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2주가 들려준 다섯 가지 후회: 삶·용기·선택의 심연

마지막 12주가 들려준 다섯 가지 후회: 삶·용기·선택의 심연#
삶이 끝을 향해 수렴할 때, 인간의 시야는 기이할 만큼 맑아진다.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Bronnie Ware)가 임종 환자들을 돌보며 기록한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은, ‘죽음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다섯 가지를 우리 앞에 놓는다.
1년 전 아버지를 잃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후회’라는 감정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깨달았다. 그가 마지막 며칠 동안 반복해서 한 말이 있었다. “더 많이 웃었어야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의 무게를 몰랐지만, 브로니 웨어의 기록을 읽으며 비로소 이해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사실을.
브로니 웨어—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죽음의 통역가#
브로니 웨어는 정식 자격증도 경험도 없이 호스피스 간호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 ‘아마추어성’이 그녀의 강점이었다. 의료진이 아니었기에 환자들은 그녀에게 더 솔직할 수 있었고, 그녀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터져나오는 가장 날것의 감정들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녀가 돌본 환자들에게 “혹시 후회하는 일이 있거나 다르게 했으면 하는 일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공통된 테마들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놀랍게도 문화적 배경, 성별, 나이를 넘어서 거의 동일한 후회 목록이 나왔다.
후회의 심리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리학자들은 후회를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라고 부른다. 즉, “만약 내가 다르게 했다면…“이라는 상상이 만들어내는 감정이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후회 회피(Regret Avers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미래의 후회를 피하기 위해 현재의 선택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다섯 가지 후회, 깊이 들여다보기#
1. “용기 내어 내 삶을 살걸”#
“타인이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 용기를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이것이 가장 흔한 후회였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자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지 걱정하며 살아간다. 부모의 기대, 사회의 기준, 친구들의 시선… 그러다 보면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된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AI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간단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번 주 내 행동이 내 핵심 가치와 얼마나 일치했는가?”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점수가 나왔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
실천법: 매주 ‘가치 일치도 체크리스트’ 작성하기
- 금요일 저녁,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며 1-5점 척도로 평가
- 3점 이하가 3주 연속 나오면 무언가 바꿔야 할 신호
2. “그토록 일만 하지 말걸”#
“이 후회는 제가 돌본 모든 남성 환자들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배우자의 동반을 놓쳤다고 했습니다"라고 웨어는 기록했다.
경제학에는 ‘한계 효용 곡선’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추가 소득이 주는 행복의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이’**의 함정에 빠져 있다.
나는 최근 ‘타임 포트폴리오’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자산 배분을 하듯이 시간도 배분하는 것이다:
- 안정형 50%: 가족, 건강, 휴식
- 성장형 30%: 경력, 학습, 네트워킹
- 고위험·고보상 20%: 창업, 창작, 새로운 도전
이렇게 하니까 일에만 몰두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3.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어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압했다. 그 결과 평범한 존재로 안주했고,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 억제는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공감 회로(insula, ACC)와 위협 회로(amygdala)가 계속 경쟁하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것이다.
실천법: Non-Violent Communication(NVC) 4단계
- 관찰: “당신이 회의에서 제 의견을 끊었을 때”
- 느낌: “저는 무시당한다고 느꼈습니다”
- 욕구: “저는 존중받고 싶습니다”
- 요청: “다음번에는 제가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시겠어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연습하면 자연스러워진다. 중요한 것은 감정 근력을 기르는 것이다.
4. “친구들과 연락을 이어갈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너무 바빠서 소중한 우정들을 놓쳐버렸다는 사실을 깊이 후회했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오랜 친구들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지만, 이미 연락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회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적 한계로 인해 우리가 유지할 수 있는 관계 수는 제한적이다. 던바 숫자로 알려진 150명이 그 상한선이고, 실제로는 가까운 친구 5명, 좋은 친구 15명, 의미 있는 친구 50명 정도가 현실적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관계 마찰 비용’으로 설명한다. 거리, 시간, 심리적 장벽이 증가할수록 재접속 확률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실천법: 캘린더에 **“사람 이름 예약”**하기
- 매월 첫째 주: 가족
- 둘째 주: 절친
- 셋째 주: 오랜 친구
- 넷째 주: 새로운 인연
연구에 따르면 달력에 사람 이름을 직접 입력하면 실제 연락할 확률이 2.6배 상승한다고 한다.
5.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들은 익숙한 패턴과 습관에 갇혀 살았고, 변화를 두려워했다.
긍정심리학의 아버지 마틴 셀리그만은 행복 공식을 H = S + C + V로 표현했다. 행복(Happiness) = 유전적 소인(Set point) + 환경(Circumstances) + 의도적 활동(Voluntary activities). 셀리그만은 행복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했다: 즐거운 삶(Pleasant Life), 좋은 삶(Good Life), 의미 있는 삶(Meaningful Life).
놀랍게도 환경(C)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의도적 활동(V)은 40%나 된다. 즉, 우리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활동들이 행복의 거의 절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에서도 이를 체험했다. 그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동기라고 주장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긴장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합당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실천법:
- 매일 아침 ‘3 Gratitudes’ 기록 (감사할 일 3가지)
- 분기별 ‘삶 실험 프로젝트’ (새로운 취미, 여행, 자원봉사)
후회 최소화를 위한 3단계 실행 프레임워크#
1단계: Self-Audit (자기 진단)#
“현재 내 삶이 다섯 후회 지표 중 어디에 취약한가?”
각 항목을 1-7점으로 평가해보자:
- 나는 타인의 기대보다 내 가치에 따라 살고 있는가?
-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가?
-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가?
- 소중한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있는가?
- 행복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2단계: Design (설계)#
“다음 90일, 어떤 구체적 행동으로 취약 영역을 메울까?”
OKR(목표와 핵심 결과) 방식으로 접근한다:
- 목표: 감정 표현 능력 향상
- 핵심 결과 1: 매주 1회 이상 솔직한 피드백 주기
- 핵심 결과 2: NVC 방식으로 갈등 상황 3회 해결
- 핵심 결과 3: 감정 일기 주 5회 이상 작성
3단계: Iterate (반복 개선)#
“실행 결과가 가치·행복·관계 지표에 변화를 줬는가?”
매주 일요일 저녁, 다음을 점검한다:
- 이번 주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 어떤 행동이 후회로 이어질 뻔했는가?
- 다음 주에 달리 해볼 만한 일은?
중요한 것은 후회를 제거하려 하지 말고 ‘재배선’하는 것이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인 노출과 행동 수정을 통해 신경 회로가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죽음이 건네는 ‘시간 할인율 0%‘의 시선#
빅터 프랭클은 “마치 두 번째로 살고 있고, 첫 번째에는 지금 막 하려는 것처럼 잘못 행동했던 것처럼 살라"고 조언했다.
죽음은 삶 전체를 한 프레임으로 압축하며, 거기엔 **할인율 0%**의 가치 평가가 적용된다. 미래의 보상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순간이 동등하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브로니 웨어의 다섯 문장은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타임캡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 캡슐을 미리 개봉한다
- 다섯 후회를 사전 리허설한다
- 매일, 아주 작은 행동으로 선택지를 재구성한다
AI와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삶은 결국 **“내가 기울인 주의(attention)가 꽃피운 총합”**이라는 것이다. 주의는 한정된 자원이다. 그 소중한 주의를, 지금 어디에 두고 있는가?
마지막 12주가 되어서야 깨닫기에는 너무 늦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자. 용기를 내어 내 삶을 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소중한 인연들을 챙기며, 행복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
그것이 후회 없는 삶을 향한 첫걸음이다.
참고 자료#
- Ware, Bronnie. 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 A Life Transformed by the Dearly Departing. Hay House, 2012.
- Frankl, Viktor E. Man’s Search for Meaning. Beacon Press, 1963.
- Kahneman, Daniel.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2011.
- Seligman, Martin E.P. Authentic Happiness: Using the New Positive Psychology to Realize Your Potential for Lasting Fulfillment. Free Press, 2002.
- Zeelenberg, Marcel, and Rik Pieters. “A theory of regret regulation 1.0.”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17, no. 1 (2007): 3-18.