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 5경 원의 두려움
성상현미국 국가 부채가 40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이 부채 때문에 미국이 정말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게 5경이 되든 6경이 되든, 절대 규모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부채를 어떤 방식으로 줄여 나갈지가 관건이죠.
성상현지금 미국 주식을 줄여야 할 시점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실어야 할 시점인지 물으신다면, 저는 훨씬 유리한 국면이라는 역발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선영안녕하세요, 지식인 클래스 박선영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 지식을 전달합니다. 미국 국가 부채가 40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경 원을 넘겼다는 뉴스가 계속 나옵니다. 이러다 무너지는 것 아닌가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성상현 부부장님을 모시고, 미국이 40조 달러의 빚을 지게 된 배경과 앞으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성상현안녕하세요.
박선영부부장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성상현네,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박선영사실 부부장이라는 호칭이 좀 낯설 수도 있는데, 저는 이상하게 익숙한 호칭이에요. 처음 뵙는 자리인데도 "부부장"이라는 세 글자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달까요. 자기 최면부터 걸고 시작해봅니다(웃음).
미국이 5경 원의 빚을 지고도 멀쩡한 이유
박선영요즘 주식과 경제 관련해서 답답한 이야기 많이 들으실 것 같은데요. 특히 미국발 불안 뉴스가 계속됩니다. 국가 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에, 정말 미국이 이 빚 때문에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있어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성상현5경이 되든 6경이 되든, 자국 통화로 계속 발행할 수 있는 나라는 그 부채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부채/GDP 비율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봐요. 미국 정부가 계속 지출을 확대할 때, 그게 순전히 인플레이션(통화가치 하락)으로만 가느냐, 아니면 실질 성장의 촉매로 작용하느냐를 가르는 게 이 비율이거든요.
성상현지금 미국 정부의 부채/GDP는 약 120%에 가깝습니다.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에요. 그런데 이 큰 빚 앞에서 미국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갚는 정책을 쓸지, 아니면 분모인 GDP를 대폭 키워서 비율 자체를 낮추는 정책을 쓸지 보면, 단연 후자입니다.
성상현다만 이걸 순전히 포퓰리즘식으로, 그냥 돈만 찍어서 GDP를 억지로 늘리면 통화가치 하락과 기축통화 지위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실질 성장으로 이어지는 GDP를 만들어야만 달러 패권 문제까지 함께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박선영결국 방향은 GDP를 키워 경제 규모를 늘려 부채 비율을 낮추는 쪽이라는 말씀이시죠. 기축통화국이라서.
성상현맞습니다.
40조 달러 빚을 갚지 않고 줄이는 '1가지' 방법
박선영여기서 기본적인 질문 하나 드릴게요. 그냥 빚을 갚아 나가면서 성장할 수는 없나요? 왜 그 선택을 안 하죠?
성상현미국은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나라이고, 재정 관점에서도 오랜 기간 재정적자를 겪은 나라입니다. 왜 정부가 그렇게 큰 적자를 내느냐를 보면, 정부가 대규모 적자를 낸다는 건 어딘가로 계속 돈이 나가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성상현투자 관점에서 다시 보면, 미국 정부가 달러를 찍어서 적자를 만들고 그걸 누군가에게 뿌리면, 이 정부 적자를 받아가는 주체는 미국 내 민간 부문이거나, 아니면 무역흑자국입니다. 결국 수출로 흑자를 내는 나라들이죠. 재정적자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은, 누군가는 계속 흑자를 받고 있다는 뜻이고, 미국 정부의 적자는 민간의 흑자 또는 흑자국의 무역 흑자입니다.
성상현그래서 저는 이걸 훨씬 유리한 상황으로 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AI 버블이냐를 물으면, 지금이 닷컴버블을 제외하곤 역대 어느 때보다 비싼 게 사실입니다. 다만 지금이 AI 버블의 정점이냐를 보면, 미국은 여전히 예상보다 큰 정부 적자를 내고 있어요. 자발적 적자를 내면서 흑자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죠. 그 관점에서 보면 미국 정부는 이 AI 버블을 지금 터뜨릴 의지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박선영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터진 뒤 이야기죠. 나스닥이 2000년 3월부터 내리기 시작해서, 그 꼬리 국면에는 정점 대비 80~90% 하락까지 갔죠.
성상현맞습니다, 80~90%. 거의 초토화됐죠. 그때 1999년부터 미국 정부가 재정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박선영시점이 딱 겹치는 거네요?
성상현네. 저는 닷컴버블이 터진 가장 결정적 이유가, 물론 비쌌던 것도 있지만, 정부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정부 흑자는 회계적으로 민간의 적자를 의미하니까요. 만약 그때도 지금처럼 GDP 대비 6~7% 정도의 재정적자를 계속 냈다면, 닷컴버블은 터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이번 국면을 뒷받침하는 방증이라는 겁니다.
성상현지금이 AI 버블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AI 산업이 정점에 도달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무너지려면, 미국 정부가 흑자로 전환하거나, 시장이 정부를 압박해 더는 적자를 못 낼 수준이 돼야 하는데, 저는 그 방아쇠가 아직 안 보인다고 봅니다. 잔파도야 있겠지만 큰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미국이 AI 투자에 목숨을 건 이유
박선영미국이 AI 산업이 잘 되고 있다고 보고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셨는데요. AI가 정말 미국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부채 문제까지 완화할 수 있을까요?
성상현AI가 생산성을 낼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분명히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어떻게 생기는지가 중요한데, 생산성 연구를 좀 뒤져보면 인터넷에서 생산성이 언제 튀어나왔는지 아세요?
박선영언제인가요?
성상현대략 1999년부터 2005년 사이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터넷 기반 생산성이 통계로 잡히기 시작한 게 이 구간이에요. 그런데 이건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PC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인터넷 투자도 사실상 1995년부터 본격화됐죠. 그런데 PC에만 투자할 때는 생산성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PC와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비로소 생산성이 튀기 시작한 거예요.
성상현10년 단위로 실질 성장을 그려보면, 1980년대 후반~1995년까지는 약 1.5%, 그 시기에도 어마어마한 투자가 들어갔죠. 1995~1999년은 약 2.5%, 인터넷이 결합되면서요. 이어서 1999~2005년에는 3.5%가 잡혔습니다. 이걸 두고 계산식으로 생산성이 오른다고 하는 거예요.
성상현지금 AI로 넘어와도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아직 사무실·공장·실무에서 실제로 굴러가는 단계는 아니에요. 이 활용을 실제로 증폭시킬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면, 저는 AI 에이전트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증폭기 역할을 할 거라고 봅니다. AI를 생산성으로 이어줄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나온다고 즉시 생산성이 뜨는 게 아니에요.
성상현과거 PC·인터넷도 마찬가지였어요. 활용 구간을 10년·5년 단위로 잘라 보면, 돈은 계속 들어갔고, 정작 돈이 안 들어가고 버블이 꺼지는 구간에서 생산성이 잡혔다고들 합니다. 지금이 그 시나리오와 닮았어요. 돈이 들어가는 시기에는 생산성이 안 잡힐 수 있고, 그렇다고 생산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죠. 지금의 대규모 투자를 자본 대비 회수 관점에서 보면 미래에 충분히 회수 가능한 국면입니다. 다만 AI 산업이 먹을 파이 자체가 지금 대비 얼마나 커지느냐가 관건이에요. 현재 조 단위 회수보다 훨씬 더 커질 여지가 있죠.
성상현2000년대 초에 아마존이나 M-Video 같은 회사들이 등장했잖아요? 그때 시가총액 상위 12위 안엔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 들어와 있잖아요.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전제로 대규모 투자를 밀어붙인 미국이 결국 20년간 이 생태계를 주도해왔다는 겁니다.
성상현이 사이클의 핵심은 누가 더 롱터미즘(Longtermism)으로 보느냐라고 봅니다. 지금 넣은 돈이 당장 안 굴러도 계속 밀고 간다는 관점 말이죠. AI 산업을 저는 그 관점에서 보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투입될 테니 GDP는 반드시 커집니다. 현재 GDP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요.
박선영비중이 훨씬 더 압도적으로 높아진다는 말씀이신가요?
성상현네. 지금 이 AI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요.
박선영다만 저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PC에서 인터넷으로, 10년 단위로 진화했다고 하셨는데, AI는 그보다 훨씬 빠르지 않을까요? 그러면 오히려 이미 주식시장 정점이 아닌가 하는 불안도 있고요.
성상현맞습니다. 다만 지금은 인프라(infra) 국면에만 집중돼 있으니, 저는 아직 그렇게 보지 않아요. 생산성의 핵심은 AI를 활용하는 기업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AI를 활용한다는 기업·국가들도 아직은 소규모 응용에 머물러 있어요.
박선영어느 단계쯤 되면 생산성이 잡히기 시작할까요?
성상현생산성은 원래 3요소로 만들어집니다. 자본 투입, 노동 절감, 그리고 자본·노동으로는 설명 안 되는 innovation. 이 셋을 합칠 때 가장 중요한 게 이노베이션이에요. 사람이 덜 필요해도 성장이 계속되고, 결국 비슷한 일을 하는 AI 에이전트와 휴머노이드가 확산되면, 이 이노베이션을 부르는 사람은 혼자 움직여도 생산성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이게 내년에 나올지, 몇 년 뒤에 뜰지는 아무도 몰라요.
성상현Kevin Warsh·Bessent 같은 정책 라인이 시장을 보는 관점이 지금 매우 유사합니다. AI가 생산성을 낼 때까지는 그 과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시각이에요. 그 관점에서 보면, 연준과 재무부가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조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고, 이게 Fed의 금리 정책에도 반영되기 시작할 거예요. 지금은 다들 "Kevin Warsh가 금리를 크게 올릴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저는 하반기·연말로 갈수록 그런 우려가 오히려 완화되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AI 투자가 계속 커지는 흐름 속에서 긴축은 없다는 거예요.
성장 계획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 — 국채 이자
박선영그런데 40조 달러라는 정부 부채가 너무 크잖아요. 정부 부채가 40조 달러라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니면 그 부채에 붙는 이자, 즉 평균 4%·5%·6% 하는 이자 비용이 더 무서운가요?
성상현후자가 훨씬 더 무섭습니다. 이자 비용이 0%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이자 지출이 계속 커져서 정부가 이자를 갚는 데 돈을 써야 한다면, 그만큼 실제 생산성에 쓸 지출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서 이자 부담을 낮추려면 국채 금리를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눌러줘야 해요.
박선영국채 금리는 시장이 정하지 않나요?
성상현네, 대부분 시장이 결정합니다. 다만 이론적으로 미국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는 건 실질금리 + 기대인플레이션이에요. 그런데 실질금리가 떨어질 조짐이 있으면 미국이 그 하락 자체를 억누르는 성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실질금리를 미국 정부가 스스로 내리게 둘 의지는 없다고 봅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거죠.
성상현기대인플레이션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성장하는데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겠느냐고 물으시면, 아뇨. 투자는 계속 진행 중이잖아요. 돈이 계속 도는데 금리 자체가 크게 내려갈 리 없죠. 여기에 40조 달러 미국 정부 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까지 국채에 얹히면, 오히려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성상현결국 미국 정부가 GDP를 키워 부채 비율을 낮추려는 방법 자체가 쉽지 않다는 뜻이에요. 이 차트를 보시면, 현재 미국 부채 40조 달러 중 32조 달러가 민간(public) 보유분입니다. 나머지 7~8조는 정부 내부 계정(intragovernmental holdings)이 들고 있죠. 정부 내부 계정은 금리에 덜 민감한 수요를 가진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민간 보호(대량 보유)는 금리에 민감한 수요를 가리키죠. 그래서 미국 정부 입장에선 금리에 덜 민감한 수요 쪽으로 이 구간을 리밸런싱하는 게 핵심 미션이에요. 그래서 사실 저는 스테이블코인도 그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의외의 이유
박선영잠깐만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 개념이 갑자기 등장했는데요. 민간에서 정부(내부 계정)로 부채 보유가 옮겨가는 그림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다는 뜻이잖아요. 먼저, 스테이블코인이 정확히 뭔지 개념부터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성상현"스테이블(stable)"은 움직이지 않는다,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뜻이에요. 그 관점에서 이름이 붙었죠. 왜 변동성이 낮은지를 보면, 미국인이 1달러로 이 스테이블코인을 사면, 발행자는 그 1달러로 1달러어치 미국채를 삽니다. 그래서 담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거고요. 국채를 담보로 들고 있으니 달러와 같이 움직이는 겁니다.
성상현미국 정부 입장에서 처음 스테이블코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게 뭐야?"였어요. 통화 같은데, 통화를 발행할 자격은 중앙은행·정부여야 하는데, Circle이나 Tether 같은 회사가 통화 비슷한 걸 만들어 가상 시장에서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회사들이 미국 국채를 사고 있다는 거예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수요가 들어오면 즉시 미국 국채를 사는 구조라서요. 이건 가격 비탄력적 수요고, 이게 커지면 미국채 수요가 늘고, 미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박선영흥미롭네요. 결국 미국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활발해질수록 사람들이 미국 국채를 더 사게 되는 셈이니, 이 전략을 안 취할 이유가 없겠네요. 스테이블코인 중 대표 격인 Tether를 만든 회사는 미국 회사가 아니라고요?
성상현네, 처음엔 규제하려 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미국 입장에서 그렇게 나쁜 수요가 아닌 거예요. 하지만 사실상 가상자산 시장에서만 폭넓게 쓰이고 있었어요. 스테이블코인으로 비트코인을 사고,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가고, 다시 사고 싶을 때는 다시 비트코인으로 이동하는 식이죠. 그리고 Tether 같은 회사가 이 전략을 계속 확장하고 있고요.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미국 관점에서 보면, 결국 국채 수요로 이어지는 거예요.
성상현그래서 작년에 나온 말이, "너희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GENIUS Act로 전부 법적으로 제도화해 주겠다"였어요. 대신 우리 법 안에서 확장하라는 거죠. 실제로 트럼프가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발언을 자주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려면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무너져선 안 되거든요. 그래서 트럼프 입장에서도 이 시장 자체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인 거예요.
박선영모든 게 연결돼 있다는 뜻이네요. 결국은 미국 국채의 매수자를 찾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거잖아요. 사실 비트코인은 원래 탈달러화 관점에서 나왔죠. 달러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정부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이 그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졌고, 잘 뜯어 보면 탈달러 관점에서 나온 게 오히려 달러 패권 유지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미국이 인지해서 결국 법으로 제도화한 거네요. 과거 모든 패권국은 자국 통화 수요가 무너지면서 몰락했잖아요.
성상현맞습니다. 그러면 미국은 Save Coin(스테이블코인)을 강력한 카드로 쥐지 않을 이유가 없죠. 지금 미국 정부가 금리 자체를 시장에만 맡기지 않기로 하면 활용할 수단이 여럿 있는데,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하나 더 생긴 겁니다.
성상현이걸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는 저도 가늠이 안 갈 정도예요. 만원 씨가 그냥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통화로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다면 우리 같은 나라 사람들은 덜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신흥국 사람들은 아예 은행 계좌를 못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지갑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이건 사실상 모두가 달러를 쓰는 방법인 거예요.
박선영이건 살짝 무서운 이야기네요. 얼마 전까지는 "이제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직 아니었네"라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거잖아요. 결국 다시 달러 안정 국면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요.
미국주식 vs 한국주식, '이 기준'으로 가져가라
박선영지금 미국 주식을 줄여야 할 시점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오히려 더 실어야 할 시점이라고 보시나요?
성상현지수 관점에서 장기 투자자들이 있죠. 왜 사람들이 미국 시장에 장기로 투자할까요? 안정성입니다. 그래서 저는 큰 변동성은 없을 거라고 말한 거고요. 내 진입가가 저점이 아닐 수는 있어요. 그래도 정책 지원이 들어옵니다. 지원이 실제로 작동하고, 미국 정부는 그 부양책을 언제든 쓸 수 있는 패권국이라는 거예요.
성상현결국 여기에서 장기로 투자하는 겁니다. 왜 미국 기업·미국 주식이 그런 신뢰를 얻었는지 보면, 실제로 돈을 잘 벌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들의 신뢰가 밸류 멀티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자사주 매입, 배당, 컨퍼런스 콜을 통해 "우리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일관되게 강조해온 거죠.
성상현그럼 한국 비중은 기대 수익률을 어떻게 보느냐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기대치가 높다는 건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죠. 저는 지금 한국이 변화기 초입에 진입했다고 봐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상태입니다. 다만 앞서 말한 "리딩(선도) 국면"이 실제로 온다면, 한국 정치·시장의 위상은 지금보다 위로 갈 가능성이 있고, 기대치가 미국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성상현대신 이미 7월처럼 9,000원 근처까지 튀어오른 국면도 있었어요. 그때 전 재산을 다 태운 사람들이 8월을 버텼는지 모르겠어요. 그 변동성을 감안하고 진입해야 한다는 거예요.
성상현그래서 미국:한국 = 50:50이냐 60:40이냐는 사람마다 달라요. 제가 젊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험자산에 더 태워야 해요. 주식·채권 자산배분에는 유명한 공식이 하나 있죠. 100 − 나이. 이게 위험자산에 넣어야 할 몫이에요. 젊을수록 계속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위험자산을 더 실으라는 뜻입니다.
성상현나이가 많을수록 그 돈을 잃으면 다시 벌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안전자산 비중을 확보해야 하죠. 주식에서 안전자산 = 미국, 위험자산 = 한국이에요. 다만 저는 한국을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한국 멀티플이 얼마인지 아세요? PER 5.6배예요.
박선영5.6배요? 어…
성상현미국은 20배, 중국 13배, 일본 14배 상황이에요. 우리가 진짜 낮은 거죠. 근데 원래는 10배 근처였잖아요.
박선영맞습니다. 원래는 그랬죠.
성상현주식시장 가치는 기본적으로 EPS × 멀티플이잖아요. 그런데 올해 EPS가 많이 올라왔어요. 이 실적이 유지된다면 5배는 정말 싼 가격이죠. 근데 이번에 700~800조 원 정도 벌었다고 해서, 내년에 다시 100조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EPS가 자동으로 내려가면서 밸류에이션이 자동으로 튀어 오르는 거예요. 그러면 오히려 비싸다는 관점이 되는 거죠.
성상현지금 5배가 진짜 싸냐, 아니면 오히려 비싸냐를 결정짓는 건 이익이 유지되느냐입니다. 이익이 유지되면 지금은 극단적으로 싼 것이에요. 다만 저는 반도체 코어가 AI라고 보고, AI 산업이 아직 초기 확장 국면이라고 보기 때문에, 삼성전자 같은 회사의 하이엔드 사업이 만드는 이익이 훨씬 더 안정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성상현그 정체 국면에서, 낮은 밸류에이션 자체가 만들어내는 수요가 일정 부분 들어오고, 주주보호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외인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다면, 상황은 충분히 바뀔 수 있어요. 다만 그렇게 결과가 나올 거라고 아무도 확언은 못 하죠. 그래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예요.
변동성 장에서 반드시 가져야 할 투자자의 자세
박선영아무도 확신을 못 한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를 믿어라, 안 믿어라 하는 신앙의 영역이 돼버리는 건데요. 어디에 기도해야 하죠?
박선영부부장님과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가 단어의 이미지 때문에 갖고 있던 오해들을 다시 평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특히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공식들에 관한 얘기가요. 이런 시장에서 투자자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낡은 상식은 뭘까요?
성상현지금 너무 많은 사람이 물가 하나에만 매달려 있어요. 왜냐하면 20년 동안 성장을 본 적이 없거든요. 성장이 없는 상태에서 물가만 오르면 당연히 문제죠. 하지만 성장에서 파생된 인플레이션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그래서 성장·물가·유동성을 같이 봐야 합니다.
성상현과거엔 그냥 재정적자, 무서웠어요. 그런데 재정적자를 왜 하고 있는지 관점에서 보고, AI 산업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는 쪽으로 재정지출이 풀리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걱정할 상황은 아닐 수 있다는 쪽으로 관점을 옮겨야 해요. 지금까지는 재정적자를 나쁜 재정적자로만 봤어요. 문제가 됐으니까 돈을 푼다는 식이었죠. 하지만 건강한 재정적자는 얘기가 다릅니다. 물가를 자극하죠, 물론 초기엔요. 다만 좋은 재정정책은 결국 실질 생산성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낮아지는 흐름이 옵니다.
성상현다만 이걸 중장기 관점에서 지금 당장 체감할 수는 없으니까,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지금 당장 우리는 적자가 너무 많은 것처럼 느끼지만, 되돌아보면 그건 투자였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박선영그럼 개인이 이 불안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아무리 이걸 "좋은 재정적자"라고 부른다 해도, 개인이 느끼는 불안·고통은 남아있잖아요.
성상현경제 지표 자체에 너무 위축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자산시장 관점에서 보면, 잘못하면 버블은 언제든 붕괴로 갈 수 있죠. 그래서 과열인지 공포인지는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성상현요즘 HTS에는 기술적 지표가 많이 뜨죠. 과매수, 과열 이런 것들이요. 만족은 일부러 이 과매수 국면을 더 키워가면서 옵니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계속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예요. 이 사이클에서 좀 덜 벌더라도 중장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욕심을 조금 내려놓아야 합니다.
성상현그래서 앞서 말한 "100 − 나이"에서 나이 부분을 빼면 위험자산에 넣어야 할 몫이 나옵니다. 여기서 위험자산 = 변동성이 큰 자산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이 사이클에서 오는 상승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선영"경제 지표에 너무 위축되지 마라." 매크로를 다루는 사람이 이 말을 하면 자기 자리 없어질 것 같은데요(웃음). 다만 숫자가 만드는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말라는 조언이 정말 와닿았어요.
성상현네.
박선영부부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성상현영광이었습니다.
박선영오늘은 성상현 부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미국이 안고 있는 40조 달러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부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였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투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