리케이션, 그리고 제본.
그가 마친 일은 글쓰기가 아니었다. 종이 위의 검은 글자는 이미 찍혀 있었다. 미 의회도서관의 해설은 이렇게 적는다. "Before a purchaser could use a Gutenberg Bible efficiently, the printed text needed to be finished by hand."2 머리글자와 장 번호와 제목은 비워 둔 자리에 사람이 손으로 넣었다. 인쇄소는 처음에 붉은 글씨까지 찍으려 했지만 몇 장 만에 그만두었다.3 기계는 검은 글자까지 했고, 나머지는 손이 했다.
그렇게 마무리된 책은 필사본처럼 보였다. 서체는 텍스투라라 불리는 고딕 필사체의 획을 따라 그렸고, 쪽 배치는 중세 필사본의 규범을 따랐다. 라틴 문자는 스물세 자인데, 활자 세트는 합자와 약자를 더해 270~300자였다.4 그리고 책 어디에도 인쇄한 사람의 이름, 인쇄한 곳, 날짜가 없었다.5 이 책의 날짜를 알려 주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손이다. 크레머의 두 줄 덕분에 인쇄가 1456년 8월보다 먼저 끝났다는 것이 확정된다.
1454년 10월, 프랑크푸르트
그 책이 사람들 앞에 나온 기록은 두 해 가까이 앞선다. 1454년 10월 프랑크푸르트 제국의회에서, 이름이 전하지 않는 한 사람이 성서의 접지 묶음을 내보였다. 그 장면은 다섯 달 뒤인 1455년 3월 12일, 비너노이슈타트의 황제 궁정에서 쓴 편지로 남았다. 쓴 사람은 시에나 주교이자 황제의 고문이던 에네아 실비오 피콜로미니, 훗날의 교황 비오 2세다. 받는 사람은 카르바할 추기경이었다.6
프랑크푸르트에서 보인 "그 놀라운 사람"에 관해 자기에게 전해진 글에 거짓은 하나도 없었다고 그는 썼다. 온전한 성서를 본 것은 아니었다. 그가 본 것은 다섯 장을 접어 포갠 퀸테르니온 몇 묶음이었다. 그는 그 글자를 이렇게 평했다. "mundissime ac correctissime littere, nulla in parte mendaces" — 더없이 깨끗하고 정확하며 어디에도 틀림이 없는 글자, 추기경께서 애쓰지 않고 안경 없이 읽으실 만한 글자. 부수는 들은 숫자였다. 158권이 완성되었다고 여러 증인에게 들었으나, 어떤 이들은 180권이라고 단언했다. 이 편지에서 책이 빠르게 팔리고 있다는 말까지 읽어 내는 연구자도 있다.7
여기서 멈추고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알려진 구절에는 '인쇄'라는 낱말이 없다.8 피콜로미니는 그 종이를 필경사의 솜씨를 재는 말로 쟀다. 깨끗한가, 정확한가, 눈이 편한가. 그 구절에서 그가 칭찬한 것은 발명이 아니라 글씨였다.
인쇄한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닫은 것은 아니었다. 1457년 8월 14일, 성모 승천 전야에 마인츠의 푸스트와 슈외퍼는 시편집 끝에 이렇게 박았다. 이 책은 "absque calami vlla exaracione", 펜을 한 번도 대지 않고, 인쇄하고 찍어 내는 재주 있는 발명으로 이렇게 꼴을 갖추었다. 1905년 서지학자 앨프리드 폴라드는 구텐베르크 쪽의 거의 몰래 하는 듯한 침묵과, 자신들과 새 기술을 끈질기게 찬미한 푸스트·슈외퍼를 나란히 놓았다.9 42행 성서는 필경사의 얼굴로 나왔고, 자기가 기계라고 말하지 않았다. 1457년의 시편집은 펜 없이 인쇄로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1492년 가을, 슈폰하임
값은 조금 늦게 움직였다. 책값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1470년대부터다. 경제사가 부링과 판잔덴은 인쇄기가 한 세대 안에 서유럽 끝까지 퍼지는 사이 "the cost of books had been cut by two-thirds or more"라고 썼다. 원인으로는 새 기술과 함께 종이 생산의 기술 변화, 그리고 인쇄업의 규모의 경제를 든다.10
책도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다. 1469년 베네치아에서 찍은 플리니우스 『박물지』의 콜로폰에서는 책이 직접 입을 연다. 얼마 전만 해도 너무 드물어 간절한 독자도 좀처럼 가질 수 없던 책이다. 한때 지쳤던 손이여, 갈대펜을 쉬게 하라. "Namque labor studio cessit: et ingenio" — 수고가 공부와 재주에 자리를 내주었으니. 1474년 4월 1일 나폴리에서 찍은 한 책의 콜로폰은 값을 입에 올렸다. "Me lege: nec multo mercaberis" — 나를 읽으라, 비싸게 사지 않으리라. 부자에게도 가난한 이에게도.11
그 말은 수도원 담장 안까지 들어왔다. 1492년 가을, 슈폰하임의 수도원장 요하네스 트리테미우스는 도이츠 수도원장의 청을 받아 수도사들에게 베껴 쓰기를 권하는 글 『필경사 예찬』을 썼다. 그 7장은 형제들이 할 법한 말을 먼저 적는다. 인쇄술이 그 많은 책을 세상에 쏟아내 "modico ere", 적은 돈으로 큰 서고를 갖출 수 있는데 왜 베끼느라 지쳐야 하는가.12 인쇄본은 싸다. 수도사들에게 그것은 이미 상식이었다.
트리테미우스의 첫 대답은 내구성이었다. 손글씨는 양피지에 올리면 천 년을 갈 수 있지만, 인쇄는 종이 물건이라 이백 년을 버티면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같은 장에 한 줄을 더 적었다. "Scriptura autem maioris industrie est." 손글씨가 더 큰 공을 들인다.13
그를 인쇄의 적으로만 읽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마인츠의 인쇄업자 페터 폰 프리트베르크가 낸 53판 가운데 19판이 트리테미우스의 저작이었고, 『필경사 예찬』도 1494년 그 인쇄소에서 찍혀 나왔다.14 그는 손으로 쓴 것이 무엇을 더 가졌는지를 따로 적어 두었다.
우르비노의 서고
세 가지 비용으로 나누어 보면 이렇다. 인쇄기가 나온 뒤 먼저 무너진 쪽으로 읽히는 것은 생산 비용, 같은 글을 한 부 더 실제로 만드는 비용이다. 1470년 이후 유럽의 필사본 생산은 급감했다.15 필사본처럼 보이게 만드는 비용, 모방 비용도 일부 내려갔다. 검은 글자의 모양까지는 기계가 찍었다. 그러나 사는 사람이 무엇이 인쇄본인지 가려내는 비용, 검증 비용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457년 시편집부터 인쇄를 밝히는 콜로폰이 나왔고, 1492년에는 수도원의 형제들까지 인쇄본이 싸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무너진 것은 필사본 모양의 값이 아니라 책 자체의 값이다. 실제로 같은 글이 싸졌다.
그리고 손으로 공들이는 일은 따로 값을 치르고 주문하는 것이었다. 구텐베르크 성서를 산 사람도 돈을 더 내고 머리글자나 여백의 채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Purchasers could pay extra to commission illuminations for initials or the borders of the text."16 그 길의 끝에 우르비노가 있다.
피렌체의 서적상 베스파시아노 다 비스티치는 우르비노 공작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의 서고를 이렇게 자랑했다. «tutti iscritti a penna, e non v'è ignuno a stampa» — 전부 펜으로 썼고, 인쇄본은 하나도 없다. 그의 회고로는 공작이 열네 해 이상 우르비노와 피렌체 등지에서 필경사 서른에서 마흔 명을 늘 부렸고, 3만 두카토를 들였다.17
바티칸 도서관의 옛 목록은 그 자랑이 사실과 달랐음을 보여 준다. 공작의 서고에는 인쇄본이 있었다. 1481년 로마에서 찍어 저자가 공작에게 바친 법률서 세 권이다. 1474년 이후 공작을 위해 만든 호화 필사본 Urb. lat. 151은 인쇄업자 리냐미네가 1471년과 1473년에 낸 인쇄본을 본떴다. 인쇄업자가 쓴 서문까지 손으로 옮겨 적었다.18
기계가 찍은 문장을, 3만 두카토를 들였다는 서고는 다시 손으로 베껴 들였다. 같은 글이었다. 다른 것은 손이었다.
그래도 남는 반론
첫째 반론. 42행 성서가 필사본처럼 생긴 것을 누구를 속이려는 전략이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맞다. 따를 다른 본보기가 없었다.19 접지는 제국의회에서 공개적으로 돌았고, 3년 뒤 마인츠의 시편집은 펜을 대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남는 것은 인쇄자·장소·날짜의 침묵뿐이고, 그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20 그러니 "기계가 필경사인 척했다"는 문장은 서지 않는다. 서는 문장은 하나다. 필경사의 얼굴로 나왔고, 자기가 기계라고 말하지 않았다.
둘째 반론. 책값이 떨어진 것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알아채서가 아니라 공급이 늘어서다. 종이 생산의 기술이 바뀌었고, 인쇄업에는 규모의 경제가 생겼다. 1470년대 초 로마와 베네치아가 다투어 고전을 찍자 시장은 곧 재고로 넘쳤다.21 이것도 맞다. 다만 물어야 할 것은 공급이 늘었느냐가 아니라, 그 공급 증가가 어느 비용이 무너져서 왔느냐다. 무너진 것은 생산 비용이었고, 가려내는 비용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같은 글은 싸지고, 손으로 하는 일은 따로 주문된다. 그러나 이 전제에는 반대 방향의 자료가 있다. 42행 성서는 인쇄자도 장소도 날짜도 밝히지 않았고, 1475년 이전 라틴 성서의 대다수도 그랬다고 폴라드는 썼다. 덮어 놓고 보면 15세기 후반의 책은 인쇄본과 필사본을 구별할 수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22 인쇄가 퍼진 뒤에도 사는 사람들이 인쇄본과 필사본을 가려 사지 못했다는 기록이 쌓인다면, 검증이 쌌다는 전제가 약해진다.
크레머는 1456년 여름, 기계가 찍은 책에 손으로 마지막 색을 넣고 자기 이름을 적었다. 1474년 이후, 우르비노 공작의 필경사는 기계가 찍은 문장을 인쇄업자의 서문까지 손으로 옮겨 적었다. 기계가 그림과 글을 만드는 시대에, 사람이 들인 수고는 무엇을 보장하는가.
주
1하인리히 알브흐, 일명 크레머의 수기(1456).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소장 종이본 두 권, 소장 기관의 라틴어 전사를 따랐다. BnF, "La Bible de Gutenberg." https://www.bnf.fr/fr/la-bible-de-gutenberg — 1권: "Illuminata seu rubricata et ligata p[er] Henricum Albch alius Cremer, anno d[omi]ni M° CCCC° LVI°, festo Bartholomei ap[osto]li." 2권의 기록은 이어 자신을 성 스테파노 참사회 성당의 대리사제로 밝히고 성모 승천 축일을 적는다. 'illuminata seu rubricata'는 채색 또는 루브리케이션이며, BnF는 종이본이 양피지본보다 수수하다고 쓴다. BnF는 이 기록이 늦어도 1455년에 판매가 시작되었다는 다른 증거와 맞는다고 본다. 수기 이미지는 직접 보지 않았다.↩
2Library of Congress. "The Gutenberg Bible at the Library of Congress: A Resource Guide" — Introduction. https://guides.loc.gov/gutenberg — "Before a purchaser could use a Gutenberg Bible efficiently, the printed text needed to be finished by hand." 같은 곳: "Printing technology was introduced into a manuscript culture."↩
3Füssel, S. (2018). Die Gutenberg-Bibel.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ÖNB) 블로그. https://www.onb.ac.at/mehr/blogs/die-gutenberg-bibel — 적색 인쇄는 몇 장 만에 그쳤고, 이후 루브리케이터가 루브리카 목록(tabula rubricarum)을 보고 손으로 넣었다(요지). 포기의 이유를 Bravi (1997)는 맞춤(레지스터) 문제로, 케임브리지 대학도서관 블로그(Dourish 2016)는 너무 느린 속도로 적는다.↩
4BnF(같은 페이지): 서체는 고딕 글자의 획을 따라 그렸고 쪽 배치는 중세 필사본의 규범을 따랐으며, 활자 세트는 270~300자였다(요지). Bravi, G. O. (1997). "Bibbia di Gutenberg o di 42 linee o Mazarina." Manuale enciclopedico della bibliofilia. Milano: Sylvestre Bonnard, pp. 86–88은 큰 판형·2단·주석용 넓은 여백·익숙한 파리 본문을 필사 사본과 같은 특징으로 든다. 활자의 집계와 범주 내역은 출처마다 다르다 — 체들러의 집계는 299(대문자 53·소문자 158·합자 79·약자 4·구두점 5, Bravi 1997 인용), 퓌셀은 라틴 글자 23개가 아니라 290개가 넘는 기호였다고 쓴다(Füssel 2018).↩
5Pollard, A. W. (1905). An Essay on Colophons, with Specimens and Translations. Chicago: The Caxton Club. https://www.gutenberg.org/files/56628/56628-h/56628-h.htm — "the great majority of Latin Bibles printed before 1475 are completely silent as to their printers, place of imprint, and date." 폴라드의 이 문장은 1475년 이전 라틴 성서 무리에 관한 것이다. 42행 성서 자체에 관해서는 BnF(같은 페이지): "Elle n'est ni signée, ni datée."↩
6에네아 실비오 피콜로미니가 후안 데 카르바할 추기경에게 보낸 라틴어 서한(1455-03-12, 비너노이슈타트). 편집본: Meuthen, E. (1982). Gutenberg-Jahrbuch 57, 108–118. 영역·논의: Davies, M. (1996). "Juan de Carvajal and Early Printing." The Library, 6th ser., 18(3), 193–215. 목격을 1454년 10월 제국의회로 놓는 것은 Füssel (2018)을 따랐다(Bravi 1997은 "1454년 가을"). 이 편지는 1480년에 인쇄된 피콜로미니 서간집에 실렸다(LoC Resource Guide). 라틴 구절은 BnF·Bravi (1997)·Degni (2014) 등의 2차 인용으로만 확인했고, Meuthen 편집본과 Davies 영역은 대조하지 않았다: "De viro illo mirabili apud Francfordiam viso nihil falsi ad me scriptum est. Non vidi biblias integras, sed quinterniones aliquot diversorum librorum, mundissime ac correctissime littere, nulla in parte mendaces, quos tua dignatio sine labore et absque berillo legeret." 철자는 인용처마다 조금씩 다르다(littere/litterae, berillo/berillio). 번역은 라틴에서 옮겼다.↩
7같은 서한, Bravi (1997) 인용: "volumina centum et quinquaginta octo absoluta esse ex pluribus testibus didici, quamvis aliqui centum et octuaginta esse confirmaverint". volumina는 '권'이다. 현대 추정은 150~185부이고(Bravi 1997이 정리한 지아츠코·슈벵케·카프르의 추정), White, E. M. (2018-04). "The Gutenberg Bible, 550 Years after Gutenberg." Bible and Interpretation은 편지의 숫자를 정확히 158부의 종이본으로 읽는 해석을 파편 증거가 배제한다고 쓴다. 책이 완성되기 전에 사려는 사람이 있었다거나 빠르게 팔리고 있었다는 대목은 라틴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고, White (2018)의 요약과 독일어 의역으로만 전해진다.↩
8Degni, P. (2014). "Il libro manoscritto nella galassia Gutenberg. Qualche osservazione." In I. Diu & R. Mouren (eds.), De l'autorité à la référence. Paris: École nationale des chartes, pp. 11–18. https://books.openedition.org/enc/3457 — 데니는 피콜로미니가 본문의 깨끗함을 칭찬할 뿐 발명 자체는 말하지 않으며, 그에게 그 기호들은 활자가 아니라 글자였다고 읽는다(요지). 서한 전문은 대조하지 않았다.↩
9마인츠 시편집 콜로폰(요한 푸스트·페터 슈외퍼, 1457년 성모 승천 전야 = 8월 14일), Pollard (1905)의 전사: "Adinuentione artificiosa imprimendi ac caracterizandi absque calami vlla exaracione sic effigiatus". 폴라드의 번역: "has been thus fashioned by an ingenious invention of printing and stamping without any driving of the pen". 같은 문구가 1459년 시편집, 1462년 성서 등에서 되풀이된다. 폴라드는 인쇄자·장소·날짜에 침묵한 인쇄자 무리를 이들과 대비한다: "In strong contrast to the almost furtive behavior of this group of printers is the insistent glorification of themselves and the new art by Johann Fust the goldsmith and Peter Schoeffer the scribe".↩
10Buringh, E., & van Zanden, J. L. (2009). "Charting the 'Rise of the West': Manuscripts and Printed Books in Europe, A Long-Term Perspective from the Sixth through Eighteenth Centuries."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69(2), 409–445. DOI: 10.1017/S0022050709000837. p. 440: "the cost of books had been cut by two-thirds or more". 1470년대부터의 빠른 하락과 그 원인(새 기술·종이 생산의 기술 변화·인쇄업의 규모의 경제)은 p. 432. 가격 계열 자체는 판잔덴(2004)·클라크(2004)에서 가져왔다. Dittmar, J. E. (2011).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26(3), p. 1133도 1450~1500년 사이 책값이 3분의 2 떨어졌다고 쓴다. 42행 성서 자체의 원래 판매가는 알려져 있지 않다(Dourish 2016).↩
11플리니우스 『박물지』(베네치아: 슈파이어의 요하네스, 1469) 콜로폰, Pollard (1905)의 전사: "Quem modo tam rarum cupiens vix lector haberet, … Fessa manus quondam moneo: calamusque quiescat, Namque labor studio cessit: et ingenio." 폴라드·가넷의 운문역은 첫 행에 값('afford')을 넣었지만, 라틴 vix haberet는 '좀처럼 가질 수 없었다'이다. 폴라드는 초기 베네치아 종이본이 그들이 본뜬 필사본보다 "no easier to read" 했다며 필경사에 대한 이 비방을 부당하다고 보았다. 마테우스 실바티쿠스 『판덱타』(나폴리: 브뤼셀의 아르놀트, 1474-04-01) 콜로폰, 같은 책의 전사: "Me lege: nec multo mercaberis: Angelus en me Sic et diuitibus pauperibusque parat." 폴라드는 이것을 "advertisements of cheapness"의 예로 든다. 두 콜로폰의 번역은 라틴에서 옮겼다.↩
12Trithemius, J. (1492 집필). De laude scriptorum. Mainz: Peter von Friedberg, 1494. 교감본: Benecchi, I. (2024). Édition, traduction et commentaire du De laude scriptorum de Jean Trithème. 석사논문, Université de Liège(K. Arnold 1973/1974의 교감을 따름). 도이츠 수도원장 게를라흐 폰 브라이트바흐의 청과 헌정 서한 날짜 1492-10-08은 해제(Arnold 1974 인용)를 따랐다. 7장: "Quid necesse est me scribendo fatigari, cum ars impressoria tot tantosque libros transfundat in lucem, ut modico ere magnam bibliothecam possimus instruere?" 번역은 라틴에서 옮겼다.↩
13같은 장: "Scriptura enim, si membranis imponitur, ad mille annos poterit perdurare, impressura autem, cum res papirea sit, quamdiu subsistet? Si in volumine papireo ad ducentos annos perdurare potuerit, magnum est". 이어서: "Scriptis enim codicibus nunquam impressi ex equo comparantur; nam orthographiam et ceteros librorum ornatus impressura plerumque negligit. Scriptura autem maioris industrie est." industria는 '공들임·부지런함'이다. 같은 장은 쓸모 있는 인쇄본을 손으로 베끼면 "paruis precii magnitudinem"(하찮은 것에 값의 크기를) 준다고도 쓴다. pretium은 '값'과 '가치'를 함께 뜻한다.↩
14프리트베르크의 53판 가운데 19판이 트리테미우스의 저작이라는 집계는 USTC를 인용한 Benecchi (2024) 해제를 따랐다. 엠바흐(2000)는 이 책을 인쇄 비판으로 읽는 것을 지나친 단순화로 보고, 트리테미우스가 뒤에 구텐베르크의 발명을 칭송한 발언을 든다(해제 경유). 1494년 인쇄본의 목록 번호는 ISTC it00442000 / GW M47538.↩
15Buringh & van Zanden (2009), p. 418: 1470년 이후 필사본 생산의 급감을 인쇄 발명의 효과로 본다(요지).↩
16LoC Resource Guide(같은 곳): "Purchasers could pay extra to commission illuminations for initials or the borders of the text."↩
17Vespasiano da Bisticci, 『Vite』 중 「우르비노 공작 페데리코」(15세기 후반). 바티칸 도서관 온라인 전시 "Non v'è ignuno a stampa?"(M. G. Critelli)가 인용한 원문(Le Vite I, p. 302): «In quella libraria i libri tutti sono belli in superlativo grado, tutti iscritti a penna, e non v'è ignuno a stampa, che [Federico] se ne sarebbe vergognato». https://spotlight.vatlib.it/it/humanist-library/feature/non-v-e-ignuno-a-stampa — "[Federico]"는 전시의 삽입이고, 부끄러워할 주어가 공작인지 책인지는 원문에서 모호하다. 베스파시아노는 필사본을 파는 서적상이었다. 쪽수는 판본마다 다르다. 영역 The Vespasiano Memoirs, trans. W. George & E. Waters (1926; University of Toronto Press 재간 1997, pp. 102–105): "fourteen or more years", "thirty or forty scribes", "thirty thousand ducats". 회고 속의 숫자다.↩
18바티칸 도서관 전시(위와 같음). 옛 목록(Indice vecchio)은 인쇄본에 그리스어 표시를 달았고, 본 컬렉션의 인쇄본은 베르타키니 『Repertorium Iuris』 3권(로마: 게오르기우스 라우어, 1481-04-05, 저자가 페데리코에게 바친 헌정본)이다. 그중 2권은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있다. 부속 서고에도 인쇄본이 있었다(Davies 2007 인용). 같은 전시에 따르면 1474년 이후 페데리코를 위해 만든 Urb. lat. 151은 요하네스 필리푸스 데 리냐미네가 1471·1473년에 낸 인쇄본을 본떴고 인쇄업자의 서문까지 옮겨 적었다(요지). 공작 문장과 "F D" 머리글자를 단 리냐미네 인쇄본(『De sanguine Christi』) 한 부가 바르셀로나 대학도서관(Inc. 209)에 있다. 전시는 페데리코가 인쇄가 태어나던 시대에 흐름을 거슬러(controcorrente) 필사본 서고를 원했다고 평한다.↩
19Dourish, E. (2016-11-12). "First Impressions: The Gutenberg Bible." Cambridge University Library Special Collections blog. https://specialcollections-blog.lib.cam.ac.uk/?p=13354 — 성서는 당대 독일 필사본과 비슷한 배치·서체로 설계되었고, 따를 다른 예술적 본보기가 없었다(요지).↩
20Pollard (1905)는 이 침묵을 "an attempt to keep the new art as secret as possible, either in order to lessen competitors and keep up prices"로 짐작했고, 그 앞에 "it would almost seem as if"라는 유보를 붙였다. 짐작이지 기록이 아니다.↩
21Pollard (1905): 1470년대 초 로마와 베네치아가 다투어 고전을 찍자 "the market quickly became overstocked", 베네치아의 벤델린 폰 슈파이어와 로마의 스바인하임·파나르츠가 손해를 보았다.↩
22Degni (2014), 같은 글: 발다키니를 인용해, 15세기 후반 책은 덮어 놓고 보면 인쇄본과 필사본을 구별할 수 없었다고 쓴다(요지). 데니는 초기의 인쇄본과 필사본이 서체·장식·본문과 주석의 배치·접지 구조를 공유했다고도 정리한다. 발다키니의 연구는 데니의 인용으로만 확인했다.↩
8장
624번의 프롬프트
2022년 8월, 푸에블로
2022년 8월 말,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의 주 박람회 미술전에 제이슨 앨런은 캔버스에 인쇄한 그림 세 점을 냈다. 한 점에 11달러씩 출품료를 냈다.1 서른아홉 살, 보드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었고 미술전 출품은 처음이었다.2 그중 한 점, 「Théâtre D'opéra Spatial」이 신인 디비전 '디지털 아트/디지털 조작 사진' 부문 1위에 올랐다. 블루 리본과 상금 300달러. 출품자 이름은 "Jason M. Allen via Midjourney"였다.3 미드저니는 글로 적은 지시문, 곧 프롬프트를 받아 이미지를 내놓는 프로그램이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미드저니가 AI라는 것을 몰랐고, 알았더라도 판정은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4 한 사람의 기준은 그림이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정신을 불러내는가였다. 다른 한 사람은 르네상스풍 화면에 끌렸다고 했다. 두 사람이 본 것은 벽에 걸린 그림이었다.
앨런은 판화 한 점에 750달러를 매겼다. 기자에게는 그 셈법도 말했다. 이 작업에 80시간 넘게 매달린 시간과, 다른 작가들에게서 받은 견적을 견줬다는 것이다.1 두 점이 박람회에서 팔렸다. 같은 부문 3위, 병원 접수원으로 일하는 스물다섯 살 제시카 헤어의 그림은 아이패드와 스타일러스로 15시간이 걸렸다.2
수상 소식이 퍼지자 비판이 쏟아졌다. 앨런이 온라인 채팅방에 올린 우승 공지는 수 주간 미세조정하고 큐레이션했다고 적었고, 한 반응은 마라톤 결승선을 람보르기니로 통과한 셈이라고 비꼬았다.2 앨런은 기자에게 사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겼고,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3 박람회 측 대변인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벽에 바나나를 붙여 놓고도 예술이라 부르지 않았느냐고, 사진도 처음에는 버튼 누르기 취급을 받았다고.5 그리고 앨런은 값을 아쉬워했다. 이제 미술사의 한 조각이 될지도 모르는데, 훨씬 더 받았어야 했다고.2
값을 매기며 앨런이 내세운 근거 하나는 그림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 어디에도 80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그 시간은 기자에게 값을 설명한 앨런의 말 속에 있었다.
2022년 9월 30일, 저작권청
한 달 뒤 앨런은 이 그림을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하려 했다. 저작권청이 추가로 물어 오자, 2022년 9월 30일 앨런 측은 이메일로 답했다. 처음 판본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수정과 텍스트 프롬프트를 적어도 624번" 넣었다고.6 넣을 때마다 네 장의 후보가 나왔고, 그는 그 가운데 "받아들일 만한" 한 장을 골라 포토샵으로 손질하고 크게 키웠다.7 프롬프트 자체는 내놓지 않았다. 기밀이라는 이유였다.8 저작권청이 받아 든 것은 지시문이 아니라 횟수였다.
두 숫자는 출처가 다르다. 624는 앨런 측이 저작권청에 보낸 이메일에 담긴 앨런 자신의 진술로, 한 작품의 프롬프트 횟수다. 80시간은 기자가 앨런의 말을 요약한, 출품작 세 점 전체에 든 시간이다. 저작권청 심사위원회의 결정문에는 몇 시간이 걸렸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9
저작권청은 등록을 거부했다. 앨런의 손이 닿은 부분을 통째로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2023년 6월의 거부서는 포토샵 편집이 등록될 만하다고 받아들였다. 거부의 사유는 따로 있었다. 미드저니가 생성한 부분을 등록 대상에서 빼라는(disclaim) 요구를 앨런이 거절한 것이다.10 2023년 9월 5일,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회가 거부를 확정했다. 위원회는 624라는 숫자를 그대로 옮겼고, 미드저니가 프롬프트를 "특정한 표현적 결과를 만들라는 구체적 지시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저작권청의 앞선 설명을 인용했다. 그래서 이용자는 "수백 번의 반복을 시도해야 할 수도 있다."8
2026년 2월, 623번의 흔적
앨런은 2024년 9월 저작권청 쪽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장은 624를 영화 한 장면의 최다 촬영 기록 148회와 나란히 놓았고, 624번의 프롬프트가 노력만이 아니라 "의도"의 증거라고 주장했다.11 2026년 2월, 정부가 법원에 낸 서면이 그 주장에 답했다. 정부는 624번의 프롬프트가 상당한 노력을 보여 줄 수는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적었다.
"작품을 만드는 데 든 시간과 노력은, 어떤 부분이 저작권을 받을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무관하다."12
"앨런 씨의 처음 623번의 프롬프트가 미드저니가 624번째를 처리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는 흔적은 기록에 없다."13
정부는 반복을 뒤집어 읽었다. 624번을 넣어야 했다는 것 자체가, 넣는 사람이 표현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앨런 측은 그 그림이 주 미술 공모전에서 실제로 우승했다는 사실을 독창성의 근거로 들었다.12 우승은 심사위원의 눈을 통과했다는 기록이다. 앞선 623번의 영향은 기록에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 서면은 파이스트 판결을 들었다. 들인 땀을 권리의 근거로 삼던 이른바 "이마의 땀" 원칙을 기각한 판결이다.12 80시간이든 624번이든, 들인 시간은 그 자체로 권리를 지켜 주지 못했다. 등록이 거부된 뒤 그 그림은 남의 작품에 통째로 쓰이고 무단 복제품으로 팔렸다고, 앨런은 소장에 적었다.11
정부 서면이 판례를 들어 시간을 셈에서 뺀 것은 권리의 문제다. 값은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매겨진다.
챗GPT 이후, 업워크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공개됐다. 후이와 레셰프, 저우는 온라인 일감 시장 업워크의 프리랜서 약 8만 명을 2022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들여다봤다. 글쓰기 직군을 덜 노출된 직군과 견주자, 공개 뒤 글쓰기 프리랜서의 월 일감은 2퍼센트, 월 수입은 5.2퍼센트 줄었다.14 한 자릿수의 감소다. 그러나 무엇이 그 숫자를 만들었는지는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다.
챗GPT가 글 한 편을 만드는 생산 비용을 낮췄다면, 공들여 쓴 것처럼 보이는 글을 만드는 모방 비용도 함께 내려갔을 수 있다. 사는 사람이 그 글에 실제로 얼마의 수고가 들었는지 가려내는 검증 비용은 그대로였을 수 있다. 둘이 겹치면 보이는 수고는 진짜 수고를 알려 주는 표지 노릇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보이는 수고에 웃돈이 붙어 있었다면 그 웃돈도 약해질 수 있다. 후이 외가 잰 것은 일감과 수입이다. 세 비용도, 웃돈도 재지 않았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숫자를 풀어 보는 해석 하나, 가설이다.
같은 숫자를 설명하는 이야기는 이것 하나가 아니다. 공급이 늘었을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글이 나오면 값이 내려갈 수 있다. 대체가 일어났을 수 있다. 사던 사람이 도구를 직접 돌리는 경우다. 세 설명 모두 월 수입 5.2퍼센트 감소와 들어맞는다. 일감이 줄었다는 관측은 노력의 신호가 무너졌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 단기 자료에서 과거 수입과 실적, 우수 프리랜서 배지 같은 좋은 이력은 일감·수입 감소를 완충하지 못했다. 이미지 직군에서는 오히려 상위 프리랜서가 더 크게 맞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저자들 스스로 "시사적"이라고 부른 증거다.15 그렇다고 평판의 웃돈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남는 반론
가장 그럴듯한 반론은 이렇다. 흉내가 싸지면 사는 사람은 물건 대신 사람을 볼 것이다. 쌓아 온 실적, 벌어 온 수입, 배지. 도구가 흉내 낼 수 없는 기록이 값을 지켜 줄 것이다.
사람이 썼다는 것을 따로 보증하려는 장치도 나왔다. 2025년 1월 29일, 미국 작가조합은 사람이 쓴 책에 붙이는 "Human Authored" 인증 표장을 내놓았고, 2026년 3월 2일 모든 미국 출간 저자로 대상을 넓혔다. 두 공지 어디에도 원고의 AI 사용을 기술로 검사한다는 말은 없다. 보증 장치는 신원 확인과 라이선스 계약이다.16
이 반론이 서려면 조건 둘이 채워져야 한다. 이력은 도구가 흉내 낼 수 없어야 하고, 사는 사람은 그 이력을 봐야 한다. 단기 자료는 두 조건이 채워졌는지 말하지 못한다.
후이 외의 관측은 단기이고, 플랫폼 안만 본 것이며, 비교 직군에 대한 상대 효과다. 모방이 싸지고 검증 비용은 제자리인 시장에서, 수고가 보이는 물건의 웃돈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 가설은 약해진다.
그렇다면 그날 바나나에 치른 624만 달러는 무엇에 대한 값이었나.
주
1Winfrey, A. L. (2022-09-01). "'Someone had to be first': Pueblo artist criticized after AI painting wins at Colorado State Fair." The Pueblo Chieftain (원제 "After AI painting wins at Colorado State Fair, Pueblo artist explains"). 세 점 모두 점당 11달러로 출품, 부문 1위 상금 300달러, 점당 750달러 호가. 그 값은 디자인을 만지작거린 시간(이 프로젝트에 80시간 넘게)과 다른 작가들의 견적을 견줘 정했다는 앨런의 말을 기자가 요약해 전한다.↩
2Harwell, D. (2022-09-02/03). "He used AI to win a fine arts competition. Was it cheating?" The Washington Post. 앨런은 39세, 보드게임사 Incarnate Games 운영, 미술전 출품은 처음. 750달러에 내놓은 작품 가운데 두 점이 박람회에서 팔렸고, "미술사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으니 더 받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3위 제시카 헤어의 「Judge, Jury, Executioner」는 아이패드 프로와 스타일러스로 15시간. 우승 공지는 디스코드에 올라왔고, 람보르기니 비유는 그에 대한 반응 가운데 하나로 기사가 전한다. 모두 기사의 요지다.↩
3Roose, K. (2022-09-02). "An A.I.-Generated Picture Won an Art Prize. Artists Aren't Happy." The New York Times (지면 2022-09-03, B1). 앨런의 말: "I won, and I didn't break any rules." 출품 명의 "Jason M. Allen via Midjourney"도 같은 기사.↩
4Winfrey (2022). 심사위원 칼 듀런과 대그니 매킨리의 발언 요지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가·정신을 불러내는가라는 기준은 듀런의 말을 기사가 요약한 것이다. 매킨리가 르네상스풍 화면에 끌렸다는 말은 Harwell (2022). 해당 부문 출품 수는 매체마다 다르다(이 기사 21점, 워싱턴 포스트 21명).↩
6U.S. Copyright Office Review Board (2023-09-05). Re: Second Request for Reconsideration for Refusal to Register Théâtre D'opéra Spatial (SR # 1-11743923581), p. 2: Allen stated that he "input numerous revisions and text prompts at least 624 times to arrive at the initial version of the image." 624는 앨런 측의 진술이며, 저작권청이 센 숫자가 아니다. 09-30 이메일은 앨런의 변호사 Tamara Pester가 보냈다. 등록 신청은 2022-09-21, 저작권청의 추가 문의는 09-28.↩
7Defendants' Response to Plaintiff's Motion for Summary Judgment and Memorandum in Support Thereof and Cross-Motion for Summary Judgment, Allen v. Perlmutter, No. 1:24-cv-02665 (D. Colo.), Doc. 58-1 (filed 2026-02-06). 매번 2×2 격자로 4장이 나왔고, 앨런은 "acceptable" 한 장을 골라 업스케일·포토샵·기가픽셀로 마무리했다. 심사위원회 결정문도 수백 장을 생성한 끝에 네 장 가운데 한 장을 골랐다는 앨런의 진술을 인용한다.↩
8Review Board (2023): "Midjourney does not interpret prompts as specific instructions to create a particular expressive result" / 이용자는 "may need to attempt hundreds of iterations". 앨런은 프롬프트를 "confidential"이라며 제출하지 않았다고 결정문은 적는다. 위원은 Suzanne V. Wilson, Maria Strong, Jordana Rubel.↩
9900개 넘는 결과물(Winfrey 2022)과 80시간 동안 900회 넘는 반복(Harwell 2022)은 세 점 전체에 대한 앨런의 말을 기자가 요약한 것이다. 2024년 소장(¶23)은 생성 624분에 회당 검토 평균 10분을 더하는 가정으로 114.4시간을 추정했다. 어느 것도 기록된 작업 로그가 아니며, 측정 대상과 방식이 서로 다르다.↩
10Review Board (2023). 앨런 측은 2022-10-25 AI 생성분의 제외를 거절했고, 최초 거부는 2022-12-13, 1차 재심 거부는 2023-06-06이다. 위원회는 포토샵 편집이 저작물인지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판단하지 않았다(각주 6). 행정 결정이며 법원 판결이 아니다.↩
11Allen v. Perlmutter, No. 1:24-cv-02665 (D. Colo.), Complaint, Doc. 1 (filed 2024-09-26). ¶20: 영화 한 장면 최다 촬영 기록 148회와의 비교. ¶89: 624번의 프롬프트는 "의도"의 증거. ¶11·¶13: 페이스북에서 작품 전체가 남의 작품에 쓰였고 엣시에서 무단 복제품이 팔렸다는 주장. 당사자의 주장이다.↩
12Doc. 58-1 (2026), p. 23: "The time and effort involved in creating a work is irrelevant in analyzing what aspects are eligible for copyright." 정부는 Feist를 들어 "이마의 땀" 원칙이 기각되었음을 논거로 삼았고, Meshwerks(10th Cir. 2008)의 "we look only at the final product, not the process"도 인용했다. 앨런 측 서면(Dkt. 41)의 우승 논거도 같은 서면이 전한다. 당사자의 서면이며 판결이 아니다. 58-1은 2026-02-06 제출본이고, 같은 서면이 2026-01-16에 먼저 제출됐다는 보도가 있다.↩
13Doc. 58-1 (2026), p. 24 n. 7: "There is no indication in the record that Mr. Allen's first 623 prompts had any influence on how Midjourney processed the 624th."↩
14Hui, X., Reshef, O., & Zhou, L. (2024). The Short-Term Effects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on Employment: Evidence from an Online Labor Market. Organization Science, 35(6), 1977–1989. DOI: 10.1287/orsc.2023.18441. 저자 최종본(2024-10-12) 기준: 표본 2022-01~2023-04, 약 80,000명. 글쓰기 월 일감 −2%(s.e.=0.004), 월 수입 −5.2%(s.e.=0.016), 덜 노출된 직군 대비. 평균 월 소득은 약 200달러. 플랫폼 밖 이동은 관측하지 못한다. 크기의 교차 확인: Demirci, O., Hannane, J., & Zhu, X. (2025). Who Is AI Replacing?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Online Freelancing Platforms. Management Science, 71(10), 8097–8108 — 초록: "a 21% decrease in the number of job posts for automation-prone jobs related to writing and coding". 공고 수(수요)를 잰 것이지 수입을 잰 것이 아니며, 플랫폼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15Hui, Reshef & Zhou (2024). 과거 수입·실적·배지 같은 이력이 피해를 줄이지 못했다. 이미지 직군에서는 과거 수입이 1% 높을 때마다 일감 −1.1%, 수입 −3.3%가 추가됐으나 소득 쪽은 흔히 유의하지 않다. 저자들은 이 결과를 "suggestive"라고 불렀다. 이미지 직군 수치는 2023년 8월 보도자료의 초기 수치와 다르며, 최종본(일감 −2.1%, 수입 −5.2%)을 따른다.↩
16The Authors Guild (2025-01-29). "Authors Guild Launches 'Human Authored' Certification to Preserve Authenticity in Literature." / (2026-03-02) 확대 공지. 비회원은 권당 10달러, 제3자 신원 확인과 라이선스 계약을 거친다. 조사·브레인스토밍용 AI 사용과 맞춤법 검사 같은 극소량 사용은 허용한다. 모두 공지의 요지다.↩
결론
바나나의 값
2024년 11월 29일, 홍콩
2024년 11월 29일, 홍콩 페닌슐라 호텔의 연회장. 저스틴 선이 기자들 앞에서 먹은 바나나는 뉴욕의 경매에 오른 그 바나나가 아니었다고 한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그 바나나가 홍콩에서 산 것이라고 보도했고, 행사를 전한 현지 매체는 방금 홍콩에서 산 바나나라는 선의 말을 옮겼다.1
어느 바나나였든, 그가 산 작품은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이 작품의 소유자는 과일이 상하면 어떻게 갈아 끼우는지 적은 지시를 함께 받는다.2 벽의 바나나는 처음부터 갈아 끼우도록 되어 있었다.
다섯 해 전에도 바나나는 먹힌 적이 있다. 2019년 12월 7일 토요일, 마이애미비치의 아트바젤 페어. 갤러리 페로탱의 부스 벽에서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가 바나나를 떼어 먹었다. 그는 이것이 '배고픈 예술가'라는 퍼포먼스라고 했고, 고맙다, 아주 좋다는 말도 남겼다. 15분쯤 뒤 벽에는 새 바나나가 붙었다.3 갤러리에서 미술관 관계를 맡은 뤼시앵 테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작품을 파괴하지 않았다. 바나나는 아이디어다."4 그해 작품은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페어가 끝나기도 전에 전시장에서 치워졌다.5
바나나가 아이디어라면, 624만 달러를 치른 사람의 손에는 무엇이 남았나.
증서
소더비의 로트 기재는 짧다. 재료는 바나나와 덕트테이프, 크기는 설치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한 문장이 붙어 있다. "이 작품에는 작가가 서명한 진품 증명서가 딸려 있다."6 소더비의 데이비드 갈페린은 낙찰자가 얻는 것을 이렇게 풀었다. 진품 증명서와 자세한 설치 지시서, 곧 그 작품을 다시 만들 권리를 주는 문서. 재료는 아무 바나나, 아무 덕트테이프면 된다. 이 작품이 물질로 드러나는 곳은 증명서뿐이라고 그는 말했다.7 다섯 해 전 페로탱의 대변인은 같은 말을 거꾸로 했다. "진품 증명서가 없으면, 개념미술 작품은 그 물질적 재현에 지나지 않는다."8
2024년 11월 20일에 선이 산 것은 바나나가 아니었다. 로트에는 경매장 앞 노점에서 온 바나나 한 개도 들어 있었지만, 바나나는 아무 바나나여도 됐다. 그가 산 것은 작가가 서명한 증서와, 바나나를 어떻게 붙이고 언제 갈아 끼울지 적은 지시였다.
증서는 이름 그대로 진품임을 증명한다. 이 바나나와 테이프의 배치가 카텔란의 「코미디언」이라는 것, 곧 출처와 진품성의 기록이다. 노력의 기록이 아니다. 여기서 멈추고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증서도 결국 누군가 공들여 쌓아 올린 것 아닌가. 증서에 붙은 값까지 '보이는 노력'이라 부르면 안 되는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면 노력이라는 낱말은 무엇이든 설명하게 된다. 바나나의 값도, 증서의 값도, 유명세의 값도. 무엇이든 설명하는 낱말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니 바나나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것 처럼 보이는 것이 희소성이 있어 보이고 높은 칼로리로 교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문장에 가장 곤란한 사례로 남는다. 값을 매긴 쪽이 먼저 노력을 지웠다. 소더비의 카탈로그 에세이는 이 작품을 뒤샹의 레디메이드에 잇대면서, 레디메이드가 공예와 희소성과 기술적 숙련을 한가운데서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작가가 부여한 개념의 값을 앉혔다고 썼다.9 카텔란 자신은 2021년의 한 인터뷰에서, 「코미디언」은 농담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귀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평이었다고 말했다. 페어에 나가야 한다면 남들이 그림을 팔듯 바나나를 팔 수 있다고도 했다.10
값도 노력과 따로 움직였다. 2019년 페로탱은 이 작품의 에디션 두 점을 개인 소장가에게 각각 12만 달러에 팔았고, 한 점을 미술관과 15만 달러에 협상하고 있었다.11 다섯 해 뒤 2번 에디션은 624만 달러에 팔렸다. 2019년에 이 작품의 에디션들에 붙은 값의 41.6배에서 52배다. 그동안 재료는 여전히 바나나와 덕트테이프였고, 딸린 증서와 지시도 그대로였다. 노력의 표시가 달라질 자리는 없었다. 달라진 것은 다른 쪽이었다. 경매 전에 작품은 아홉 도시를 돌았고, 뉴욕에서만 두 주 동안 1만 2천 명 넘게 보러 왔으며, 경매장에서는 일곱 명이 다퉜다.12 노력의 표시가 그대로인 채 값이 뛰었으니, 뛴 값은 노력의 표시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도 저 문장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저 문장의 어법은 처음부터 교환의 순간에 품는 기대였다. 품질을 직접 가늠하기 어렵고 노력 정보를 믿을 때, 노력의 표시가 평가와 지불의사를 움직일 수 있다는 데까지다. 바나나가 알려 주는 것은 그 바깥이다. 노력의 표시는 평가를 움직이는 여러 기전 가운데 하나다. 벽 위의 바나나 한 개와 테이프 한 줄에서 읽어 낼 수 있는 수고는 거의 없었으니, 624만 달러는 그 기전 하나로 읽히지 않는다.
값과 벌이
624만 달러라는 숫자 하나에 세 가지가 겹쳐 있다. 첫째는 구매력이다. "돈은 칼로리로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 자는 그 돈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를 잰다. 둘째는 가격, 물건이 얼마에 팔렸는가다. 셋째는 벌이, 그 돈이 누구에게 얼마나 남았는가다. 셋은 한 숫자로 불리지만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숫자부터 둘로 나뉜다. 624만 달러는 해머 가격 520만 달러에 구매자 수수료를 얹은 값이다. 소더비가 적은 이 에디션의 이력은 뉴욕의 페로탱에서 시작해, 2019년 그곳에서 산 개인 소장가와 화이트 큐브를 거쳐 이번 출품자에 이른다.13 처음 값이 매겨진 곳은 사슬의 첫 고리였고, 520만 달러의 해머는 사슬의 끝에서 내려왔다. 이 낙찰에서 작가에게 무엇이 돌아갔는지는 그 이력으로 셈할 수 없다.
200기니를 부른 휘슬러는 1878년 재판에서 이겼고, 이듬해 5월 파산했다. 빚은 재판 전해 여름에 이미 무거웠다. 그 그림이 호가의 네 배에 팔린 것은 1892년이었다.14 콜로라도의 앨런은 들인 시간과 다른 작가들의 견적을 견줘 캔버스 인쇄본 한 점에 750달러를 매겼다고 말했고, 두 점을 팔았다. 등록이 거부되고 복제품이 돌면서 그 그림으로 돈을 벌 길이 무너졌다는 것은 그가 소장에 적은 주장이다.15 당시 소더비 본사 앞 노점에서 일하던 샤 알람은 한 시간에 12달러를 받고 하루 열두 시간, 한 주에 나흘을 일했다고 전해졌다. 주 576달러다.16 노점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벌이는 바나나 값이 아니라 시간으로 셈해졌다.
높은 값을 설명했다고 벌이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벌이는 따로 계산된다. 누가 몇 개를 사는가, 만드는 데 무엇이 드는가, 그 돈이 언제 누구의 손으로 돌아오는가. 「코미디언」은 에디션 셋에 작가 보관본 둘, 모두 다섯 점뿐이어서 몇 개를 파느냐의 문이 처음부터 좁았다. 휘슬러의 그림은 값이 붙고도 돈이 늦게 돌아왔다. 네 배는 파산하고 열세 해 뒤에 왔다. 앨런에게는, 그의 주장대로라면, 복제가 팔 수 있는 몫을 남에게 넘겼다. 알람에게는 일한 시간이 곧 판 양이었다. 같은 수고를 보여도 그 덕에 추가로 받는 돈이 추가로 드는 비용보다 클 때는 더 남는다. 평가만 오른다면 더 남는다고 할 수 없고, 추가로 드는 비용이 추가로 받는 돈보다 클 때는 덜 남는다. 가격 하나로 비용과 판매량까지 셈한 실제 몫과 그 구매력을 계속 잘 맞힐 수 있는 거래라면, 셋을 따로 세어 얻는 것은 그만큼 줄어들지만, 그때도 그 몫으로 살 수 있는 먹거리의 양은 먹거리 값에 따라 달라진다.
어떻게 벌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벌 것인가. 저 두 문장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조건이 붙은 규칙뿐이다.
첫째, 들인 수고를 드러내라. 연구자들이 미국 북동부의 한 대학 식당 그릴 앞에 열흘 동안 소리 없는 화면 한 쌍을 달아, 손님과 요리사가 서로를 보게 했다. 손님이 매긴 음식 품질은 22.2퍼센트 올랐고 주문 처리 시간은 19.2퍼센트 줄었다.17 같은 논문의 실험실 연구에서는 과정을 본 사람들이 직원의 노력을 더 크게 지각했다. 다만 식당에서 오른 몫의 일부는 실제로 나아진 음식이었다. 손님을 보게 된 요리사들은 음식을 지나치게 익히는 일이 줄었다. 그리고 오른 것은 평가였지 음식값이 아니었다. 실패 쪽 짝도 있다. 과정을 보여 준 뒤 형편없는 상대를 내놓은 가상의 데이트 사이트는, 곧바로 결과를 낸 사이트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18 이 규칙은 결과가 나쁘지 않을 때, 드러난 수고가 설득하려는 연출로 읽히지 않을 때 선다. 있는 수고를 보이게 하는 일과 없는 수고를 있어 보이게 하는 일은 다르다. 꼬리표만 바꿔 달아도 매기는 값이 움직였다는 것은 관측이고, 꼬리표를 꾸며 달라는 말은 그 관측에서 나오지 않는다.
둘째, 당신에게 싼 수고가 남에게 비싸 보이는 자리에서 팔아라. 1876년 마크 트웨인이 그린 어느 토요일 아침, 톰 소여는 높이 9피트, 길이 30야드의 판자 울타리를 칠하는 벌을 받았다. 그는 그 일을 아무나 못 하는 일처럼 연기했다. 울타리 칠할 기회가 날마다 오는 줄 아느냐고. 아이들은 칠할 차례를 사려고 사과와 연과 줄 달린 죽은 쥐를 내놓았고, 울타리는 세 번 칠해졌다. 트웨인은 여기서 법칙 하나를 뽑는다. "어른이든 아이든 무언가를 탐내게 하려면, 그것을 얻기 어렵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19 톰에게 거저인 칠할 기회가 아이들 눈에는 사과를 내줄 만큼 귀해 보였다. 다만 트웨인의 법칙이 말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얻기 어려움, 접근의 희소성이다. 142년 뒤인 2018년 5월 31일, 나발 라비칸트는 부자가 되는 법을 적은 트윗 타래에 이렇게 썼다. "특정 지식을 쌓는 일은 당신에게는 놀이처럼 느껴지겠지만 남에게는 일처럼 보일 것이다."20 그가 말한 특정 지식은 훈련으로 얻을 수 없어 남이 대신할 수 없는 지식이었다. 흉내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성에 관한 문장이다. 실패 쪽 짝은 같은 소설에 있다. 톰은 울타리로 번 재산으로 성경 딱지를 사 모아 성경을 상으로 받았다. 배운 것을 묻는 판사의 첫 질문은 처음 뽑힌 두 제자의 이름이었고, 톰은 "David and Goliah!"라고 답했다.21 아이들은 실제로 울타리를 칠했지만, 딱지는 외운 적 없는 2,000절을 대신하고 있었다. 울타리도 딱지도 소설 속 일이다. 이 규칙은 사는 쪽이 받는 것이 보이는 그대로일 때 서고, 보이는 것이 싸게 확인되는 무언가를 대신할 때 무너진다.
나머지 두 규칙은 가설이다. 셋째, 그 표시가 흉내 내기 어렵고, 동시에 진짜임이 싸게 확인되게 하라. 확인이 꼭 물건을 들여다보는 일일 필요는 없다. 바나나의 증서가 그랬고, 2025년 미국 작가조합이 내놓은 '사람이 쓴 책' 표장도 원고를 기술로 검사하는 대신 신원 확인과 라이선스 계약으로 보증한다.22 흉내 내기 어렵고 확인이 싼 표시가 그렇지 않은 표시보다 웃돈을 오래 지키지 못한다면 이 가설은 약해진다. 넷째, 도구가 그 표시를 싸게 흉내 내기 시작하면, 흉내가 아직 비싼 표시로 먼저 옮겨라. 나발은 같은 타래에서 특정 지식은 "외주로 넘기거나 자동화할 수 없다"고 썼다. 넷째 가설은 그런 선언에도 유효기간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흉내 내는 도구가 널리 퍼진 뒤에도 그 표시의 웃돈이 그대로인 시장이 관측되면 이 가설은 약해진다. 가설이 맞는 시장에서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새 자리에서 더 버는 돈보다 크면 옮기는 편이 손해다.
두 헛수고
이타카의 실험에서 「Big Abstract」의 두 꼬리표 사이, 22시간의 차이는 그림 어디에도 없었다. 그 차이가 학생들이 어림한 금액의 중앙값을 두 배 넘게 올렸다. 그 금액을 실제로 치른 사람은 없었다.23 꼬리표 위에만 있었는데 값이 매겨진 수고다.
반대쪽에 놓고 싶은 숫자가 있다. 2025년 5월, 미국의 가정 건강 보조원과 개인 돌봄 보조원의 연 임금 중앙값은 35,800달러였다. 같은 때 전체 노동자의 중앙값은 50,980달러였으니, 그 약 70퍼센트다.24 숫자가 보여 주는 것은 임금의 높이까지이고, 그 높이가 들였는데 보이지 않아 값을 받지 못한 수고 때문인지는 숫자 밖의 물음이다. 돌봄은 돌봄 받는 사람의 눈앞에서 이루어지니, 보이지 않는다면 값을 치르는 쪽의 눈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노동통계국은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같은 페이지에 적힌 입직 요건, 고등학교 졸업과 짧은 현장 훈련도 같은 숫자를 설명할 수 있다.
헛수고라는 낱말이 흔히 가리키는 것은 이 두 번째 쪽이다. 애쓰고도 보람을 얻지 못한 수고. 저 문장의 괄호 속 말, "실제 많은 노력이 들어 갔는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가 돌봄에도 들어맞는다면, 같은 괄호가 한쪽에서는 꼬리표 위에만 있던 시간을 봐주고 다른 쪽에서는 들인 시간을 지운다.
2024년 11월 20일, 당시 소더비 본사 앞 노점에서는 하나에 35센트, 넷에 1달러 하는 바나나가 팔렸고, 노점 뒤 건물 7층의 경매장에서는 아무 바나나여도 되는 작품이 624만 달러에 팔렸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팔았는가?
5Sotheby's (2024-10-25). Going Bananas: Maurizio Cattelan's 'Comedian' Hits Sotheby's Auction Block this November | Est. $1 Million. 사전 보도자료: 2019년 페어에서 작품은 몰려든 인파 때문에 "removed from the premises before the end of the fair". https://www.sothebys.com/en/docs/pdf/banana-press-release-compressed.pdf↩
6Sotheby's (2024). Maurizio Cattelan, Comedian. The Now and Contemporary Evening Auction, Lot 10, 로트 페이지: 재료 "banana and duct tape", 크기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This work is accompanied by a certificate of authenticity signed by the artist." 판매작은 2019년 작, "number 2 from an edition of 3 plus 2 artist's proofs"다. https://www.sothebys.com/en/buy/auction/2024/contemporary-evening-auction-2/comedian↩
7Maloy, A. F. (2024-11-21). Inside Sotheby's $6 million sale of a banana. The Washington Post. 소더비 데이비드 갈페린의 설명: 낙찰자가 얻는 것은 "a certificate of authenticity, along with detailed installation instructions, which grants [him] the right to reproduce that work"이고, "The only material manifestation of it is in the certificate of authenticity." 재료는 "any banana, any duct tape." The Spokesman-Review 전재본: https://www.spokesman.com/stories/2024/nov/21/inside-sothebys-6-million-sale-of-a-banana/↩
8Rahman, K. (2019-12-08). Newsweek. 페로탱 대변인 캐서린 위스니에프스키(Katherine Wisniewski): "Without a COA, a piece of conceptual artwork is nothing more than its material representation." COA는 진품 증명서(certificate of authenticity)다. 페로탱의 한 대변인은 NBC News(Romero, 2019-12-07)에, 작품에 "the banana should be replaced as necessary"라는 지시가 딸려 있다고 말했다.↩
10Harris, G. (2021-11-30). Maurizio Cattelan: 'Life is often tragic and comedic at the same time'. The Art Newspaper: "To me, Comedian was not a joke; it was a sincere commentary and a reflection on what we value." / "if I had to be at a fair, I could sell a banana like others sell their paintings." 작품을 내놓고 두 해 뒤에 한 작가 자신의 해석이다.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1/11/30/maurizio-cattelan-interview-miami-beach↩
13Sotheby's (2024) 로트 페이지의 소유 이력: "Perrotin, New York" → "Private Collection (acquired from the above in 2019)" → "White Cube" → "Acquired from the above by the present owner". 624만 달러는 해머가 520만 달러에 구매자 수수료를 더한 값이다(결과 보도자료 각주: "Prices achieved include the hammer price plus buyer's premium"). 이 낙찰에서 작가가 무엇을 받았는지는 이력에 나타나지 않는다.↩
141877년 그로브너 갤러리 호가 200기니(210파운드), 1878년 11월 재판에서 1파딩 배상의 원고 승소. 파산 신청 1879년 5월 9일, 부채 4,500파운드. 빚이 1877년 여름에 이미 심각했다는 것은 Merrill, L. (1992). A Pot of Paint: Aesthetics on Trial in Whistler v. Ruskin. Smithsonian Institution Press, pp. 278–279, 285 n. 37. 1892년 10월 840파운드 판매는 University of Glasgow, The Paintings of James McNeill Whistler: A Catalogue Raisonné, YMSM 170. 같은 카탈로그에서 재인용한 휘슬러의 편지(출판인에게): "the cheque for the Pot of Paint four times over has been paid into the bank".↩
15Winfrey, A. L. (2022-09-01). The Pueblo Chieftain: 점당 750달러, 그 값은 80시간 넘게 들인 시간과 다른 작가들의 견적을 견줘 정했다는 앨런의 말(기자 요약). Harwell, D. (2022-09-02/03). The Washington Post: 앨런은 이미지를 키워 캔버스에 인쇄했고, 750달러에 내놓은 작품 가운데 두 점이 박람회에서 팔렸다. Allen v. Perlmutter, No. 1:24-cv-02665 (D. Colo.), Complaint, Doc. 1 (filed 2024-09-26), ¶11·¶13: 페이스북에서 작품이 통째로 남의 작품에 쓰이고 엣시에서 무단 복제품이 팔리면서 작품으로 돈을 벌 능력이 무너졌다는 당사자의 주장.↩
16Nir, S. M. (2024-11-27). The Sidewalk Fruit Vendor Who Sold a $6.2 Million Banana for 25 Cents. The New York Times. 사진 캡션: "works 12-hour shifts". 시급 12달러, 주 4일, 노점 주인(모하마드 R. 이슬람)이 따로 있다는 내용은 이 기사를 인용한 The Independent(2024-11-27) 등 2차 보도에서 재인용. 주 576달러는 12 × 12 × 4의 계산이다.↩
17Buell, R. W., Kim, T., & Tsay, C.-J. (2017). Creating Reciprocal Value Through Operational Transparency. Management Science, 63(6), 1673–1695. DOI: 10.1287/mnsc.2015.2411. 초록: "The introduction of this transparency contributed to a 22.2% increase in customer-reported quality and reduced throughput times by 19.2%." 현장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학의 식당, 화면은 소리 없는 iPad 한 쌍, 설문 고객 299명. 과정만 보였을 때는 +14.4%. 상승의 일부는 요리사가 손님을 보며 과조리를 줄인 실제 변화다. 직원의 노력을 더 크게 지각했다는 결과는 같은 초록의 실험실 대목에서 나온다: "Laboratory studies revealed that customers who observed process transparency perceived greater employee effort".↩
18Buell, R. W., & Norton, M. I. (2011). The Labor Illusion: How Operational Transparency Increases Perceived Value. Management Science, 57(9), 1564–1579, 실험 5(N=280, pp. 1573–1575): 나쁜 결과 조건에서 15초 과정 공개 2.47 < 즉시 결과 3.24(p<.05). 7점 척도의 평가다. 노력이 설득 목적으로 읽히면 감사와 보답이 함께 사라졌다는 결과는 Morales, A. C. (2005). Giving Firms an "E" for Effor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1(4), 806–812 초록.↩
19Twain, M. (1876).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ch. II: "Does a boy get a chance to whitewash a fence every day?" / "in order to make a man or a boy covet a thing, it is only necessary to make the thing difficult to attain." 법칙을 뽑는 화자는 스스로를 비꼬는 반어의 목소리로 말한다. 소설이니 증거는 아니다.↩
20Ravikant, N. (2018-05-31). "How to Get Rich (without getting lucky):" 트윗 타래, Twitter @naval. 16번째 트윗(08:31:00 UTC): "Building specific knowledge will feel like play to you but will look like work to others." 18번째 트윗: "Specific knowledge is often highly technical or creative. It cannot be outsourced or automated." 14번째 트윗은 특정 지식을 훈련으로 얻을 수 없는 지식이라 정의한다. 차례는 첫 트윗을 1번으로 센 것이다. https://twitter.com/naval/status/1002105148733206528↩
21Twain (1876), ch. IV: "here were the certified checks, and they were good for their face." 톰은 노란 딱지 아홉, 빨간 딱지 아홉, 파란 딱지 열 장, 곧 2,000절어치를 내밀어 성경을 받았다. 딱지를 판 소년들이 받은 것은 그가 "selling whitewashing privileges"로 모은 재산이었다. 판사는 먼저 이름을 묻고, 배운 것을 말해 달라며 "Won't you tell us the names of the first two that were appointed?"라고 물었다. 교장 월터스가 재촉하고 판사 부인이 "The names of the first two disciples were—"라고 말머리를 내민 뒤에 답이 나왔고, 화자는 곧바로 남은 장면에 "the curtain of charity"를 내린다.↩
22The Authors Guild (2025-01-29). Authors Guild Launches 'Human Authored' Certification to Preserve Authenticity in Literature. 2026-03-02 공지로 모든 미국 출간 저자에게 확대. 비회원은 제3자 신원 확인을 거치고 모든 이용자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 두 공지 어디에도 원고의 AI 사용을 기술로 검사한다는 말은 없다. 공지의 요지다.↩
23Kruger, J., Wirtz, D., Van Boven, L., & Altermatt, T. W. (2004). The effort heuristic.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0(1), 91–98, 실험 2. 「Big Abstract」의 금액 중앙값은 4시간 꼬리표일 때 650달러, 26시간 꼬리표일 때 1,500달러. 원 논문 수치는 Ziano 외(2023, Collabra: Psychology, 9(1), 87489) 보충자료가 옮긴 결과표에서 재인용. 학생들이 적어 낸 추정치이며 거래된 값이 아니다.↩
24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Occupational Outlook Handbook: Home Health and Personal Care Aides (최종 수정 2026-08-27): "The median annual wage for home health and personal care aides was $35,800 in May 2025." / "In May 2025, the median annual wage for all workers was $50,980." 입직 학력 "High school diploma or equivalent", 직무 훈련 "Short-term on-the-job training". 35,800 ÷ 50,980 = 70.2%. 이 페이지는 임금 수준의 까닭을 말하지 않는다. https://www.bls.gov/ooh/healthcare/home-health-aides-and-personal-care-aides.htm↩
부록
조건·숫자·출처
본문이 기대는 것들의 목록.
부록 A
반증과 만료 조건
아래 표는 본문의 주장이 무엇을 만나면 약해지는지 적어 둔 점검표다. 성격 칸의 '반증'은 주장을 틀린 쪽으로 미는 관측, '적용 범위'는 주장이 닿는 자리를 좁히는 관측, '가설의 약화'는 본문이 처음부터 가설로 세운 문장에서 힘을 빼는 관측이다.
반증 조건
주장(본문 표현 그대로)
장
무엇이 관측되면 약해지는가
성격
"돈은 칼로리로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다."
2장
가장 가난한 가계에서도 먹을 것의 몫이 작아서, 시급을 쌀로 바꾼 숫자가 누구의 형편도 말해 주지 못하게 된다.
반증
자는 그대로인데, 자가 잴 몫이 줄어든다.
2장
소득이 늘수록 식비의 몫이 준다(엥겔). 넉넉한 집일수록 이 자는 형편의 작은 조각만 말해 준다.
적용 범위
값을 두고 다툴 때 사람들은 노력을 말로 보였다.
3장
양쪽이 서로의 노력을 똑같이 인정하면서도 값을 달리 매긴 기록이 쌓인다. 그러면 노력을 둘러싼 말은 취향 싸움을 꾸민 수사였다는 반론이 힘을 얻는다. 휘슬러 재판의 기록만으로는 두 읽기를 가를 수 없다.
반증
품질을 직접 판단하기 어려울 때, 그리고 노력 정보를 믿을 때, 노력의 표시는 사람들이 매기는 평가와 적어 내는 금액을 움직일 수 있다.
4장
나란히 견줄 수 있는 조건에서조차, 노력 꼬리표만 바꾼 같은 물건의 금액 추정치 차이가 재현을 거듭할수록 0으로 수렴한다.
반증
(실제 많은 노력이 들어 갔는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 괄호 안의 말도 그 범위에서 성립한다.
4장
보이는 노력을 같게 두고 실제 노력만 검증 가능하게 달리한 두 물건에서, 사람들이 매기는 평가와 적어 내는 금액이 재현을 거듭해도 갈린다. 출처가 다른 쌍은 이 판정에 쓰지 못한다. 진주가 가른 것은 노력이 아니라 천연인가 양식인가였고, 그래서 진주는 이 괄호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판정하지 못한다(6장).
반증
그 가능성이 맞다면 문장의 범위는 한 번 더 좁아진다. 비교할 것이 있을 때.
4장
평가 방식만 달리한 실험에서, 홀로 볼 때만 노력 꼬리표가 금액을 움직이지 못한다. 한 편만 읽힌 시의 금액 차이는 두 번의 재현에서 0에 가까웠지만, 그 실험은 평가 방식 말고도 그림 실험과 달랐다.
적용 범위
저 문장의 노력은 들인 사람이 아는 노력이 아니다. 남에게 보이는 노력이다.
4장
들인 사람만 아는 수고가 꼬리표 없이도 남이 매기는 값으로 넘어간다. 종이학에서는 넘어가지 않았다.
반증
노력이 보이면 희소해 보인다는 연결
4·5장
노력의 표시가 평가와 금액을 움직일 때 희소성 판단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4장의 실험들은 이 고리를 재지 않았다.
반증
천연석의 값에는 저 문장 밖의 기전이 함께 있을 수 있다. 후보는 범주를 광고하는 일, 그리고 엡스타인이 1982년에 묘사한 공급 조절이다.
5장
범주 광고와 공급 조절 없이도 천연석이 실험실 돌과의 값 차이를 지킨다.
반증
모방이 싸지고 검증이 비싸면 그 표시에 붙던 프리미엄은 진짜와 흉내 모두에게서 약해질 수 있다. 사는 사람이 품질을 직접 판단하지 못하고, 출처를 따로 확인할 길이 없고, 대체재가 있을 때 그렇다.
6장
모방이 싸고 검증이 비싼 채로 오래 지나도 그 표시의 프리미엄이 그대로 남는다.
가설의 약화
검증이 싸지면 진짜와 흉내는 다른 값으로 갈라질 수 있다. 사는 사람이 출처를 원할 때 그렇다.
6장
검증이 싸졌는데도 진짜와 흉내가 갈라지지 않는다.
가설의 약화
표시가 평가를 움직이는 조건과, 움직인 평가가 남는 조건은 다를 수 있다. … 그 평가가 남는지는 그 뒤의 일이고, 흉내 내는 비용과 가려내는 비용에 달려 있을 수 있다.
6장
사는 사람이 출처를 원하고 검증도 싸졌는데 흉내가 진짜와 같은 값을 오래 받는 시장이 나온다. 그러면 그 조건부 예측, 곧 6장의 둘째 예측이 약해진다.
가설의 약화
무너진 것은 생산 비용이었고, 가려내는 비용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같은 글은 싸지고, 손으로 하는 일은 따로 주문된다.
7장
인쇄가 퍼진 뒤에도 사는 사람들이 인쇄본과 필사본을 가려 사지 못했다는 기록이 쌓이면, 검증이 쌌다는 전제가 약해진다. 반대 방향의 자료는 이미 있다. 42행 성서와 1475년 이전 라틴 성서의 대다수는 인쇄자·장소·날짜를 밝히지 않았고, 덮어 놓고 보면 15세기 후반의 책은 인쇄본과 필사본을 구별할 수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
반증
보이는 수고에 웃돈이 붙어 있었다면 그 웃돈도 약해질 수 있다.
8장
모방이 싸지고 검증 비용은 제자리인 시장에서, 수고가 보이는 물건의 웃돈이 그대로 유지된다. 글쓰기 프리랜서의 일감과 수입이 줄었다는 관측은 이 가설의 증거가 아니다. 공급 증가와 대체도 같은 숫자와 들어맞고, 그 연구는 세 비용도 웃돈도 재지 않았다. 물건 대신 도구가 흉내 낼 수 없는 이력이 값을 지켜 준다는 반론은, 이력이 흉내 낼 수 없고 사는 사람이 그 이력을 볼 때 선다. 단기 자료는 두 조건이 채워졌는지 말하지 못한다.
가설의 약화
셋은 한 숫자로 불리지만 따로 움직일 수 있다. … 높은 값을 설명했다고 벌이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결론
가격 하나로 비용과 판매량까지 셈한 실제 몫과 그 구매력을 계속 잘 맞힐 수 있는 거래라면, 셋을 따로 세어 얻는 것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때도 그 몫으로 살 수 있는 먹거리의 양은 먹거리 값에 따라 달라진다.
적용 범위
첫째, 들인 수고를 드러내라.
결론
적용 조건: 결과가 나쁘지 않을 때, 드러난 수고가 설득하려는 연출로 읽히지 않을 때. 있는 수고를 보이게 하는 규칙이고, 꼬리표를 꾸며 달라는 말은 그 관측에서 나오지 않는다. 실패 조건: 나쁜 결과. 과정을 보여 준 뒤 형편없는 상대를 내놓은 가상의 데이트 사이트는 곧바로 결과를 낸 사이트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성공 쪽 짝에서 오른 것도 평가였지 음식값이 아니었고, 그 일부는 실제로 나아진 음식이었다.
적용 범위
둘째, 당신에게 싼 수고가 남에게 비싸 보이는 자리에서 팔아라.
결론
적용 조건: 사는 쪽이 받는 것이 보이는 그대로일 때. 실패 조건: 보이는 것이 싸게 확인되는 무언가를 대신할 때. 성경 딱지는 외운 적 없는 2,000절을 대신하고 있었다. 배운 것을 묻는 판사의 첫 질문은 처음 뽑힌 두 제자의 이름이었고, 톰은 "David and Goliah!"라고 답했다. 트웨인의 법칙이 말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얻기 어려움, 접근의 희소성이다. 울타리도 딱지도 소설 속 일이다.
적용 범위
셋째, 그 표시가 흉내 내기 어렵고, 동시에 진짜임이 싸게 확인되게 하라.
결론
흉내 내기 어렵고 확인이 싼 표시가 그렇지 않은 표시보다 웃돈을 오래 지키지 못한다.
가설의 약화
넷째, 도구가 그 표시를 싸게 흉내 내기 시작하면, 흉내가 아직 비싼 표시로 먼저 옮겨라.
결론
흉내 내는 도구가 널리 퍼진 뒤에도 그 표시의 웃돈이 그대로인 시장이 관측된다. 실패 조건: 가설이 맞는 시장에서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새 자리에서 더 버는 돈보다 크면 옮기는 편이 손해다.
가설의 약화
제한 사례
다음 셋은 반례처럼 보이지만 반증과 구별해 둔다.
바나나. 2019년 페로탱은 「코미디언」의 에디션 두 점을 각각 12만 달러에 팔았고, 한 점을 미술관과 15만 달러에 협상하고 있었다. 다섯 해 뒤 2번 에디션은 624만 달러에 팔렸다. 2019년에 에디션들에 붙은 값의 41.6배에서 52배다. 그동안 재료는 바나나와 덕트테이프였고 딸린 증서와 지시도 그대로여서, 노력의 표시가 달라질 자리는 없었다. 달라진 것은 다른 쪽이었다. 경매 전 아홉 도시 순회, 뉴욕에서 두 주 동안 1만 2천 명 넘는 관람객, 경매장에서 다툰 일곱 명. 뛴 값은 노력의 표시로 설명되지 않고, 바나나는 4장의 문장에 가장 곤란한 사례로 남는다. 그래도 반증은 아니다. 저 문장이 닿는 곳은 교환의 순간, 품질을 직접 가늠하기 어렵고 노력 정보를 믿을 때 노력의 표시가 평가와 지불의사를 움직일 수 있다는 데까지이고, 바나나가 알려 주는 것은 그 바깥이다(결론). 증서는 출처와 진품성의 기록이지 노력의 기록이 아니다. 증서에 붙은 값까지 '보이는 노력'이라 부르기 시작하면 노력이라는 낱말은 무엇이든 설명하게 되고, 무엇이든 설명하는 낱말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다이아몬드. 맨눈에 똑같은 두 돌이 다른 값을 받는다. 실험실 돌의 값에 관한 2021~2024년의 자료들은 크기도 기준도 저마다 다르지만 천연의 대략 10~30퍼센트를 가리킨다. 보이는 노력이 같은데 값이 다르니 반례처럼 보이지만, 원가가 내려가고 공급이 늘고 가격선이 일부러 그어진 시장이라 통제된 비교가 아니다. 이 사례로는 무엇이 값을 정했는지 가를 수 없다. 약해지는 것은 두 가지 읽기다. 4장의 문장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규칙으로 읽는 것, 그리고 값의 차이를 보이는 노력 하나로 설명하는 것이다(5장).
이케아 효과. 종이학을 접은 사람은 자기 작품에 평균 0.23달러를, 접지 않은 사람은 같은 작품에 0.05달러를 불렀다. 실제로 든 수고가 값을 올렸으니 괄호의 반례처럼 보이지만, 오른 것은 들인 사람 자신이 부른 값이었다. 남이 매기는 값으로는 넘어가지 않았다. 저 문장의 노력은 들인 사람이 아는 노력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노력이다(4장).
만료 조건
다음 관측은 날짜에 묶여 있다. 오른쪽 칸의 일이 생기면 해당 문장을 다시 쓴다.
장
날짜에 묶인 관측
다시 쓰는 때
2장
2026년 최저시급 10,320원, 2026년 9월 28일 쌀 20킬로그램 전국 평균 소매가 62,731원. 한 시간 일한 돈이 쌀 3.29킬로그램, 약 5.9일치
최저시급이 바뀌거나 쌀값이 움직일 때. 1894년 25센트어치 밀가루의 11,755칼로리와 비슷하다는 대목도 이 숫자에 묶여 있다.
5장
킴벌리 프로세스 통계의 천연 원석 생산 2023년 약 1억 1,200만 캐럿, 2024년 약 1억 2,900만 캐럿(2026년 9월 29일 열람본)
통계가 고쳐지거나 새 해의 수치가 더해질 때. 2024년은 약 1억 1,800만 캐럿으로 보도된 적도 있다.
5장
실험실 돌의 값에 관한 2021~2024년의 자료들은 크기도 기준도 저마다 다르지만 천연의 대략 10~30퍼센트를 가리킨다
새 자료가 이 범위 밖의 비율을 가리킬 때.
8장
생성 AI에 관한 관측은 2026년 9월 29일 기준. 후이·레셰프·저우의 연구는 저자 최종본(2024-10-12) 기준: 표본 2022-01~2023-04, 약 80,000명, 덜 노출된 직군 대비 효과
표본 기간 뒤나 플랫폼 밖을 본 결과가 나올 때. 글에 든 수고를 싸게 가려내는 수단이 퍼질 때 — 그때 그 시장은 6장의 둘째 예측으로 읽는다.
8장
앨런이 2024년 9월 저작권청 쪽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본문이 인용한 정부의 문장은 2026년 2월 법원에 낸 당사자의 서면이다. 판결이 아니다.
이 소송의 판결문이 확인될 때.
결론
미국 노동통계국의 2025년 5월 수치: 가정 건강 보조원과 개인 돌봄 보조원의 연 임금 중앙값 35,800달러, 전체 노동자 50,980달러
다음 기준 연도의 수치가 나올 때. 숫자가 보여 주는 것은 임금의 높이까지이고, 그 높이가 들였는데 보이지 않아 값을 받지 못한 수고 때문인지는 숫자 밖의 물음이다. 노동통계국은 이유를 말하지 않고, 같은 페이지의 입직 요건인 고등학교 졸업과 짧은 현장 훈련도 같은 숫자를 설명할 수 있다. 수치가 바뀌어도 그 물음은 숫자 밖에 남는다.
부록 B
숫자와 셈
본문의 계산값을 장 순서로 모았다. 입력의 서지는 괄호 안의 각주에 있다. 중간값은 반올림하지 않고 이어 셈했다. 단순한 날짜 차는 싣지 않는다.
1장
기원전 1159년
식: 1187 − 28 = 1159.
입력: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이 적은 람세스 3세의 재위 기원전 1187–1157년, 파업은 재위 29년(1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즉위한 해를 1년으로 친 셈이다. 연도는 출처마다 1157년경·1158년경 등으로 다르다.
2월분 목록의 55¼자루
식: 7½ + 3¾ + 8 × 5½ = 7½ + 3¾ + 44 = 55¼자루.
입력: 오른쪽 조의 십장 7½, 서기 3¾, 일꾼 8명 각 5½자루. 왼쪽 조도 같다. 신왕국의 자루는 약 80리터(1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본문의 2월 17일 목록(일꾼 18명)이 아니라 2월분 목록 한 조의 합이다.
식: 1실라 = ρ × 1,000 × E × V ≈ 2,187~2,753kcal → × 60 ≈ 13.1만~16.5만kcal → ÷ 30일(곧 하루 2실라).
입력: E = 3.54kcal/g(USDA 성분표 "Barley, hulled"). ρ = 21.772kg ÷ 35.239L ≈ 0.618kg/L(1부셸 48파운드)에서 184g ÷ 236.588mL ≈ 0.778kg/L(1컵)까지, 엘리슨의 0.765도 이 안에 든다. V = 1L(아카드 시대 이후에 대한 엘리슨의 가정). 60실라는 겔브의 성인 남자 표준(2장 각주).
민감도: 범위는 밀도 입력의 차이에서 온다. 결과는 E와 V에 정비례한다.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배급을 한 사람이 다 먹고 조리·보관 손실이 없다는 가정 위의 셈이다. 성분표의 보리는 오늘 식용으로 손질한 곡물이다. 60실라는 여러 문서에서 재구성한 표준이고, 실제 목록은 꽤 벗어난다. 한 목록의 남자 몫은 30~125실라다(1장 각주).
25센트어치 — 애트워터 도표의 단위
식: 11,755 ÷ 230 ≈ 51.1(본문의 "쉰 배 넘게").
입력: 농민회보 23호(1894) 차트 2는 25센트로 얻는 양을 그렸다. 등심 1,120, 굴 230, 밀가루 11,755칼로리. 회보의 칼로리는 오늘의 킬로칼로리다. 142호(1902)의 도표는 10센트 단위다(2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1894년 가격표 위의 비교다. 두 회보의 칸은 동전이 달라 바로 견줄 수 없다.
앨런의 바구니
식: 비율 = 연 250일 노동 소득 ÷ (바구니 값 × 1.05 × 3). 후속 수정을 부른 셈은 1,940 × 3 ÷ 4 = 1,455.
입력: 바구니는 하루 1,940칼로리이고 비식품도 든다. 1.05는 집세 5퍼센트, 3은 식구 몫이다(앨런 외 2011). 네 식구가 바구니 셋을 나누면 1인당 1,455칼로리라는 비판을 받아들여, 앨런(2015)은 1인 2,100칼로리를 제안했다(2장 각주).
입력: 624만 달러는 수수료를 포함한 판매가다. 35센트는 소더비 앞 노점의 한 개 값이고, 작품의 바나나에 치러진 값은 알려져 있지 않다. 105.02kcal = 100g당 89kcal × 118g(SR Legacy, 중간 크기). 하루 2,000kcal는 가정이다(프롤로그·2장 각주).
민감도(한 입력만 바꿈): 넷에 1달러, 곧 1 ÷ 4 = 25센트꼴이면 24,960,000개로 약 3,588년. 해머 가격 520만 달러면 14,857,143개로 약 2,136년. 118g은 두고 Foundation 항목의 100g당 97kcal를 쓰면 한 개 114.46kcal, 약 2,794년.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산술 비교이지 실제 식량 확보량이 아니다.
3장
휘슬러의 200기니: 30~42일치와 네 배
식: 210 ÷ 7 = 30일, 210 ÷ 5 = 42일. 840 ÷ 210 = 4.
입력: 1877년 호가 200기니 = 210파운드와 1892년 10월 판매가 840파운드는 카탈로그 레조네 YMSM 170의 이력이다. 번-존스의 일당 5~7파운드는 재판 뒤 편지(메릴 1992의 재인용)(3장·결론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1877년 값은 호가여서, 네 배는 호가 대 판매가의 비다. 가격 이력과 휘슬러 편지의 '네 배' 문구는 카탈로그의 서술에 기댄다. 물가 변화를 넣지 않은 명목 비다.
4장
22시간과 "두 배 넘게"
식: 26 − 4 = 22시간. 1,500 ÷ 650 ≈ 2.3.
입력: 크루거 외(2004) 실험 2. 「Big Abstract」의 금액 중앙값은 4시간 꼬리표일 때 650달러, 26시간일 때 1,500달러. 원 논문 수치는 지아노 외(2023) 보충자료에서 재인용했다(4장·결론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꼬리표가 엇갈린 두 참가자 집단이 적어 낸 추정치의 중앙값끼리의 비다. 거래가가 아니며, 한 사람의 금액이 2.3배가 된 것도 아니다.
종이학의 "거의 다섯 배"
식: 0.23 ÷ 0.05 = 4.6.
입력: 노턴 외(2012) 실험 1B(N=106), 실제 돈이 걸린 입찰. 평균은 접은 사람 0.23달러(SD 0.25), 접지 않은 사람 0.05달러(SD 0.07). "nearly five times"는 저자의 표현이다(4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센트 단위(상한 1달러) 입찰 평균끼리의 비이고, 두 표준편차가 모두 평균보다 크다.
5장
실험실 돌 = 천연의 대략 10~30퍼센트
식: 따로 잰 두 값을 이은 범위다. 할인폭으로 쓰면 1 − 0.3 = 70퍼센트에서 1 − 0.1 = 90퍼센트다. 5장 각주의 짐니스키 추정 70~90퍼센트(2024-01)와는 다른 자료의 셈이다.
입력: 30퍼센트는 2021년, 크기·품질을 섞은 평균 소매가(베인·AWDC). 약 10퍼센트는 2024년, 최고 품질 2캐럿 라운드끼리의 소매가(드비어스가 인용한 테노리스 자료)(5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한 계열의 값이 아니다. 드비어스가 2025년에 적은 90퍼센트는 2018년 대비 도매가의 하락 폭이지 천연 대비가 아니다.
6장
진주: 천연의 75퍼센트, 그리고 약 10분의 1
식: 없다. 둘 다 원문에 적힌 비율이다(75퍼센트 = 4분의 3).
입력: 1919년부터 런던에서 팔린 둥근 양식 진주의 값이 천연의 75퍼센트. 1928년 사기 혐의 사건에서 진술된 값이 천연의 약 10분의 1. 둘 다 사토·카르티에(2022)의 재인용이다(6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10분의 1은 가격 계열이 아니라 진술 1건이어서, 두 값을 이어 하락률을 셈하지 않는다. 1930년의 85퍼센트는 당사자의 회고이고, 베블런의 80~90퍼센트는 가상 수치다.
톰 소여의 2,000절
식: 노란 9 × 200절 + 빨간 9 × 20절 + 파란 10 × 2절 = 2,000절 = 성경 한 권.
입력: 파란 딱지 1장 = 2절, 위 단계로 갈 때마다 10장이 1장(트웨인 1876, 4장. 6장·결론 각주).
입력: 2024년 소장(¶23)의 가정. 생성에 624분, 결과 검토에 회당 평균 10분씩 624회(8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가정으로 만든 추정이지 작업 기록이 아니다. 2022년 보도의 80시간과는 측정 대상과 방식이 다르다.
후이 외: 월 일감 −2퍼센트, 월 수입 −5.2퍼센트
식: 없다. 논문이 추정한 계수다(표준오차 0.004, 0.016).
입력: 저자 최종본(2024-10-12, Organization Science 35(6)). 업워크 프리랜서 약 8만 명, 2022년 1월~2023년 4월. 덜 노출된 직군 대비 상대 효과이고, 평균 월 소득은 약 200달러다. 2023년의 초기판과는 표본 크기와 이미지 직군 수치가 다르다(8장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단기이고 플랫폼 안만 본 관측이다. 공급 증가·대체·신호의 붕괴 가운데 무엇이 이 숫자를 만들었는지 가르지 않는다.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같은 에디션의 두 판매가로 확인된 비가 아니다. 2번 에디션의 2019년 값은 알려져 있지 않고, 41.6배의 분모 15만 달러는 성사된 판매가 아니라 협상 중인 값이다.
알람의 주 576달러
식: 12달러 × 12시간 × 4일 = 576달러.
입력: 12시간 교대는 뉴욕타임스의 사진 캡션, 시급 12달러와 주 4일은 그 기사를 인용한 2차 보도에 나온다(결론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전해진 조건을 곱한 값이지 급여 기록이 아니다.
돌봄 보조원 임금 = 약 70퍼센트
식: 35,800 ÷ 50,980 ≈ 70.2퍼센트.
입력: 미국 노동통계국, 2025년 5월 연 임금 중앙값. 가정 건강·개인 돌봄 보조원 대 전체 노동자(결론 각주).
이 셈이 말하지 않는 것: 중앙값끼리의 비다. 노동통계국은 그 까닭을 말하지 않는다.
부록 C
출처와 등급
본문 각주가 기댄 출처를 장 순서로 모았다. 한 장 안에서 같은 출처는 한 번만 적었고, 앞 장에 나온 출처는 이름만 다시 적었다. "— 문헌 경유"는 그 문헌이 옮긴 대목으로만 알려졌다는 뜻이다. 등급의 기준일은 2026년 9월 29일이다.
[F] 인용한 대목을 1차 자료(원문·원 데이터·원 기록·게재 논문)에서 직접 열람해 인용 범위를 확인했다.
[전승] 인용한 대목의 1차 자료를 열람하지 못했고 2차 문헌·보도·재인용으로만 확인했다. 본문 각주가 이를 산문으로 밝혀 두었다.
[가설] 관측이 아니라 이 책이 세운 추론이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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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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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장의 출처: Sotheby's 로트 페이지·카탈로그 에세이·결과 보도자료, Maloy (2024), Hawkins (2024), Dimsum Daily (2024), AP (2024-11-29), Nir (2024) 사진 캡션(프롤로그) · Merrill (1992)(3장) · Buell & Norton (2011), Morales (2005) 초록, Ziano 외 (2023)(4장) · Twain (1876)(6장) · Winfrey (2022), Harwell (2022), Allen v. Perlmutter 소장, The Authors Guild(8장) [F]
앞 장의 출처: University of Glasgow YMSM 170과 그것이 옮긴 휘슬러의 편지(3장), Kruger 외 (2004)(4장) [전승]
이 책의 가설
본문이 가설로 밝힌 문장을 장 순서로 옮겼다.
6장 — 생산·모방·검증, 세 비용의 구분은 생물학에서 빌린 증명이 아니라 시장에 거는 가설이다. 그 첫째 예측: 모방이 싸지고 검증이 비싸면 그 표시에 붙던 프리미엄은 진짜와 흉내 모두에게서 약해질 수 있다. 사는 사람이 품질을 직접 판단하지 못하고, 출처를 따로 확인할 길이 없고, 대체재가 있을 때다. 약화 조건은 부록 A 참조 [가설]
6장 — 세 비용의 둘째 예측: 검증이 싸지면 진짜와 흉내는 다른 값으로 갈라질 수 있다. 사는 사람이 출처를 원할 때다. 약화 조건은 부록 A 참조 [가설]
6장 — 표시가 평가를 움직이는 조건과, 움직인 평가가 남는 조건은 다를 수 있다. 약화 조건은 부록 A 참조 [가설]
8장 — 챗GPT가 글 한 편의 생산 비용을 낮췄다면 공들여 쓴 것처럼 보이는 글의 모방 비용도 함께 내려갔을 수 있고, 사는 사람의 검증 비용은 그대로였을 수 있다. 둘이 겹치면 보이는 수고는 진짜 수고를 알려 주는 표지 노릇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보이는 수고에 웃돈이 붙어 있었다면 그 웃돈도 약해질 수 있다. 글쓰기 프리랜서의 일감과 수입이 줄었다는 숫자를 풀어 보는 해석 하나다. 약화 조건은 부록 A 참조 [가설]
결론 — 셋째 규칙: 그 표시가 흉내 내기 어렵고, 동시에 진짜임이 싸게 확인되게 하라. 약화 조건은 부록 A 참조 [가설]
결론 — 넷째 규칙: 도구가 그 표시를 싸게 흉내 내기 시작하면, 흉내가 아직 비싼 표시로 먼저 옮겨라. "외주로 넘기거나 자동화할 수 없다"는 선언에도 유효기간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약화 조건은 부록 A 참조 [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